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치 영어 회화 강의료를 내고 수강증을 손에 쥐었을 때는 벌써 영어 고수가 된 양 흐뭇하다. 새벽잠을 떨치지 못해 작심삼일로 끝나고 만 때가 허다한데도, 무서운 습관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런 경험은 한두 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자기 계발에 대한 끝없는 욕망은 남녀를 불문하고 나이마저 초월한 지 오래다. 어떤 조사에 의하면 자기 계발이 필요가 없다는 대답은 1%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사람들은 자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듯하다.
문제는 말처럼 쉽게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현재의 자신보다 외국어도 잘하고, 날씬한 몸매까지 가질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는데 자기 계발의 길은 멀고 험해 보인다. 그 이유의 큰 원인은 ‘절실함’의 정도 차이는 아닐까? 평양 감사도 제가 싫으면 마다한다는 속담처럼 마지못해서 하느냐, 자신의 마음이 동해서 하는 일이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2006년도에 인크루트와 연봉 전문 사이트 오픈 샐러리가 직장인 111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연간 자기 계발 비용이 약 289만원인데, 의무감에 의한 경우는 203만원 선, 자발적인 경우는 292만원 선으로 나타났다.
내가 좋아서 나선 이들은 자기 계발비가 안락한 미래와 자기 만족을 위한 투자인 만큼 아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목표가 확고하면 과정의 고단함은 거뜬히 참아 낼 수 있으니 결과도 좋다.
하지만 누구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한다.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의지는 불타고 있지만 길을 잘못 들어서게 되면 자칫 돈 낭비, 에너지 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가 중국어한다더라 하면 어느새 학원부터 알아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공부든 운동이든 나에게 필요한지의 여부보다는 일종의 유행에 휩쓸리고 마는 문어발식 자기 계발이 신날 리 없다. 하고자 하는 바가 확고하다면 전문적으로 깊게 파고들면 된다. 자기 계발 분야 중 외국어 회화의 뒤를 잇는 답은 담당 업무 관련 직무 교육이었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전문성을 갖게 되면 그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니까 말이다.
자신의 성장을 꿈꾸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왜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는 대부분 시간이 없어서라고 많이들 답한다. 주부는 아이 돌보느라 바쁘고, 회사원은 일에 치여 꼼짝 못한다고 한다.
자기 계발에 성공했거나 꾸준히 이어 가고 있는 이들은 ‘시간은 만드는 것’이라고 다른 주장을 편다. 친구와 커피 마시며 수다떨 때나 화장실에서 멍하니 앉아 있을 때, 출퇴근할 때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다는 것. 분초를 주워 담느냐 못하느냐는 자신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다는데, 쉽지 만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면 자신과 함께할 친구를 찾는 방법을 고려해 본다. 직장 내 소모임이 만들어지고, 품앗이 교육들이 자체적으로 이루어지는 걸 보면 꽤 효과적인 방법이지 싶다. 내 수첩에 남모르게 적힌 계획은 지우기도 쉽지 않은가. 스스로와의 타협을 통해 늘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게 되니까, 뭔가 강제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상대를 통해 자신의 성취도도 비춰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시간의 문제만큼 자기 계발을 막는 요소는 또 하나 있다. 돈이 없어서 자기 계발을 못한다, 혹은 하지 않는다는 경우이다. 당장 먹고 사는 게 급한데 미래를 위한 투자는 엄두도 못낸다는 돈 없는 자들의 이야기는 참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들에게는 자기 계발도 여유로운 자들의 사치로 보일 수도 있겠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에 100% 찬성을 할 수는 없다. 무심히 빠져 나가는 돈의 출처를 점검해 보라 한다면? 술값과 담뱃값, 냉장고에서 물러서 버려지는 채소값…. 계획적인 경제 생활을 통해 얼마간의 돈은 융통할 수 있을지 모르니 너무 낙심하지 말자.
아무리 탈탈 털어도 돈이 없다면 돈이 필요 없는 자기 계발법을 찾아 나서면 된다. 살펴보면 공공 기관을 통해 무료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 세상이 점점 살기 팍팍해지는 건 만은 아니었다. 노동부가 승인하는 강좌를 들으면 수강료를 돌려받기도 하니까 돈이 있어야 스스로를 가꿀 수 있는 건 아님을 알 수 있다.
자기 계발, 쉬운 일이 절대 아니다. 꼭 해야 할 의무 사항도 아니다. 하지만 노력하며 산다는 의미에서 보면 꽤 필요하고, 괜찮은 일이다. 뛰면서 살 수 있다면 지금 느끼지 못하는 보람을 맛볼지도 모르고, 나날이 달라지는 자신을 보면서 인생살이에 신바람이 생길지도 모른다. 한번 뛰어 보면 어떨까.-리빙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