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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자유와 인간적인 삶> / 김우창교수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4. 14. 09:47
 

“비판적 공동체 꾸려 살며 자기 자유 제대로 써야지”

자유를 기초로 한 인간적 삶은 생각하고 비판하는 사회에서 가능

“인생 희생하며 공부하기보다는 공부 통해 인생 경이로움 알아야”


 

인터뷰 / ‘자유와 인간적인 삶’ 펴낸 김우창 교수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인문학자인 김우창(사진) 고려대 명예교수는 새로 펴낸 책 〈자유와 인간적인 삶〉(생각의 나무)에서 ‘자유를 기초로 한 인간적인 삶’이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 가치를 결여한 신자유주의적 삶이나 가치를 강요하는 마르크시즘도 그에겐 대안이 아니다.


그는 생각하는 사회, 즉 ‘비판적 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공동체가 비록 개인을 도덕 규범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비판이 허용된다면 보편적 진리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궁극적인 인간성 실현을 위한 매개로서의 ‘심미적 체험’도 강조했다. 심미적 요소는 사람과 사물에 대한 공감 능력을 확대시키는 등 개체로서의 자기 내면의 개발로 이끈다. 김 교수는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의 글을 따, 심미적 요소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인간관계의 매체가 됨으로써 진정한 정치적 자유의 구성을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를 18일 서울 평창동 자택 부근 커피숍에서 만났다.

 


- 민주화 이후 지난 20년 동안 자유가 확대되었다고 말한다.


>>> 어떤 종류의 자유인지를 물어야 한다. 요즘 정신질환자나 알코올 중독자, 자살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자유를 어떻게 써야 할 지를 모른다. 무엇이 자유인가? 서울대 가겠다고 아우성이지만 이유를 물어보면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해서’라고 답한다. 미국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가서 주변 환경이나 건물 다 보여준다. 그리고 ‘좋으냐’라고 묻는다. 이건 자기 자유를 제대로 쓰는 것이다. 진짜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한번 생각해보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우리 사회는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 명품도 정말 좋아해서 산다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별 이해 없이 사는 것, 우리 사회에서 특히 심하다.


- 신자유주의를 ‘목적이 없는 체제’라고 썼다. 그렇다면 ‘목적이 있는 체제’는 어떤가?


>>> 신자유주의에 대해 비판만 해서는 안 된다. 무엇을 할 것인지 연구해야 한다. 생각하는 사회, 비판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여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목적으로부터 삶이 해방된 사회이다. 사회는 수단을 마련하는 경기장이 되었다. 돈 벌어서 네가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세계를 ‘자기 욕심만 차리는 세상’이라고 비판하면서 ‘남에게 봉사하라’고 말한다. 남에게 봉사를 강요해도 괴로운 사회다. ‘나의 자유의사로써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가 과제의 하나다. 금욕적 혁명가인 레닌은 자기를 억제한 사람이다. 그래서 남을 억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래서 살벌해진다.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네루가 다스린 인도는 제3세계에서 가장 앞선 민주 체제였으나 특권계급의 권리가 많았다. (혁명가들에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억압을 주저하지 않고, 자신들이 스스로 특권세력이 된다는 것이다.


- 신자유주의나 이념의 속박을 넘어 인간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상을 그려 달라.


>>> 정직하고 양심적으로 사는 것이 힘든 사회가 나쁜 사회다. 작은 공동체에서 살아야 한다. 이런 곳에선 거짓말하면 못 배긴다. 세계화의 장점은 우리 생각이 넓어지는 것이다. 넓어지는 세계에서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새도시도 자급자족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좋은 학교에 직장도 가급적 있고 가게도 있어야 한다. 도시계획이 굉장히 핵심적인 문제다. 하지만 우리 도시는 그렇게 만들지 않는다. 장사가 되지 않으니까.


(학교 내신도) ‘우리 동네에서 이 학생 우수하다’는 기준으로 해야 한다. 수십만 명 가운데 우수하다는 그런 의미를 넘어야 한다. (속한 집단의 크기는) 작은데 똑똑하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교육부 원칙이 맞다. 선생도 세계적인 1등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학교가 (그 교사를) 존중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 교사도 동네 속에 있어야 한다. 좋은 선생이라고 하는 (동네의) 막연한 평가가 중요하다.


- 심미적 체험을 통한 인간적 삶의 형성에서 음악을 특히 강조했다. 하지만 요즘은 시각예술의 시대가 아닌가?


>>> 음악은 시간 속에 지속하는 것이다. 시각은 보고 지나는 것이다. 음악은 굉장히 엄격한 구조를 가졌다. 감각적이고 지속적이면서도 엄격한 규칙이 있다. 규칙 속의 자유로운 변조가 이뤄지는 것이다. 음악적 훈련은 학생들이 절제하고 자유롭게 살도록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미술 작품도 두고두고 생각해야 한다.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 위해 자기 노력을 들여야 한다. 물질적 세계와 자기 노력 그리고 감각이 섞여 들어가는 것이 인간 형성에 중요하다. 미술도 (휙 일람하는 것보다) 걸어놓고 보는 것이나 직접 그려보는 것이 더 좋다.


- 심미적 체험은 특권적 체험이라고 썼다. 모두가 체험할 수 있는 길은?


>>>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은 하기 어렵다. 하지만 벗어난 사람도 있다. 금욕주의자나 스님들이 그런 예다. 영국에선 미술관을 가장 많이 가는 계층이 노동자들이다.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미술을 이곳저곳 옮겨 전시해야 한다. 자동차에 싣고 다니면서 보여줘야 한다. 가야금 연주나 서양 고전음악은 정신적 훈련을 시켜 준다. 시골 초등학교를 지을 때 연주가 가능한 강당을 지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또 음악 전공 미취업자들이 시골에서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자연스런 인간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아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괴롭다. (우리 학생들은) 자연을 과학 공부를 위한 재료로 생각한다. 공부하는 데 도움 받기 위해 자연을 공부한다. 거꾸로 자연을 더 잘 알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자연이 얼마나 신비로운가, 경이로운가 이걸 알기 위해 자연 공부를 시켜야 한다. 공부를 통해 인생의 경이로움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 반대로 인생을 희생해 공부한다.


한겨레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출처 : 본연의 행복나누기
글쓴이 : 본연 이해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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