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기업 사보에 연재중인 '연예인에게 배우는 직장인 성공학' 시리즈. 이번달은 김구라에 대해 써달란다. 예전에 만난 적도 있고해서 가만히 앉아 찬찬히 기억을 더듬으며, 나름 평가를 하면서 글을 써내려 갔다. 연예인으로서는 이제 메인 MC급이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의 인물은 아니지만 분명 직장인들이 보고 배울 점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정 아니라면, 반면교사라도....
김구라 “막말도 전략이다!”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당신은 참 순진하다. 직장 생활은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성실한 것이 최고라는, 결국엔 정의가 승리한다는 옛 이야기만 믿고 있던 당신은 어느새 사내 비주류, 혹은 비호감으로 분류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직장 생활에서는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쳐지는가’다. 우리는 이것을 이미지, 혹은 평판이라 부른다.
이미지 혹은 평판 관리는 어렵다. 본질을 숨겨야할 땐 더 그렇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쟁의 기술>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자신의 또 다른 저서 <권력의 법칙>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평판은 권력의 주춧돌이다. 평판 하나만으로도 상대를 누를 수 있고, 승리를 거둘 수 있다. 평판에 대한 잠재적인 공격에 유의하고 빌미를 주지 않도록 하라. 반대로 적의 평판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구멍을 내라.”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무조건 좋은 사람’ 노릇을 한다고 해서 훌륭한 이미지나 평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유재석류의 착한 척은 이제, 말 그대로 식상한 캐릭터가 됐다. 아직도 많은 직장인들이 직장 생활이야말로 가식과 위선이 필수라고 여긴다. 그러나 너무 착한(혹은 착한 척 하는) 직장인들만 많아 차별화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직장생활이란 무릇, 조직으로 뭉치되 개인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곳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우리 직장인들은 방송인 김구라를 잘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오랜 무명 생활과 인터넷 방송을 거쳐 공중파의 스타로 부각된 김구라의 성공 요인은 ‘속 시원한 막말’. 가식과 위선을 거부하는 직설 화법이 시청자와 청취자들을 사로잡았다. 착해빠진 연예인들이 판치던 방송가에서 주목받기에 성공한 김구라의 역발상에서 직장인들이 배울 만한 요소는 없을까.
♢착한 척이 과하면 무능해보일 수 있어=프로그램 취재차 들른 방송국에서 김구라를 만났을 때의 일이다.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당신의 직설화법과 비호감 캐릭터에서 우리 직장인들이 배울 점은 없겠냐”고 했다. “어떻게 그런 캐릭터와 이미지로 방송가에서 살아남았느냐”는 게 첫 질문이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인정했다. “하긴, 제 인상이 좀 더럽죠.” 어디 인상뿐인가. 단어 사이사이마다 욕을 섞은 거친 입담에 눈을 맞추기가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는 한마디로 정의했다. “욕먹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착한 척해봐야 궂은 일만 시키잖아요. 시키는 대로 다 해준다고 고맙다거나 미안하게 생각하지도 않을 거면서. 만만하게 보이지 말라는 말입니다. 오히려 싸가지 없어 보이는 사람한테는 중요한 일을 맡기죠. 왠지 능력 있어 보이거든요. 군대에서도 친목 모임에서도 직장에서도 똑같습니다. 너무 착하고 말 잘 듣는 애는 우울해보여요. 우울한 친구는 인생의 걸림돌이에요. 욕먹을 때 먹어도 자기 목소리 내는 사람이 인정받는다니까요.” 착하고 지시에 잘 따르기만 하는 이미지는 오히려 무능해 보일 수도 있다는 그의 일침이다.
♢적당한 까칠함은 약이 된다=평소에 ‘쉽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줄 정도의 까칠함을 유지하라고 김구라는 조언한다.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게 돼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착하게 군다고 선배들이 챙겨줍니까. 그런 거 소용없습니다. 실력이야 다 비슷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누군들 열심히 노력 안합니까. 다 똑똑하고 다 성실하지. 쟁쟁한 분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능력 있어 보이는 것도 진짜 중요하죠. 까칠하다고 욕먹어도 할 말은 하세요.” 직장이라는 곳은 그 어디보다도 강자와 약자,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갈리는 전쟁터다. 능력 있어 보이도록 까칠함을 유지하라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만은 않는다.
