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테크/책방이야기

[스크랩]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코끼리 <모독>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28. 11:00


 

순정한 감동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모독>


이 소설의 제목은 부제가 붙지 않았으면 분명 독자들에게 혼동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모독? 모독이란 그 모독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책 표지에서 보듯 온전한 제목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코끼리 모독”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로마인 이야기>로 잘 알려진 김석희 선생님이 번역하셨다 하니 글맛도 있을 것 같고, 복잡하지 않고 편안한 울림이 있을 것 같아 읽기 시작했다.

출판사 서평에서 “<연금술사>에서 자아의 신화를 보았다면 <코끼리 모독>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소통 그리고 사랑”을 보게 될 것이고 했으나 ‘소통’이란 말은 좀 어렵지 않나 싶다. 차라리 이경희 기자(중앙일보)가 표현한 “따뜻한 사랑의 느낌이 무언지 기억나지 않는다면, 이들에게서 느껴보길 권”할만한 책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듯  싶다.


되돌아보면 초등학교 다닐 쯤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나 학교 앞에서 사온 병아리가 맥없이 쓰러져 싸늘한 주검으로 남게 되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었다. 하지만 내 아이가 사온 병아리가 죽었을 때 나는 아무렇지 않게 비닐봉지에 싸 쓰레기통에 버렸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사람의 감정은 무디어져 가는 것 같다.

이 소설은 <모독>과 그의 친구 <브람>과의 아름다운 인연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출생’에서 시작된다. 결혼 10년 만에 세상에 나온 사내 아이와 잘생긴 아기 코끼리. 둘은 1896년 봄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한날한시에 태어났다. 장소는 3대째 서커스단에서 동물을 조련하는 조련사 요제프 군터스타인의 농장. 남자의 이름은 브람, 코끼리의 이름은 모독이다. 출생부터 운명의 끈으로 묶인 데다 유년시절부터 서로를 아끼고 따르면서 브람과 모독은 깊은 유대감을 쌓는다.


동물과 인간의 순수한 우정을 가로막는 것은 인간의 과도한 욕망이다. 모독을 서커스 하는 코끼리로 키우는 게 소년 조련사 브람의 꿈이다. 그러나 서커스단의 소유주 고벨은 재정난을 이유로 미국 뉴욕의 서커스단에 동물을 팔아넘긴다. 설상가상으로 병에 시달리다 죽음이 가까워 온 아버지는 아들에게 모독을 평생 잘 돌봐 달라고 당부한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브람은 모독이 탄 배에 몰래 오른다.


배가 난파해 바다를 떠돌다가 인도 해안에 이르러 간신히 목숨을 건지는 브람과 모독. 군주의 양자로, 부족의 재간둥이로, 자본가에게 쫓기는 도망자로 자리를 바꾸면서 둘은 ‘믿을 수 없는’ 고난과 모험을 겪는다. 읽다 보면 어느새, 도망치던 코끼리가 총에 맞아 다칠 때 마음이 아프고 붙잡혀 갇힐 때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낀다. “자연은 하나의 목소리를 듣고 거기에 복종합니다. 1만 마리의 새가 호수에서 동시에 날아올라도 서로 부딪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지요. 인간은 자기 목소리만 듣습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부딪칩니다”라는 소설 속 교훈이 가슴 뭉클하게 와 닿는다. 모독과 브람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분개하다가, 그들이 실은 우리 자신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서 부끄러워진다.


김지영 기자(동아일보)가 말한 것처럼 “기교를 부리지 않는 이야기에 처음엔 멋없는 게 아닌가 싶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순정한 감동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다.


 

 

 

 

출처 :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글쓴이 : 이정학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