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처증, 의부증 - 김창기
의처증, 의부증 증후군
확산 ‘42세 주부랍니다. 넉달 전 남편이 바람을 피워 간통죄로 고소했다가 용서하고 같이 살고 있습니다. 이후로 남편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참아야지 하면서도 수시로 전화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저녁에 남편이 들어오면 남편 휴대폰을 몰래 뒤져 보기도 하고 남편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번호를 적어 놨다가 확인도 해봅니다. 이런 내 자신이 너무 미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내가 의부증에 걸린 것일까요.’(서울 시내 한 정신과의원 홈페이지의 상담 코너에서) 결혼 5년을 갓 넘긴 주부 박모(33ㆍ서울 관악구 신림동)씨에게 위기가 닥친 것은 작년 말부터. 대학 시절 만나 열애 끝에 결혼했지만 요즘 들어 남편(35ㆍ자영업)이 의심이 많아진데다 폭언과 폭력까지 행사하자 최근 변호사를 찾아 이혼 상담을 했다. 평소 바람기가 많은 남편은 작년 말 대학 남자 동창생이 아내 박씨 휴대폰으로 ‘연말 동창 모임에 참석하라’는 전화를 한 이후 수시로 집으로 전화를 걸어 박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아파트 경비원과 잠시 말을 나눠도 “너 바람 피웠지?”라며 동네 망신까지 시킨다는 것이다. 의처증(의부증) 혹은 그와 유사한 증상으로 고민하는 중년이 크게 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성(性) 개방 풍조가 빠르게 확산되면서“혹시 내 아내가(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번민에 휩싸인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외도ㆍ불륜(不倫) 등 배우자 부정(不貞)행위 증가, 불륜 미화(美化) 등 대중매체에 의한 왜곡된 성 의식의 무분별한 확산, 이성 접촉을 손쉽게 하는 휴대폰ㆍ인터넷 채팅 등 정보통신매체의 발달,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에 따른 남성과의 접촉 증가 등이 주요 원인들로 거론된다. ● 아내 구타 32%가 의처증 때문 ▲ 이혼하기위해 서울가정법원내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 전문가들은 이혼의 20%정도가 의처(부)증과 연관돼있는것으로 본다. 과거 의처(부)증은 정신분열증(전체 인구의 1% 정도로 추산)보다 훨씬 적은 전체 인구의 0.1~0.2% 정도로 추산됐다. 그러나 요즘 정신과 전문의들은 부부 100쌍 중 5쌍 정도가 이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추정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부부클리닉 ‘후’의 김병후 원장은 “배우자가 바람피운 사실이 전혀 없는 데도 의심하는 ‘엄밀한 의미의 의처(부)증’보다는 배우자의 부정이 있을 개연성이 있을 때 생기는 ‘의처(부)증 증후군’이 훨씬 많다. 의처(부)증 증후군은 의학적 의미의 의처(부)증과는 구분되지만 나타나는 증상과 심각성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의처(부)증에 의한 이혼상담은 여성의 경우 76건으로 제6호 사유(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전체 상담 건수의 43.5%에 해당)의 4%, 남성의 경우 9건으로 2.6%를 차지했다. 그러나 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의처(부)증은 70% 정도가 폭력을 동반, 통계 처리에서도 대부분 폭력으로 잡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수십배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정폭력상담소가 2000년 8월~2001년 10월 상담한 가정폭력 340여건 중 남편이 아내를 구타한 이유는 의처증이 32%로 가장 많았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00년 조사에 따르면 남편에 의한 부인 폭력은 72만8000가구(전체 1300만 가구의 5.6%)에 달했다. 정확지는 않지만 두 통계를 유추해 해석하면 전체 가구의 1.73%에 해당하는 23만3000가구에서 남편이 의처증으로 인해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여기에는 엄밀한 의미의 의처증보다는 의처증 증후군에 의한 폭력이 대부분일 것으로 보인다. 의처(부)증 증후군은 대개 35~55세 중년에서 발병하며 여자보다 남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먼저 배우자를 의심해 수시로 전화를 하게 되고 때로는 도청하거나 미행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해 배우자에게 부정을 실토하라고 추궁하며 때로는 폭력을 사용한다. 또한 일상적인 일들, 예를 들면 부인이 길을 가다가 이웃집 남자와 인사를 한다든가, 집에 잘못된 전화가 걸려오든가, 심지어 세수하는 행동까지 부정한 행동과 연관시키며 폭언을 퍼붓기도 한다. 이밖에 정신과 의사들이 말하는 의처(부)증 증후군의 양상은 다양하다. 한 고교 물리교사(47)는 부인의 외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차를 집 주차장에 주차할 때 바퀴를 조금 틀어 놓았다가 귀가 후 차 바퀴의 각도가 그대로인지를 확인하며 부인을 의심했다. 한 여성(37)은 남편의 정액(精液) 양이 이전보다 훨씬 적어졌다며 그게 외도의 증거가 아닌지 의사에게 상담했다. ● 휴대폰 통화내역 조회 줄이어 한 회사원(55)은 “부정한 행위를 한 적이 전혀 없는데도 아내가 단지 내 눈빛이 방탕스럽다, 또는 느낌이 그렇다는 말들로 내 불륜을 기정사실화한 후 무조건 사실대로 이야기하라며 발악한다”고 하소연했다. 한 여성(39)은 “직장동료들과 회식하고 늦었다며 남편이 나를 길거리로 끌고 다니며 고함지르면서 창피를 주었다”고 했다. 당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가정ㆍ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고 호소한다. 국립대 교수인 한 남자(40)는 아내가 외출했다 돌아오면 옷을 벗겨 냄새를 맡고 옷에 구겨진 곳이 있으면 무슨 짓을 했기에 옷이 구겨졌느냐며 못살게 굴었다. 심지어 팬티 검사를 하는가 하면 몸 냄새까지 맡아보고 어떤 놈의 냄새냐며 폭력을 썼다는 것이다. 한 40대 중반 주부는 남편이 퇴근 후 귀가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어떤 여자를 만나 무엇을 하고 왔느냐며 밤새 들볶는 바람에 남편이 수면 부족으로 근무에 지장을 받는다고 했다. 