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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운명은 위기관리능력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16. 17:31

샬롬

[기업운명은 위기관리능력이다]

1. Global Biz Trend

세계 경제가 위태롭다. 연일 우울한 소식만 들려온다. 지금은 경기 침체냐 아니냐가 아니라 침체 강도가 얼마나 셀 것인지, 기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지가 관심거리다. 얼마 전 국내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즉석 설문에서 기업인 10명 중 6명이 현 경기 침체가 3년 이상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L자형 장기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망도 안갯속이다. 기업들은 현재 진행 중인 금융위기 여파가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파악할 수 없어 섣불리 내년 예측이나 사업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종 연구소나 컨설팅업체도 내년 전망에 대해 조심스러운 견해다. 일단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명제 외에는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 과거 틀은 버려라

불황기에는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경영계획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요소에 대해 사전 대응책을 세우는 것은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 작업이다. 특히 불황기에는 위기관리 능력에 따라 기업 명운이 갈리곤 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사후 비용이 요구된다. 따라서 기업은 다양한 위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응 방법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가장 대표적인 리스크 사전 관리 방법이다. 군사전략 도구로 활용됐던 시나리오 플래닝은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이 석유파동 이전에 사용해 큰 효과를 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계열사별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세울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시나리오 플래닝 절차는 간단하다. 환율, 유가, 인구변화, 기술혁신, 규제 등 기업 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의미한 요소를 찾아내고, 내부 역량을 감안해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실제 현실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예의주시하고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 체계를 세우는 작업이다. 절차는 간단하지만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현재 상황은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 플래닝도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해오던 예측 방법과 차이가 나는 것도 바로 '불확실성' 때문이다. 기존에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외부 환경을 분석했지만, 현재는 과거의 연속성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2) 조직ㆍ인프라 등 실천적 대안 마련

특히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L자형 장기 불황을 상정한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나리오 경영이 절실하다. 과거에 외부 변수 변동폭을 ±10~20%로 설정하고 외부 전망을 해석하는 데 그쳤다. 또한 기본적인 전망 아래에서 재무 수치 변화와 같은 미세한 변화만을 세웠다. 그러다가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데이터를 검토하고 대응 방법을 강구했다.

이제는 이런 방법으로 안 된다. 현재 상황에서는 ±50% 이상 가능성을 상정하고 외부 요인에 대해 기업 자체 관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최악 상황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고 각종 전략, 조직, 인프라스트럭처 등 전반에 걸쳐 실천적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 위기 시그널이 오기 전에 먼저 대응하고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최악 상황을 상정한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먼저 글로벌시장이 동반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전까지는 침체기라고 해도 지역에 따라 수요가 차별성을 보였지만 이제는 아니다. 시장 내 경쟁구도 역시 가격이나 물량 등에 따른 다양한 경쟁구도가 아니라 가격 중심의 출혈경쟁이라는 단일한 경쟁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고객 특성도 분야에 따라 양분할 수 있었던 게 과거 양상이라면, 이제는 광범위하게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가격에 극도로 민감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일반적인 침체기에는 고금리라도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최악 상황에서는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생존해야 하는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

3) 형식적인 분석은 이제 그만

시나리오를 정교하게 구성해도 변화하는 상황을 민감하게 체크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기업들은 조기경보시스템 등 최첨단 IT시스템 도입에 수십억 원을 쏟아붓고도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는 때가 많았다. 형식적인 분석에 그쳤기 때문이다. 거시경제지표, 고객 구매 실적, 경쟁사 실적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대입해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과 모니터링 시스템이 단절돼 있다는 것이다. 형식적인 모니터링만 이뤄지다 보니 시나리오 경영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사례가 많다. 이때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후적 대응만 이뤄질 뿐이다. 따라서 위기에 사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다. 상시적으로 변화하는 지표 체크, 지표 간 연관관계를 해석해 지속적인 정보 업데이트를 담당할 전담팀을 가동해야 한다.

모니터링 체계를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가 직접 주도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변동성과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의사결정은 기업에 총체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때로는 이 같은 판단이 기업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최고경영자가 개입해 신속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2. Global Biz Trend

L자형 장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각 기업은 과연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전략을 짜야 할까.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각 기업이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기업이 속한 산업 특징과 시장 지위에 따라 각각 다른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기에는 작은 잘못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위치에 걸맞은 대응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각 기업은 경기에 얼마나 민감한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에 따라 사자형, 곰형, 코끼리형, 토끼형으로 나눌 수 있다.

1) 사자형 기업은 경기에 따라서 수요 변동성이 크고,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이다. 조선, 자동차, IT, 가전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 이에 해당한다. 또 시장에서 유리한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침체기에는 해당 산업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다. 이런 때에는 수익의 절대량보다 시장점유율을 높여 선도 기업으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이 좋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에 앞장서 코끼리형 기업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기 침체 영향이 지역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공략할 수 있도록 민첩하게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한다.

 

2) 곰형 기업은 경기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비교적 수요 변동성이 작은 내수산업의 대표적 기업을 지칭한다. 유통, 통신, 유틸리티 관련 대표 기업이 이에 속한다.

