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소설가가 그러하지만 소설가 김훈 역시 문체와 글쓰기의 개성이 뚜렷하다. 이야기가 군더더기없이 담백하다. 충무공 이순신을 가장 그답게 묘사했다는 생각이다. 공이 가졌던 무인의 정신과 자세를 가감없이 그대로 볼 수 있었고 공의 인품과 언행을 옆에서 지켜보듯 느낄 수 있었다.
이순신이 두려웠던 것은 살의를 가지고 덤벼드는 적이기도 하지만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언제 뒤바꾸어 놓을지 모를 임금과 조정이었다. 성품이 곧고 공정한 무인의 길을 묵묵하고도 충실하게 걸은 자의 칼이 징징징 울어야 했던 때는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다. 모든 사특한 세력들에 대하여 분별없고 가차없이 내쳤던 공의 자세와 신념 앞에 우리의 머리가 숙여지는 이유다. 공은 군율을 지키고 공과를 나누고 상벌을 줄 때 지위고하가 없었다. 잘못하면 벌을 내리고 수고한 자는 상을 내렸다. 수군 진영을 옮길 때마다 뒤따르며 울부짖는 백성을 위한 무한한 애정은 그의 무인다운 마음씀이 무인답게 나타난 것이리라.
지금 이 시대 충무공들은 자신의 칼이 징징징 울며 자신도 따라 울고 있을 것이다. 도무지 합당하지도 옳지도 않은 세력들이 모여 휘둘려 놓는 해악의 모습들을 무참히 지켜보며 각자의 칼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왜란 전 일본 정세를 엇갈리게 보고했을 정도의 지독한 당쟁이 일던 1592년 임진년 그 때와 별반 경고조차 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IMF 환란을 당한 1997년 당시와 위선의 얼굴로 책임없는 특권의 옷을 입은 채 공공을 없애버린 자리마다 시뻘겋게 온갖 탐욕을 드러내는 세력들이 득실대는 2007년 정해년이 몇 겹으로 겹쳐진다. 모두가 한 칼에 베어야 할 것들이다.
一揮掃蕩 血染山河 (일휘소탕 혈염산하) 한 번 휘들러 쓸어 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이도다
백성이 만들어 준 큰 칼에 머쓱하게 새긴 이순신의 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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