또 그 부인은 남편 직장에 수시로 전화를 해 남편이 직장에서 유명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문명의 이기(利器)인 휴대폰, 인터넷 등이 빌미를 제공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아내가 인터넷 채팅 하는 것을 발견하고 의처증 증후군을 보이는 남편들도 심심찮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전국 70여개 지점에는 매일 통화 내역을 조회하려는 전화나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방은 하루 1~2건, 수도권에서는 3~4건 등 하루 총 100여건 불륜 관련 문의와 방문이 있다”고 말했다. 만연한 의처(부)증 증후군에 대해 정신과 의사들은 “과거와 달리 요즘은 자의든 타의든 의심의 빌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의 부정이 과거보다 크게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다 보니 의처(부)증 증후군인지, 정당한 의심인지 모호해질 때도 더러 있다”고 말한다. 정신의학적으로 사람은 정도 차이가 있지만 누구나 바람을 피우고 싶어하는 내재적(內在的) 욕구가 있으며, 누구나 조금씩은 의처(부)증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위원은 “요즘 의처(부)증 증후군은 더 이상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심각성을 띠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먼저 이혼의 주요한 한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이혼한 유명 여자 탤런트 이모(36)씨도 “의처증 남편과 결혼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이혼하는 부부들의 20% 정도는 의처(부)증 증후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한다. 몇년 전부터 번지고 있는 친자(親子) 확인 유전자 검사도 이같은 세태의 반영이다. 연간 300여건의 친자 확인 검사를 시행하는 ㈜아이디진 정연보 사장은 “검사 결과 30% 정도는 친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돼 일방적으로 의처(부)증만을 나무랄 수 없는 미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의처(부)증에서 발단된 가정폭력, 살인 등 범죄까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 의처(부)증이란? 정신의학적으로 망상장애, 특히 질투형 망상장애로 분류한다. 구체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배우자의 부정에 대해 확고한 신념과 생각, 감정 등을 가진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의처(부)증이란 진단을 내린다. 피해자는 처음에는 자신에 대한 배우자의 사랑이 지나쳐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연세유앤김신경정신과 유상우 원장은 “정상적인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배우자를 의심하다가도 아니라는 증거를 들이대면 이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의처(부)증 환자는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해도 믿지 않고 오히려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증거를 찾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혼하면 증상이 없어지나 재혼하면 다시 발병한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동원 교수는 “환자는 고학력, 상류층에 많아 나름대로 논리가 정연하고 배우자의 부정에 대한 그럴 듯한 증거들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누가 잘 걸리나? 의처(부)증은 성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잘 걸리는 사람으로는 어려서부터 까다롭고 무슨 일이든 그냥 넘기지 못며 곰곰이 생각하거나 지나칠 정도로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 꼽힌다. 다른 사람의 태도나 행동에 대해 예민하고 과장해서 생각하는 사람, 이기적이고 쉽게 앙심을 품으며 불평이 많은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개 융통성이 없고, 남을 잘 믿지 못하며, 참을성이 없다. 논쟁적이고, 타협을 모르며, 작은 실수나 남이 한 행동에 대해 절대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샘이 많고, 독점력이 많은 여성도 마찬가지다. 심리적 상황도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샘이 많은 성격에 열등감까지 겹쳐, 자존심이 손상을 입었을 때 배우자를 의심하게 된다.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싶거나, 동성애적인 경향이 있을 때, 배우자가 마음에 안들 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성장과정에서 부모가 적대적이고 지배적이어서 아이에게 두려움이나 불안감을 느끼게 한 경우, 구박을 많이 받고 자란 경우에도 심리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 어떻게 치료하나? 의처(부)증은 치료가 매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기간 추적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0% 정도는 회복하고 20%는 증상이 감소하며 30%는 변함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최영희 교수는 “환자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를 의사에게 데려가는 일부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치료로는 약물, 정신, 가족, 부부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약물치료는 향정신성 약물을 한달간 투여하면 의심이 줄어든다. 약 복용은 증상 개선에 따라 점점 줄이며 이후 상담 등 정신치료를 한다”고 말했다. 정신치료는 환자들의 특징이 사람에 대한 불신과 열등감이 많다는 점을 감안, 비판이나 설득 대신 단호한 태도로 “나는 당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이해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이보다는 가족, 부부 치료가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2.05.13./ chosun.com/ 김창기 주간조선 차장) |
출처 : Joyful의 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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