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국가의 공식기록인 조선왕조실록에는 간통 사건 기사가 수백 건이 넘는다.
기생을 차지하려고 대로에서 육탄전을 벌인 사대부에서 아버지의 여자와 사통한 패륜아까지 도덕윤리를 하늘같이 떠받들던 사대부들에게도 인간의 본능인 이성에 대한 갈망과 성적 욕망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나보다.
손종흠 방송통신대 교수의 '조선남녀상열지사'(앨피 펴냄)는 실록에 실린 15가지 조선 사대부들의 간통 논쟁을 소개하며 사대부 사회의 이면을 엿본다.
유명한 명재상 황희 정승도 추문에 휩싸였다. 세종실록에는 황희가 좌의정 자리에서 물러나며 올린 상소가 실려있다. 황희를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은 친구 박포의 아내와 간통했다는 추문으로 사헌부의 탄핵을 받았기 때문이다.
1407년 친구 박포의 아내가 황희를 찾아온다. 고려말의 무장이었던 박포는 1400년 2차 왕자의 난을 일으킨 주모자로 몰려 죽음을 당했고 이후 박포의 아내와 가족들은 고향에서 생활하던 중이었다.
노비를 죽이고 도망 중이었던 박포의 아내는 황희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욕정을 참지 못해 젊은 종과 관계를 맺은 것에 이의를 제기하던 노비를 죽였던 것.
황희는 친구의 아내를 토굴에 숨겨줬고 가끔 토굴을 들여다보며 보살피던 중 박포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한다.
이 일은 당시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17년이나 지난 뒤 좌의정일 때 일어난 뇌물수수사건과 얽혀 뒤늦게 구설에 올랐다.
황희의 추문은 이 일을 사초에 기록한 이호문의 가필 논란 등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으나 저자는 "황희가 공무가 아닌 사적인 일에서 사리분별이 분명하지 못하고 정에 치우치는 일이 많았던 것은 사실로 짐작되는 바"라고 말한다.
저자는 "견고한 신분제를 바탕으로 조선은 겉으로는 매우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무리 엄격한 도덕의 잣대와 철저한 신분제를 통해서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이성에 대한 갈망"이라며 "실록에 실린 수많은 간통사건들은 이성에 대한 성적 욕망이 얼마나 강렬하고 맹목적인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280쪽. 1만3천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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