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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들의 미친듯한 영혼이 인간사를 바꿨다 <광기와 천재>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4. 14. 09:47
히틀러, 카프카, 푸코, 나쓰메, 루소, 푸셰…

“인간의 대푯값 지닌” 천재들 9명 내면 해부

“한계상황 내몰아 스스로 삶의 모순 드러내”

 

<광기와 천재>

고명섭 지음. 인물과 사상사·1만6000원

 

 

“아돌프 히틀러에게 삶은 거대한 공포였다.”

아버지는 미혼녀인 소작농의 하녀가 낳은 사생아였다. 비천한 신분이었던 그는 구두제조공 견습생에서 세관공무원이 됐고 초등학교 학력으로 오를 수 있는 최고위직까지 올랐다. 자수성가한 입지전적 인물이었던 그는 출세의지만큼이나 강한 지배욕을 품고 있던 전제군주요 폭군이었다. 히틀러의 어머니는 그가 세번째 결혼한 집안의 23살 연하 가정부였다. 폭군은 어린 히틀러를 초주검이 되도록 채찍질했고 아내에게도 폭력을 휘둘렀다. 삶의 밑바닥에서 출구를 찾던 수줍고 침울했던 히틀러는 미술 쪽에서 희망을 찾았으나 미술아카데미 시험에 두 번이나 낙방하고 절망했다.


그를 바닥의 바닥에서 구해낸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전장 최일선에서 겪어낸 한계체험이었다. 모든 것으로부터 소외당했던 그는 군대조직 속에서 죽음조차 비켜간 저돌성으로 인정받고 마침내 출구를 찾아냈다.


〈광기와 천재〉(인물과 사상사)에서 저자는 그를 압축한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사나운 힘으로 하나의 건설의지와 하나의 파괴의지가 연달아 일어나 파멸적 충돌을 벌인 건 인류사에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인간은 인간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고민을 시작해야 했다.”


프란츠 카프카. 커다란 곤충이 돼 자기 방에서 말라죽는 그레고어 잠자(〈변신〉)나 ‘물에 빠져 죽어라’는 아버지의 명령을 순순히 집행하는 아들(〈선고〉), 끝내 성에 들어가지 못하는 토지측량사(〈성〉) 등 입구도 출구도 보이지 않는 악몽 속의 카프카 소설 주인공들 역시 자수성가한 유대인 아버지, “완력을 휘두르고 고함을 지르고 분노를 터뜨리는 아버지”와 관련된 카프카 자신의 깊은 죄의식이 낳은 산물이었다. 의미를 잘 알 수 없는 카프카 소설의 난해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늪 속에 뿌리박고 있다.


미셸 푸코. “그는 배교자였다. 서양정신이 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믿음의 체계를 조롱하고 더럽히고 거꾸러뜨린 사람이었다. 신념의 뿌리를 뽑아 올려 그 뿌리가 썩었음을 만인에게 알린 사람이었다. 그는 지식계의 무뢰한이었다. 아무리 고상한 진리도, 아무리 고귀한 교훈도 그의 망치를 피해 가지 못했다. 학문세계를 통치하던 모든 권위의 상징물들은 그의 망치질에 산산이 부서지고 철거되었다. 거짓의 바벨탑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역시 난해한 푸코의 내면을 지배한 것은 동성애.


그리고 “당대 최고의 석학도 그의 목소리 앞에 서면 기가 꺾였다”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천재도 “평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불안과의 힘겨운 분투”, “절실한 문제였던 나약함, 부실함과의 혹독한 싸움”을 통해 터져나왔고, 그 근저에 동성애자의 수치와 고통이 있었다.


일본 근대의 문호 나쓰메 소세키도 태어나자마자 양자로 간 어린 시절 기억과 폭군적인 아버지, 영국 유학 때 절감한 서양에 대한 열등의식에 시달렸으며, 그를 해방시킨 ‘자기본위’라는 것도 그 고통의 긴 터널 속에서 단련되었다.


이밖에 세르게이 네차예프, 조제프 푸셰, 장 자크 루소, 마르틴 하이데거 등 모두 9명의 “인간의 대푯값을 지녔다고 판단되는 인간”들, 인간 역사를 바꾼, 서로 다른 의미에서의 천재들을 각각 3명씩 ‘정치적 풍경’, ‘문학적 풍경’, ‘철학적 풍경’으로 나눠 묶었다. 여러 자료들을 토대로 재구성한 ‘고명섭 버전’. 그들은 모두 “극한에 선 인간”, “자신을 한계상황까지 밀어붙이고 그럼으로써 삶의 모순을 스스로 드러내 보였던 인간”이었다.


저자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등장하는 바람둥이 얘기를 하면서 책의 주제를 정리한다. “자기 안에서 그는 자유롭지 못하고 자기 안에서 자기 자신과 불화한다. 불안과 공포는 낮밤없이 그의 영혼을 침탈하고 그에게 휴식의 여유를 주지 않는다. 내면의 평화를 흔드는 주위세계의 가혹한 힘에 맞서 그는 일어서지 않으면 안된다. 바깥세계와의 싸움은 곧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모든 투쟁은 자기투쟁이다. 그는 운명을 탓하기를 그만두고 고통의 근원적 해결책을 찾는다. 고통에서 해방되고 자기자신과의 불화를 극복하는 것, 그것이 말하자면 자유다. 자유를 획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생사를 건 싸움이며 목숨을 건 도박이다. ‘자유의 획득은 오직 생명을 걺으로써만 가능하다.’ 자유의 획득이란 달리 말하면, 세계의 극복임과 동시에 세계와의 화해이고, 자기자신의 극복임과 동시에 자기자신과의 화해다.”


한계상황에 맞선 그들의 속성이 광기이고 천재였다. “광기가 없었다면 천재성도 없었을 것이며, 천재가 아니었다면 광기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을 것이다. 광기는 한계체험까지 자신을 몰아갔던 내적인 충동의 다른 말이다.”


한겨레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출처 : 본연의 행복나누기
글쓴이 : 본연 이해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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