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 자산관리 시대, GA가 뛴다
다양한 금융상품 통해 재무설계 “마치 은행 PB 고객이 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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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목동에서 남편과 함께 인테리어 매장을 운영하는 김성은(43)씨는 최근 ‘자산관리 재무설계’를 받았다. 동갑내기 시누이가 추천해준 보험사 재무설계사 (FC·financial consultant)를 통해서다. 첫인사와 함께 재무설계사가 건넨 명함엔 그러나 예상 외로 대형 보험사 소속이 아닌 ‘FN스타즈’라는 생소한 회사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김씨 가정의 수입과 지출 등 재무구조에 대해 설명을 들은 재무설계사는 먼저 김씨와 남편, 그리고 아이들 이름으로 되어 있는 각종 보험에 손을 댔다. 월수입 450만 원에 보험료만 114만 원이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 명의의 종신보험·상해보험·건강보험·운전자보험과 김씨와 아이들 명의로 가입한 화재보험·연금보험·암보험·교육보험 등을 꼼꼼히 살피던 재무설계사는 김씨 가정의 보험을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 그가 권유한 수입 대비 적정한 월 보험료는 40만~50만 원.
재무설계사는 보험료 대비 보장 정도가 낮은 몇 개의 보험을 정리하고 손해보험사의 통합보험 가입을 추천했다. 15만 원짜리 통합보험 하나면 본인과 가족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통합보험은 암보험, 배상책임보험, 자동차보험, 상해보험, 화재보험, 자녀보험 등을 하나의 상품과 각각의 특약으로 묶어 모든 위험을 종합적으로 보장하는 상품으로, 각 보험에 따로 가입하는 번거로움이 없는데다 보험료도 저렴하기 때문에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통합보험은 연말 소득공제 혜택은 물론, 금융재산 상속공제 혜택까지 챙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보장 면에서 큰 차이 없이 월 보험료를 50만 원 가까이 줄인 김씨에게 재무설계사는 “남은 자금 중 일부를 펀드에 가입할 것”을 추천했다. 지출액을 줄였다고 해서 이를 생활비에 포함하면 보험 리모델링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삼성증권과 미래에셋, 동양종금 등 다양한 증권사의 상품을 비교하며 김씨의 투자 성향을 분석했다.
선진국에선 GA가 자산관리 대세
각기 다른 보험사의 상품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펀드까지 추천받은 김씨가 “마치 은행 PB(Private Banking) 고객이 된 기분”이라고 말하자 그는 “은행의 PB가 부유층을 상대로 한 자산관리 재무설계를 한다면 우리 같은 종합금융판매회사(GA) 소속의 재무설계사는 부유층뿐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을 고객으로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그가 말한 GA는 General Agency의 약자로, 독립판매법인이라고 부른다. 개별 금융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금융회사와 계약하여 금융상품을 판매 대행하는 판매조직으로, 일종의 금융상품 슈퍼마켓 개념이다. 보험상품뿐 아니라 펀드와 대출상품까지 판매하는, 전자제품으로 치면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각 회사의 기종을 모아 판매하는 하하이마트 정도를 생각하면 된다.
FN스타즈의 김병전 전략기획부장은 “현재 보험상품은 GA 소속 설계사를 제외하면 생·손보의 교차 판매가 불가능하다”라며 “GA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효과적으로 결합해서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여기에 변액보험·펀드까지 결합해 토털 재무설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순 금융상품 판매에 그치지 않고, 은행권의 PB와 마찬가지로 고객에게 최적의 자산배분 전략을 짜주고 안정성과 수익성을 고려해 적절한 금융상품을 골라주는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GA의 출현은 금융권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은 하루에도 몇 가지씩 새로운 금융상품이 나오고 사라지는 등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권의 변화는 금융상품뿐 아니라 판매채널, 영업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진행된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의 국회 통과, 한·미 FTA 체결, 방카슈랑스 4단계 개방 등은 금융시장을 더욱 빠르게 변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2000년 초 태동하기 시작해 2006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GA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고객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상품의 제공과 토털 라이프 케어’를 표방한다. 소비자의 금융 지식 수준이 높아지고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고객의 니즈에 맞는 맞춤 금융상품 판매 및 자산관리를 앞세운 것이다.