곰형 기업은 경기 침체기에 다른 유형의 기업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다. 따라서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다. 이는 당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기 침체기를 벗어났을 때를 겨냥한 것이다.

곰형 기업에 경기 침체기는 투자 확대를 통해 시장 지위를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금 여유가 있다면 인수ㆍ합병(M&A)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 고객과 접촉이 잦은 산업이므로 고객 중심의 마케팅을 확대한다면 후발 기업과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3) 반면 사자형 기업을 쫓고 있는 기업이 코끼리형, 곰형 기업의 후발 주자가 토끼형 기업이다. 문제는 코끼리형과 토끼형 기업이다. 이들은 선도적 위치에 있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 침체기에 상대적으로 더욱 큰 고통을 받게 된다. 특히 자금 유동성 문제 등으로 인해 경기 침체기에 생존 자체의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 기업은 철저하게 현금 확보에 집중하면서 생존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총체적인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노력을 전방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에 확장했던 비핵심 사업이 있다면 과감하게 철수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3. 불황때 공격적 마케팅기업

1) 2001년 미국에 불황이 닥치자 유통분야 선두주자였던 K마트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광고비를 50% 삭감하고 제품가격을 인하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광고비 삭감으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없어져 소비자들은 K마트 가격 인하 정보를 접하지 못했고, 그 결과 추수감사절 등 성수기에도 K마트의 전자제품 판매는 급감했다. 급기야 K마트는 그해 영업손실을 냈고 이듬해인 2002년 법정관리를 선택해야 했다.

2)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가 된 애플의 성공은 2001년 미국의 불황기에 이뤄졌다. 애플은 2001년 아이팟과 아이튠즈 등을 출시하고 광고에 최소 2억달러를 쏟아부었다. 이는 소니, 아이리버, 크리에이티브 등 경쟁사 광고비를 모두 합친 것보다 20배나 많은 금액이다. 그 결과 애플은 압도적 시장지위를 얻었고 지금도 세계 최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4. 불황에 광고마케팅 하는 기업

제일기획에서 분석한 '불황5계' 리포트에 따르면 불황기는 기업이 오히려 시장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불황 때 내수부진과 원가상승에 의한 수익성 악화로 대부분 기업이 마케팅 활동을 축소하지만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는 1위 기업은 기존 선두자리를 굳건히 유지하며 2위 기업과의 차이를 벌리고, 2ㆍ3위 기업은 1위와의 격차를 좁히거나 1위로 치고 나가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1) 인텔은 1900년대 초 미국의 극심한 경제불황기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물량의 '인텔인사이드' 광고를 실시해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일본의 버블붕괴 전 시장점유율 5위였던 샤프전자는 경기침체기에 유일하게 지속적인 광고 및 마케팅 투자를 단행해 불황에서 조기에 탈출하고 이후 이익률 측면에서 업계 1위를 달성한 사례다.

 

 2) 웅진코웨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정수기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있으나 불황기에 가격부담 때문에 구입을 못한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업계에서 처음 렌탈서비스를 도입했다. 웅진코웨이는 렌탈서비스 마케팅을 위해 1998년 22억원, 1999년 66억원을 투입했으며 그 결과 1997년 30%였던 시장점유율은 현재 2배인 60%까지 올라갔다.

3) 남양유업도 외환위기 속에서도 프리미엄 신제품을 적극 출시하고 1998년 360억원, 1999년 530억원의 광고비를 집행해 적극적 판촉을 시도했다. 남양유업은 그 결과 1997년 4300억원의 매출은 1999년에는 5900억원으로 40%가 성장했다. 시장점유율도 1998년 54%에서 1999년 60%까지 올라갔다. 가족에 대한 소비는 불황에도 줄지 않는다는 소비자 심리를 간파해 적극적 마케팅 활동을 펼친 덕분이다.

 

4) 일본 덴쓰는 1985년과 1986년 극심한 불황기에 일본 874개 기업을 △광고비를 삭감한 기업 △유지 또는 10% 미만으로 늘린 기업 △10% 이상 늘린 기업으로 나눠 시장점유율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불황에 마케팅 비용을 10% 이상 늘린 기업은 불황기에 6.68%나 시장점유율이 늘었고 회복기에도 3.83%, 불황 이후 확장기에도 2.22%가 늘어났다. 반면 광고비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10% 미만으로 늘린 기업은 시장점유율이 불황기 1.94%, 회복기 0.31% 늘어난 데 그쳤고 불황 후 확장기에는 되레 1.64%가 줄었다. 마케팅 비용을 삭감한 경우엔 상황이 더 심각해 불황기 당시엔 시장점유율이 2.38% 줄었고 회복기에는 4.09%가 더 줄었다.

 

5) 이처럼 불황 때는 마케팅 활동의 성과가 곧바로 나타나기 어렵지만 불황이 끝난 후 시장점유율이 대폭 늘거나 매출이 증대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연구도 이 같은 결과를 입증해 주고 있다. 김익태 제일기획 마케팅전략본부 본부장은 "소비자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서비스나 제품으로 다가가거나 다른 기업이 활동을 축소할 때 오히려 마케팅 활동을 증가시키는 등 역발상이 더 큰 효과를 내어 불황을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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