I. 사실관계 요지
피고인 甲은 2003년 12월 새벽 공범 乙과 함께 부산의 한 술집에 들어가 진열장에 있던 시가 1백62만원 상당의 양주 45병을 바구니에 나눠 담던 중 술집종업원들에게 붙잡히자 손을 깨무는 등 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II. 판결이유
[다수의견] “피해자에 대한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해 재물을 탈취하고자 했으나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한 자가 강도미수죄로 처벌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절도미수범인이 폭행·협박을 가한 경우에도 강도미수에 준하여 처벌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것이다. 만일 강도죄에 있어서는 재물을 강취해야 기수가 됨에도 불구하고 준강도의 경우에는 폭행·협박을 기준으로 기수와 미수를 결정하게 되면 재물을 절취하지 못한 채 폭행·협박만 가한 경우에도 준강도죄의 기수로 처벌받게 됨으로써 강도미수죄와의 불균형이 초래된다. 준강도죄의 입법취지, 강도죄와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준강도죄의 기수여부는 절도행위의 기수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별개의견]“절도미수범이 체포면탈 등을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경우에 이를 준강도죄의 기수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점에 있어서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 하지만 절취행위의 기수여부만을 기준으로 준강도죄의 기수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 폭행·협박행위 또는 절취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미수에 그쳤다면 이는 준강도죄의 미수범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반대의견]“준강도죄의 주체는 절도이고 여기에는 기수는 물론 형법상 처벌규정이 있는 미수도 포함되는 것이지만, 준강도죄의 기수·미수의 구별은 구성요건적 행위인 폭행 또는 협박이 종료됐는가 하는 점에 따라 결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법규정의 문언 및 미수론의 법리에 부합한다.”
III. 판례평석
1. 준강도죄는 절도범이 재물의 탈환을 항거하거나 체포를 면탈하거나 죄적을 인멸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한 때에 성립한다(형법 제335조). 이 죄는 절도에 폭행·협박이 부가된다는 점에서 절도죄와 위법성이 다르며 오히려 강취강도와 비슷한 점이 인정된다. 그러나 이 죄의 폭행·협박은 타인의 재물에 대한 점유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이미 획득한 점유의 保持 내지 防禦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강취강도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절도범인이 실제로 발각되었거나 발각되었다고 잘못 생각함으로써 폭행·협박으로 나아갈 수 있는 특별한 위험상황이 존재하고 이 상황에서 도출될 수 있는 행위자의 위험성과 행위의 불법성이 준강도를 강도에 준하여 취급하게 할 수 있는 형사정책적 근거가 된다.
2. 준강도의 행위주체는 정범성을 지닌 절도범인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따라서 절도죄의 공동정범은 주체가 될 수 있지만 절도죄의 교사범이나 방조범은 주체가 될 수 없다. 정범은 단순절도이건, 야간주거침입절도이건, 특수절도이건, 상습절도이건 불문한다. 그리고 본조의 절도는 기수·미수범을 불문한다(다수설·대법원 1990.2.27 선고, 89도2532 판결).
3. 그런데 절도가 미수인 경우 준강도도 미수가 될 것인지 아니면 기수가 성립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지난 1995년 형법개정시 준강도죄의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되었으나(제342조) 준강도죄의 미수·기수의 구별기준에 관하여는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지 않아 현재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 문제에 대한 종래의 견해를 변경하면서 그 기준을 명확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竊取行爲標準說은 재물절취의 기수·미수 여부에 따라 구별해야 한다는 견해로서 폭행·협박이 가해졌더라도 절도가 미수이면 준강도도 미수가 된다고 한다. 주된 이유로는 준강도도 재산범인 이상 강도와 마찬가지로 재물성취의 성부에 따라 기·미수를 구별해야 한다는 점, 만약 폭행·협박을 기준으로 삼게되면 절도의 미수범이 폭행·협박을 한 경우 준강도의 기수로서 강도죄의 기수에 준해 처벌받게 되는 반면, 강도범이 폭행·협박을 하였으나 재물의 강취에 성공하지 못한 경우에는 강도죄의 미수로 처벌을 받게 되어 형의 불균형이 생긴다는 점을 든다.
(2) 暴行·脅迫行爲標準說은 폭행·협박의 기수·미수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로서 그동안 판례의 입장이기도 하다(대법원 1964.11.24 선고, 64도504 판결; 1969.10.23 선고, 69도1353 판결). 이 견해는 절도가 기수이더라도 폭행·협박이 기수에 이르지 못하면 준강도의 미수가 성립한다고 한다. 그 논거로는 준강도는 강도죄와 행위구조가 다르다는 점, 본죄의 구성요건행위가 폭행·협박이기 때문에 기수·미수의 기준도 당연히 폭행·협박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 절취행위표준설을 취하게 되면 절도의 미수단계에서 폭행·협박을 한 경우 항상 준강도의 미수만 성립하게 되어 부당하다는 점을 든다.
(3) 綜合說은 준강도죄는 절취행위와 폭행·협박이 결합되어 있는 범죄이기 때문에 절취행위의 기수·미수와 폭행·협박의 기수·미수 양자를 모두 기준으로 삼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서 폭행·협박의 미수란 폭행·협박에 의해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한다(임웅, 개정판 형법각론, 325면; 오영근, 형법각론, 425면 참조). 종합설에 따르면 절도가 기수이더라도 폭행·협박에 의해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되지 않은 경우라던가,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는 폭행·협박이 행해졌더라도 절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모두 준강도죄의 미수가 성립한다. 따라서 절도의 기수범이 폭행·협박하여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된 경우에만 준강도의 기수가 성립하게 된다.