토탈FC의 이동욱 전무는 “고객 스스로 인터넷 등을 통해 비교 분석하면서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도 늘었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합리적 방법을 찾고 있다”며 “보험업계에서 오래 종사해온 FC들이 이런 고객의 요구를 간파하고 독립판매법인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또 “GA의 생명은 고객에게 균형감 있는 정보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제시할 수 있느냐, 즉 비교하면서 상품을 선택하게 할 수 있느냐, 더 나아가 고객의 니즈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잘 짜느냐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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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설계를 통한 자신관리의 영역이 대중화되고 있다. 수십억 원 부유층뿐 아니라 보통사람도 컨설팅을 통해 자산관리에 열중하고 있다. 재테크 강의를 듣고 있는 주부들. |
GA로 대표되는 금융자산관리 및 맞춤 금융상품 판매는 이미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사업 모델이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가 14%에 불과한 반면 GA 산하의 독립설계사는 39%에 이를 정도로 활성화되었다.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는 GA와 같은 비전속 채널을 통한 판매 비중이 53%에 이르고 프랑스는 69%, 영국의 경우는 이들 국가보다 상당히 높아 78%에 달한다.
반면 국내 보험시장은 소속된 보험사의 상품만 판매하는 전속 대리점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특수 고용직에 대한 근로자 인정 등으로 비용 부담이 증가하고 방카슈랑스 등 브로커 형식의 판매망이 자리 잡으면서 GA 조직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2004년 3월 설립되어 현재 20개 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한국금융자산관리협회의 이치호 협회장은 “어디까지를 GA사로 볼 것인가 하는 점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현재의 독립판매법인뿐 아니라 은행권과 증권가에서도 독립법인을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그 성장세는 놀라울 것”이라며 “주가가 10% 떨어졌을 때 내 주식은 5%만 떨어지게 하고, 다들 10% 올랐을 때 내 펀드는 15% 오르게 해야 하는 것이 GA에 거는 고객의 기대치”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 고객 ‘맞춤상품’ 요구할 수도
보험상품 판매조직의 성격이 강했던 GA는 2006년 4월 정부의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통과된 이후 펀드 취급 자격증을 소유한 보험에이전트들의 펀드 판매도 가능해지면서 종합 금융자산관리를 표방하고 나섰다. 정확히 말하자면 펀드 판매가 아니라 펀드 가입 권유가 허용된 것이지만 보험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넘어서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 일부 GA의 경우는 은행의 대출 중계업무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통합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GA사들이 법인의 자격으로 펀드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은행의 대출중계가 아닌 금융상품의 판매(권유)도 가능하다. 개인 고객의 금융자산관리를 표방하고 있는 GA에게 자통법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치호 회장은 “일반 수신상품부터 펀드, 보험, 연금까지 모든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의 자산관리부터 재무설계까지 그야말로 ‘찾아가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도 좀 더 편하게 자산의 배분과 관리를 상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금융상품 판매사업이 ▲중산층 고객에 대해 간단한 컨설팅을 제공하며 생명보험, 손해보험, 펀드를 단일상품화해서 파는 사업군 ▲기업체에 대해 퇴직연금과 신탁상품을 판매하는 사업군 ▲자산관리 컨설팅을 하고 그 상담료를 받는 사업군 등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고령화·지식경제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복합형·맞춤형 상품 수요 증가는 금융상품에 대한 고객의 자문 서비스 수요에 부응하는 컨설팅형 채널을 활성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GA 사업군이 커질 경우 거대 보험회사에 대해 고객 스스로 불리한 서비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는 맞춤형 상품을 OEM 주문방식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올 가을에 GA로 독립하기 위해 준비 중인 보험업계 한 지점장은 “과거엔 FC들이 고객과 상담 시 자기 회사 상품만 내보일 수 있어서 정보가 비대칭적이었다”며 “GA는 제3자 입장에서 고객에게 균형감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데다 유통회사이기 때문에 고객 편에 설 수 있어 향후 중산층과 서민층의 합리적인 자산관리를 대변하는 전문업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보험보호법 초안(가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보험플라자가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플라자란 보험요율 협상권을 판매자(GA)에게 주는 제도.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는 고객이라면 이 고객을 위해 GA가 보험사를 상대로 건강보험료를 낮게 책정하도록 협상할 수 있다. FN스타즈의 김 부장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을 GPS로 추적해 이동패턴과 안전 속도 준수 등 운전 습관을 점검해 그 보험요율을 낮추는 제도가 있다”며 “더 나아가 펀드와 예·적금상품, 대출상품, 부동산 투자 등을 고객의 자산과 요구에 맞춰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산되는 중산층 자산관리 시대에 GA가 앞서서 뛰고 있는 모양새다.
