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테크/승학 이야기

[스크랩] 음주와 뇌졸중의 관계는?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28. 19:10

 

"식사할 때 가끔 술 한두 잔씩 마셔도 괜찮을까요?"

 

뇌졸중에서 어느 정도 회복되어 혼자 병원을 방문할 정도가 된 환자에게서 종종 듣곤 하는 질문이다. 그럴 때면 필자는 『정말 한두 잔만 마실 자신이 있으면 드셔도 괜찮습니다.』라고 답하곤 한다. 필자가 항상 한두 잔 만이라는 단서를 다는 이유는 한두 잔이 계기가 되어 소위 「발동」이 걸리는 예를 어렵지 않게 접하기 때문이다.

 

「그런 일이 걱정된다면 환자들에게 아예 술은 입에도 대지 말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법하지만 필자가 뇌졸중 환자들에게 절대적인 금주를 강요하지 않는 이유는 음주가 반드시 뇌졸중에 좋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흔히 「중풍」이라고도 불리는 「뇌졸중」은 사실 한 종류의 질병이 아니다. 혈관이 막히는 병인 「뇌경색」과 혈관이 터지는 병인 「뇌출혈」을 포함하여 뇌동맥류, 뇌동정맥기형, 모야모야병 등 다양한 종류의 뇌혈관질환을 모두 통칭하여 뇌졸중이라고 한다. 따라서 음주와 뇌졸중과의 관계는 각 질환별로 다루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하지만 한정된 지면에 뇌졸중의 모든 질환에 대해 다루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에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질환인 뇌출혈과 뇌경색에 한정하여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 음주가 뇌졸중 예방에 좋다는 맹신은 금물

 

뇌출혈의 경우 뇌졸중 발병 위험은 음주량에 비례한다. 심지어 아주 조금 마시는 경우에도 전혀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뇌출혈의 발생 위험이 2배가량이나 증가한다. 따라서 뇌출혈 환자는 완전히 술을 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이 지나치게 스트레스가 되어 오히려 혈압이 오르는 등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차라리 적당한 양의 음주를 허용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뇌경색의 경우는 뇌출혈과는 달리 음주가 미치는 영향이 다소 복잡한 양상을 보인다. 술을 전혀 안 마시거나 아주 조금 또는 아주 많이 마시는 사람에 비해 술을 적당히 마시는 사람이 뇌경색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음주량과 뇌경색 발생률과의 관계를 그래프로 그리면 소위 U-형의 분포를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적당한 양」이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 이는 술의 종류, 마시는 사람의 나이, 건강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하루에 소주 1~2잔 이하 혹은 맥주 1병 이하 정도로 보면 적당할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와인 제조회사 등 주류관련 단체들은 마치 음주가 뇌졸중 예방약이나 되는 듯이 다소 과장된 홍보를 하곤 한다. 하지만 음주가 뇌경색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하나의 연구결과를 일반화하여 모든 경우에 적용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실제로 이웃 일본에서 행해진 연구에서는 음주가 뇌졸중을 예방하는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금연, 절주, 식사조절로 뇌졸중 예방

또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는 실제 생활에서 음주가 단순히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호프집, 카페 등에서 친구 혹은 동료와 술을 마실 때를 한 번 생각해보자. 어두컴컴하고 담배연기 가득한 실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모든 사람이 간접흡연에 노출되게 된다. 또한, 평소엔 담배를 피우지 않던 사람도 술자리에선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흔하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술을 마실 때면 안주를 푸짐하게 준비하는 전통이 있다. 때로는 식사인지 안주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다양하고 푸짐한 먹을거리가 안주로 제공되기도 한다. 게다가 술자리에서 먹는 안주 대부분은 오징어, 한치, 육포, 닭튀김, 마른 새우 등 고칼로리, 고단백, 고콜레스테롤이다.

 

 흡연과 고지혈증은 이미 잘 알려진 뇌졸중의 위험인자이다. 음주와 이에 동반된 각종 안주의 섭취는 영양상태의 불균형, 비만을 초래하기 쉽다. 또한,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늦잠을 자고 운동을 게을리하는 등 건전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음주는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흡연, 고지혈증, 비만, 당뇨, 운동부족 등 여러 가지 뇌졸중 위험인자들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따라서 음주 자체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음주가 뇌졸중 발생에 예방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더라도 실제상황에서는 정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조금만 마셔도 될 술을 뇌졸중을 예방한답시고 더 마시는 것은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뇌출혈 환자는 절대 금주

 

결론적으로 뇌출혈을 경험했거나 혈압의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 뇌출혈의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절대적인 금주가 필요하다.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정도의 음주가 특별히 해로울 것은 없다. 하지만, 이는 금연, 적당한 운동, 적정량의 식사 등 건전한 생활이 습관화된 사람의 경우에 한정된다. 또한, 앞으로 더 많은 연구에서 음주의 뇌경색 예방 효과가 확실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술을 안 마시던 사람에게 뇌경색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술을 권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석민 명지성모병원 신경외과

대한보건협회 절주전문지 '건강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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