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를 불편하게 만드는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채권가압류
친하게 지내는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오랜 만에 전화를 받았다. 안부인사를 건네왔지만 벌써 전화목소리가 안정되어있지 못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본인의 법률문제 때문에 감정이 흥분되어있는 상태였다.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법에 무지한 사람들로서는 이런 문제로도 불안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적어본다.
이 의사선생님의 고민은 법원으로부터 갑자기 날라온 한 통의 채권가압류결정문 때문이었다. 법원으로부터 문서를 받은것 자체가 찜찜한 일인데, 봉투를 열어보니 채권가압류결정문이라는 제목하에 이 의사선생님이 제3채무자로 표시되어있었다고 했다. 채권자, 채무자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인데다가 이런 사람들과 아무런 채권, 채무관계도 없는데, 채권가압류결정문상 "채무자"라는 사람에게 마치 이 의사선생님이 임대차보증금을 내 줄 것이 있는데 이 채무자의 채권자라는 사람을 위하여 채무자에게 보증금을 내 주지 마라는 취지로 가압류결정문에 기재되어 있어, 혹시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뭔가 불미스러운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했다. 급한 마음에 인근 중개업소에 가서 물어보았는데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필자에게까지 전화한 것이었다. 이 채무자는 의사선생님이 몇 달 전에 매입한 이 집에서 세를 살다가 이 의사선생님이 이 집을 사서 이사오면서 종전 집주인과의 임대차관계를 정리하고 이사를 나간 사람인데, 아직 이 집에서 주민등록을 이전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이런 가압류가 이루어졌다. 채무자가 주소를 두고 있는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면, 거주형태가 유상의 임대차일 가능성이 상당하고 유상일 경우에는 우리의 임대차관행상 상당한 보증금이 임대인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이 큰데, 이렇게 지급된 보증금은 향후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었을 때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반환받을 권리가 되고, 반대로 채권자에게는 집행할 재산이 되어 이런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해서 가압류가 이루어지게 된다. 결국, 누군가 어떤 건물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다면 해당 건물주에 대해 보증금을 반환받을 권리가 있는 것으로 짐작되면서 채권자로부터 가압류조치를 받게 되는 것이다.
■ 실제와 다른 가압류가 왜 발생할까
이 의사선생님은, 왜 이런 주민등록만을 근거로 법원이 이런 엉터리 가압류를 받아줄 수가 있는지를 의아해했다. 이런 식의 가압류제도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은지 오히려 필자에게 반문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지금과 같은 이런 식의 가압류결정은 현실적으로 부득이할 수 밖에 없고, 개인적으로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채무자에게 돈받을 권리가 있는 채권자로서는 이 채무자가 이 집에 실제로 살고 있는지, 아니면 이사를 나갔는지, 아직 보증금을 받을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다만, 아직 주민등록이 이 집 주소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이런 짐작에 근거해서 부동산등기부상 소유자로 등기되어 있는 사람을 제3채무자로 하여 채무자에게 '임대차보증금 지급할 것이 있다면 지급하지 마라'는 취지의 채권가압류를 신청하는 것이다. 물론, 주민등록을 두고 있다는 정도만으로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권리(채권)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채권가압류를 해 주게 되면, 이 의사선생님의 경우와 같이 실제와는 다른 가압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제3채무자의 지위가 되는 건물주에게 불안감 내지 불쾌감을 줄 수 있지만,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가압류결정을 엄격하게 결정하는 것보다는 보다 쉽게 결정해주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법원의 실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임대차관계를 맺고 있는 것을 소명한 경우에 한해서만 가압류결정이 가능할 수 있다면, 임대차관계를 맺고 있는 사실이 임대차계약서 등을 통해 소명될 수 있어야 하지만 채권자로서는 이런 서류를 쉽게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가압류를 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 결과 채권자의 채권보전에는 큰 어려움을 초래하게 된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가압류 단계에서는 굳이 이런 서류의 제출없이도 일단 가압류를 쉽게 받아 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최소한의 소명에만 근거해서 가압류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가압류가 결정되었다는 자체만으로 마치 법원이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임대차관계를 인정해 준 것이다라는 식의 판단은 옳지않다. 채권보전을 하려는 채권자의 보호를 위해 가압류소명을 완화해서 가압류가 결정되었고,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위 사례와 같이 실제와는 다른 가압류가 비일비재하게 많이 발생한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밝혀진다면 아무런 실익도 없이 가압류 등에 따른 재판비용만 허비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 결국, 임대차보증금에 대해 가압류를 쉽게 받아들이고 있는 현재의 법원실무는 가압류 실익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위험부담을 전적으로 채권자에게 부담케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셈이다.
■ 이런 가압류에 따른 불편은 어떤 방법으로 줄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 현재와 같은 임대차보증금에 대한 가압류시스템하에서 건물주가 가급적 덜 번거롭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이런 가압류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가압류의 단초가 되고 있는 채무자의 잘못된 주민등록을 하루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 실제와 다른 잘못된 주민등록이 있다면, 주민등록법 소정의 절차에 따라 관할 동사무소나 구청을 통해 손쉽게 잘못된 주민등록을 말소할 수 있는 절차를 활용하면 된다.
만약, 이런 실제와 다른 잘못된 가압류결정을 받게 되었다면 가압류한 법원을 통하거나 사적인 방법을 통해 채무자에 대하여 지급할 돈이 없다는 사실을 채권자측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성의있게 설명할 필요할 있다. 만약, 이런 절차를 귀찮다고 방치하게 되면 실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채권자가 건물주를 상대로 계속적인 법적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채무자와 제3채무자간에 임대차관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채무자에 대한 금전지급판결을 채무명의로 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하고, 여의치않으면 제3채무자를 피고로 한 추심금청구소송까지도 제기할 수도 있다. 건물주가 채무자에게 임대차보증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면 추심금소송은 건물주의 승소로 종결되겠지만, 소송의 피고로서 채무를 면하기 위해 방어할 수 밖에 없는 괜한 번거로움을 감수하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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