은행·증권사도 ‘PB 문턱 낮추기’ 은행권과 증권가에서도 대중화한 PB센터를 새롭게 확충하며 보통사람 잡기에 나서고 있다. 수억 원, 더 낮게는 수천만 원의 금융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PB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PB가 금융자산 5억 원 이상의 부유층을 겨냥한 특화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PB고객 자격조건을 3000만~5000만 원 이상으로 낮게 잡아 향후 부유층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고객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산층 고객의 자산을 증대함으로써 부유층 고객 기반을 확대한다는 전략으로, 우리은행은 이에 따라 지난해 240개였던 PB영업 채널을 464개로 대폭 늘렸다. 신한은행은 얼마 전 전국의 영업점 가운데 45곳을 ‘V라운드’ 영업점으로 선정했다. V라운드 영업점은 기존 영업점과 PB센터를 결합한 중간 개념으로, 이곳의 주 타깃층은 2억∼5억 원대 자산가들이다. 또 이와 별도로 1억 원 이상 고객은 ‘VIP’ 고객으로 분류해 영업점에서 별도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증권사도 은행 PB를 넘보며 자산관리에 합류했다. 우리투자증권은 고객의 자산 증식뿐 아니라 퇴직 준비 및 재산 상속 등 일대일 맞춤형 재테크 방안을 제공하기 위해 ‘PB 전략센터’를 신설했고, 대우증권 역시 자산관리 컨설팅 연구소를 개소하고 다양한 포트폴리오 전략 및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하는 등 차별화한 컨설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PB의 선두주자 격인 삼성증권은 대중적인 PB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인프라를 활용해 일선 창구에서도 고객자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주식 및 부동산 전문가로 이뤄진 자산배분 전략 파트를 신설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
소중한 내 자산관리, 어떤 GA에게 맡길까? 현재 전국적으로 수백 곳의 GA에서 1만여 명의 FC(재무설계사)가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다 보니 GA의 규모나 FC의 능력에 따라 재무컨설팅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소중한 내 자산을 지킬 수 있는, 더 나아가 재산을 늘리기 위해선 제대로 된 GA를 고르는 혜안이 필요하다. ①특정 상품으로 유도하는 GA와 FC는 피하라 일부 회사의 경우 자신들이 전략적으로 미는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결국 투자자에 맞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는 GA의 기능을 무시하는 것이다. 특히 제휴 업체가 적거나, 겉모습은 GA이나 속은 대형 보험사의 직할기구인 곳이 이런 마케팅을 펼친다. ②자본력이 없으면 리스크가 크다 자본력 등 회사의 규모가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회사가 작으면 어쩔 수 없이 1~2곳의 보험사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는 다양한 재무설계를 가로막는다. 또한 자본력이 딸리면 FC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이윤 남기기에 급급해 향후 자산관리 차원의 재무설계와 고객 상담 등이 어렵다. ③내 FC의 자격증을 살펴라 FC에 대한 교육 컨설팅프로그램이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일부 GA는 FC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리 상품이 좋아도 이를 설계하는 사람의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FC의 각종 자격증으로 표현되는데, 요즘 FC들에게 종합자산관리사, 미국 선물거래사, 변액보험판매관리사 등의 자격증은 기본이다. 그것은 교육에 의해 좌우된다. ④고객 관리는 잘 하고 있나 상시적인 고객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 번 가입하면 해지할 때까지 이렇다 할 관리가 없는 일반 보험상품과 달리, 종합적 자산관리는 새로운 상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고객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일부 업체는 CRM, 레터 등을 통해 일상적인 고객 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
2008 03/18 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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