실제로 김구라는 까칠한 이미지 하나로 연예계에서 성공했다. 공중파와 케이블 채널에서 진행자로 활약하느라 웬만한 프로그램은 시간이 없어서 출연하지 못할 정도다. “욕설과 독설, 거침없는 패러디가 없었다면 그 치열한 연예계에서 제가 어떻게 살아남았겠습니까. 확실하게 차별화한거죠. 돌이켜 보면 기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또라이짓도 꾸준하게 하면 대접 받나봐요. 물론 제 성격이 원래 좀 그렇기도 하구요.” 자신의 전략을 ‘또라이짓’이라 비하하는 그의 겸손에서 오히려 강한 내공 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까칠할 것인가=‘할 말은 하고 살아라’, ‘비호감 이미지 신경 쓰다 우울해진다’는 식의 막말 전략을 풀어놓다가도 김구라는 “기본적인 성향이 그렇지 않은 분한테는 권하고 싶지 않다”면서 “자연스럽게 막말이 나와야 수위 조절도 되고 상대방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자신의 막말은 툭 내뱉는 것 같지만 상대방의 반응이나 상황에 맞는 말 정도는 미리 생각해둔다는 얘기다. “뭐 하러 일부러 욕 쳐 먹을 짓 하겠습니까. 성향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억지로 까칠한 척하고 막말하면 다 들통납니다. 그러면 피곤해서 못살죠.”
그러면서 김구라는 “사소한 일에 괜한 소리했다가 씹히지 말고 큰일로 덤비세요. 사기로 치면, 몇 백억씩 해먹고 욕먹지 만원 빼먹고 욕먹으면 얼마나 억울합니까. 짜증나는 거죠. 안 그렇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그의 답은 남달랐다. “이왕 막말에 까칠하게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나보다 못한 사람, 억울한 일에 처한 후배들을 잘 챙기세요. 잘나가는 인간들은 잘해줘 봤자 고마운 줄도 몰라요.” 직장 내의 권력구조는 늘 변하기 마련이다. 잘나가던 사람도 한 순간에 내쳐지고 못나가던 사람도 어느 날 기회를 잡는다. 어려울 때 도와주고 챙겨준 사람에게 더 크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대부분 직장인의 인지상정 아닐 런지. 잘나가는 상사에게도 할 말을 하는 사람, 그러면서 힘든 처지에 있는 동료를 마음으로 아껴주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노려보는 것이다. 거칠게 표현했지만, 김구라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런 것 아니었을까.
♢과감하게 말하고 행동하라=김구라식 막말 전략의 핵심은 ‘대담함’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타고난 것과 달리 천편일률적으로 지나치게 소심하다. 남의 돈 받는 처지인 직장인의 위험과 갈등을 피하려는 본능적 욕구에서 비롯된 습관이다. 그러나 김구라가 말했듯 착한 척으로 위장한 소심함의 결과는 그리 좋지만은 않다. 전문 인력으로서의 값어치가 떨어져 보일 뿐 아니라, 남들이 하지 않는 허드렛일만 맡게 될 게 뻔해서다. 소심한 말과 행동은 직장인으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 스스로 장애물을 설치하는 것과 같다.
김구라는 대담하게 말한다. 정치, 경제, 문화를 막론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일개 연예인인 그는 그래서 더 커 보이고, 힘 있어 보인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적절한 시점에 대담하게 내뱉으면 사람들은 당신의 말과 행동에 믿음직스러움을 느낀다. 직장 내에는 대담한 생각을 하는 구성원은 많으나, 그것을 공개할 배짱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것을 말로 표현하는 법을 연습하자. 모두가 공감하는 것을 표현하면 큰 힘이 생기기 마련이다. 긴장과 갈등을 피하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다른 동료들이 마음으로 당신을 지지할 것이다.
♢명분을 내세워라=생각나는 대로 지껄이는 듯하지만 김구라의 말이 설득력 있다는 평가를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대중이 궁금해 하는 것을 묻고, 시청자가 질책하고 싶어하는 부분을 꼬집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는 명분을 내세운 막말을 한다. 대화는 설득의 게임이다. 당신의 좋은 의도를 설명하기보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면 된다. 명분이 생기면 말투가 얼마나 거칠든 간에 사람들은 어떤 자기합리화를 해서라도 당신의 말을 이해하려 들 것이다.
성격이 좋다고, 사람 좋아 보인다고 능력있다는 소리를 듣는 건 아니다. 본래 성격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미지 관리하다 화병만 키우게 된다. 정말 인정받는 사람은 일도 잘하지만 어떤 자리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도 자연스레 자기 할 말을 풀어낸다. 그래서 노력한 만큼 실력만큼 성과를 인정받는다. 김구라는 “다소 표현이 거칠더라도 할 말은 하라”고 주장한다. 비즈니스에서는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 자기 의견을 어떻게 피력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김구라식 이미지 관리의 역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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