(4) 判例 중의 다수의견은 ‘절취행위표준설’을 따르면서 “이와 달리 절도미수범이 체포를 면탈하기 위해 폭행을 가한 경우 준강도의 미수로 볼 수 없다고 한 종전 대법원 64도504, 69도1353 판결 등은 변경하기로 한다”라고 하여 입장변경을 분명히 하였다. 반면 별개의견은 절취행위의 기수 여부와 폭행·협박행위의 기수 여부를 모두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종합설’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반대의견은 준강도죄의 구성요건행위인 폭행·협박행위의 종료 여부에 따라 전체 준강도죄의 기수·미수를 구별해야 한다고 하여 ‘폭력·협박행위표준설’을 따르고 있다.
4. 이상의 견해들을 검토해 보자.
(1) 우선 준강도가 강도와 불법적 유사성을 갖고 재산범죄의 속성을 본질로 하는 한 재물취득의 성부를 기수판단에 있어서 고려하지 않는 것은 불가하다고 해야 한다. 강도죄와 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도 재물취득의 성부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강도의 경우 재물취득에 성공하지 못하면 미수로 처벌됨에 반해 강도에 준해 처벌되는 준강도는 재물의 취득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수로 처벌된다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형의 불균형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물취득의 성부는 준강도의 기수·미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기준이고, 이런 점에서 폭행·협박만을 기준으로 삼는 견해에는 찬동할 수 없다.
(2) 한편 준강도죄의 구성요건행위가 폭행·협박임에도 기수·미수의 구별기준을 재물취득의 성부에서 찾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러한 지적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폭행·협박행위표준설’이나 ‘종합설’이 폭행·협박 자체의 기수·미수 여부를 판단기준으로 고려하는 것은 잘못된 착상이 아니다. 그러나 양 견해가 주장하는 폭행·협박의 기수·미수의 개념을 살펴보면 이 견해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종합설’은 폭행·협박의 기수를 폭행·협박에 의해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된 경우 그리고 미수는 폭행·협박을 하였으나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임웅, 앞의 책, 325면; 오영근, 앞의 책, 425면 참조). 그런데 협박죄의 미수는 협박행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공포심을 갖지 않아 의사결정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은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고 형법에도 미수범 처벌규정(제286조)을 두고 있으므로 이러한 개념정의에 따르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폭행죄는 단순거동범·형식범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물리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즉시 기수가 성립하고 미수범의 성립은 생각할 수 없다. 당연히 형법도 폭행에 대해서는 미수범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도 종합설이 준강도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폭행의 미수를 고집한다면 이는 형법에 없는 새로운 개념을 신설하는 것이 된다.
그리고 종합설이 폭행·협박으로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된 경우(항거불능의 상태가 야기된 경우)에만 기수로 하겠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강도죄와는 달리 준강도에서의 폭행·협박은 재물강취의 수단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폭행·협박으로 인한 피해자의 반항억압과 그에 기초한 재물취득의 성취라는 인과고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高强度 폭행·협박이 행해지고 그로 인해 재물점유의 保持나 防禦에 성공했으면 족하지 이러한 결과가 반드시 상대방의 반항이 억압됨으로 인해 야기된 것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절도범인이 高强度의 폭행·협박을 하였으나 피해자가 끝까지 반항하는 경우에도 결국 피해자의 추격을 뿌리치고 재물을 취득한 채 도주에 성공하였다면 준강도죄의 기수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판례도 역시 “준강도죄에 있어서의 폭행이나 협박은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하는 수단으로서 일반적 객관적으로 가능하다고 인정하는 정도의 것이면 되고 반드시 현실적으로 반항을 억압하였음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대법원 1981.3.24 선고, 81도409 판결).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번 판결 중의 반대의견은 폭행·협박의 기수·미수 구별을 반항의 억압 여부가 아니라 폭행·협박행위의 종료 여부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견해를 따르더라도 역시 폭행은 물리력의 행사(이 사건에서 손을 깨무는 것)와 동시에 기수가 되기 때문에 미수의 성립은 생각하기 어렵다. 협박은 다른 사안의 경우(예컨대 편지에 의한 협박)에는 이론상 행위의 미종료를 생각할 수 있으나 절도현장에서의 급박한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하는 협박행위에 행위의 미종료를 상상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할 것이다.
(3) 결론적으로 준강도에서는 절도범인에 의한 高强度의 폭행·협박이 있으면 구성요건 행위자체는 항상 기수가 되고 사실상 기수·미수의 구별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다. 다시 말해 준강도에 있어서의 폭행·협박은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高强度인가 여부에 따라서 준강도의 성립을 좌우하는 성립요건으로는 의미가 있어서도, 준강도의 기수·미수를 구별하는 기준으로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이번 대법원 판결(다수의견)이 재물취득의 성부를 기준으로 준강도의 기수·미수 여부를 판단하면서 절도가 미수인 경우 준강도의 미수성립을 인정한 것은 타당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