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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상하게 생각하고 싸구려처럼 행동하라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21. 18:48

 

<연예인에게 배우는 직장인 성공학>

 

지상렬의 매력은 적기에, 적재적소에서 터져 나오는 그만의 조어(造語). 부적절한 영어 조합어 투성이인 그의 몇 마디는 일순간에 좌중을 휘어잡는다. 서툰 듯 달변인 듯한 그의 말은 흡인력뿐만 아니라 문제 의식에서도 단연 압권이다. 그것이 반짝 인기에 머물렀을 개그맨인 그를, 장수 방송인으로 만들었다. 고수가 넘쳐나는 직장 생활에서 허허실실 전법으로 장수하는 법. 이런 성공과 생존 전략에 대해 얘기해줄 최적임자는 지상렬뿐이다.

케이블채널 XTM '도와주십쇼' 녹화현장. 예고도 없이 찾아간 대기실. 화면에서 볼 때처럼 산만한 덩치에 산발의 머리를 하고 나타난 지상렬의 첫 인상은 좀 무서웠다. 그 얼굴에 그 덩치, 선뜻 다가서기가 쉽지 않았다. 직장인 독자를 위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갓길 방송이나 하는 제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허허. 어려운 인터뷰하려니 투데이가 조금 타이어드 하네요." 자기를 낮추는 의미의 '갓길 방송'과 유머러스한 영어 '투데이와 타이어드'라는 말에 처음 느꼈던 거부감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몇 마디 말로 상대를 끌어들이는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아하 지상렬의 말은 그만의 화법을 살리기 위해 순화시키거나 외래어 표기법을 준수하지 않았다).

그가 말하는 지상렬식 화법의 핵심은 뭘까? 그는 단어 하나를 구사하더라도 핵심을 짚어야 한다고 했다. "압축해서 말하는 게 중요하죠. 뼈대 없이 말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됩니다. 사람들은 상대방이 수천마디를 해도 인상적인 단 한마디만 기억하죠."
지상렬이 핵심을 짚는 함축적인 단어를 즐겨 쓰게 된 것은, 어릴 적부터 즐겨 읽었던 시집의 영향이 컸다. 집이 인천이었던 터라, 그는 서울 출입을 할 때 지하철을 많이 이용했다. 지하철에서는 역에서 산 ‘인천광장’이나 ‘쉼터’ 같은 시가 있는 잡지를 꼼꼼히 읽고 또 외우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시가, 지씨의 화법에 가장 큰 영감을 준 원천인 셈이다.

그가 영어 단어를 자주 활용하는 데에도 남다른 사연이 있다. 그의 영어는 결코 문장을 이루는 법이 없다. 그런 점에서 그는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영어의 달인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기에 적절한 어휘를 동원하는 동물적 감각은 혀를 두르게 한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워낙 영어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때는 브레인이 괜찮아서 단어를 참 잘 메모리했습니다. 'vocabulary 22,000' 이라는 단어집은 까무러칠 때까지 외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듯한 우스운 영어 단어에도 그로서는 십수년간 공들인 품이 묻어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럴까? 그가 영어 단어를 툭하고 내뱉는 순간이면, 사람들은 그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런 만큼 태생적으로 영어라면 거부감을 보이는 방송가조차도 지씨의 화법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하다. 지씨의 설명이다. "신인때 저를 도라이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하지만 전 한번도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욕먹거나 방송 중에 징계를 먹은 적은 없습니다. 선수들은 언제나 수위와 한계를 조절하거든요. 어떨 때는 상황에 맞게 말할 문장을 아예 외우고 기회를 기다린 적도 많습니다."

이처럼 말하기와 자기 처신에 대해 확고한 철학과 자신감이 있는 지상렬이, 만약 직장인이었다면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한마디를 해도 핵심을 전달하는 어휘를 구사하기위해 밤낮으로 공부했던 것처럼, 직장 생활에서도 피나는 노력으로 분명 성공했을 겁니다. 사람들은 지금의 저를 보고 ‘언제 저렇게 떴냐’고 말하지만, 과정 없는 결과는 없는 거죠. 운도 따라야 하지만, 어떤 순간에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말도, 방송도 그리고 일도요. 천천히 가도 기본을 다지면서 자기관리를 잘해나가는 것이 중요하죠. 안 그러면 밧데리가 금방 방전되잖아요."

직장생활에서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말'이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직장인에게 있어 '일을 잘 한다'는 것만큼이나 매력적인 능력으로 꼽힌다. 직장인들은 누구나 비즈니스 현장에서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의 결과가 자신에 대한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성공적인 대화법을 안내하는 수많은 서적들은 '사실 그대로 말하기, 단정적 어투 자제, 상대방 의견 묻기'등의 교과서 적인 조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식상하기만 하다.

반면 지상렬의 말하기 처세 비결을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다. ‘고상하게 생각하고 싸구려처럼 행동하라.’ 간결하고 힘있게 표현할 수 있는 내공을 기르기 위해 평상시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지만, 그것을 드러내지는 말라는 뜻이다. 그가 말의 정직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특이한 화법이 흔한 말장난으로 그치지 않고 성공을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승화돼야 한다는 얘기다. "많이 읽었다면, 그 다음은 솔직함이 중요합니다. 더듬거려도 속에 있는 말을 정직하게 해보세요. 유창한 말솜씨보다는 더듬거리더라도 솔직한 몇 마디가 상대방을 움직이는 데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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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 Lifestyle Report
    글쓴이 : 여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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