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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봄’ 맞으러 경춘선 열차를 타다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5. 13. 14:17

 

울(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로 20여분 거리에 경춘선 화랑대역이 있다. 봄날의 화랑대역은 화사하다. 화랑대 역무실 창을 통해 터질듯 꽃망울을 머금은 진달래가 보인다. 화랑대역 근처 육사연못에 늘어진 수양버들은 파란 잎새를 갓 틔우기 시작했다. 4월이면, 육사 주변엔 벚꽃이 만발해 도심의 상춘객을 유혹한다. 특히 석양에 화랑대역를 바라보면, 타임머신을 탄 듯 환상적인 풍경이 연출된다. 경춘선 화랑대역에는 오래된 연인끼리 오붓한 여행이라면 운치 있어 좋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경춘선 열차를 타고 주말 하루 소풍을 가도 좋겠다.

 

 

춘선 화랑대역은 지난 2006년말 등록문화재 제300호로 지정된 목조건축물이다. 파란만장한 근대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듯, 사관생도처럼 반듯한 건물이다. 건축가 임석재는 화랑대역을 과하지도 부족하지 않고 단정하고 곧은 모습을 담고 있다고 했다. 특히 ‘비대칭적인 대칭의 미덕’이라 해서, 좌우 동형 대칭은 아니지만, 절묘한 좌우배치로 안정적이면서 흥경운 조형성을 띄고 있다 말했다.

화랑대역의 매력은 건축물 자체에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화랑대역 한켠에는 20년간 화랑대역만을 화폭에 담아온 김흥수 화백의 아뜰리에가 있다. 역 맞이방에 전시된 김화백의 작품들은 시내 어느 유명한 갤러리보다 근사하다. 비밀의 화원의 문을 열듯 화랑대역 한켠에 자리잡은 화실에 들어서니, 신비로운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김화백의 아뜰리에는 테레빈유 향이 풍기는 공간에 덜 마른 유화그림과 눌러 쓰다만 물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밀스런 공간에 백발의 신사가 낯선 객을 맞는다. 아뜰리에의 주인인가 싶었더니 김화백의 스승인 전창운 화백이란다. 횡재한 기분으로 아뜰리에의 뒤뜰에서 하얀 캔버스를 배경으로 봄볕을 쬐고 계신 그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울시내에 이런 풍경이 있을 거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화랑대역에선 간혹 옥수수를 훑어내듯 경춘선 열차에서 타고 내리는 병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화랑대역에서 내리자마자 육군사관학교 정문으로 통하는 길이 있어, 병력을 수송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화랑대역에서 경춘선 선로를 따라 펼쳐진 3km의 아름드리 플라타너스길은 서울시에서 선정한 ‘걷고 싶은 길’로 유명하다. 하지만, 진짜 걷고 싶은 길은 육군사관학교 안에 있다. 작년 10월부터 개방된 육사의 정돈된 길을 따라 한무더기의 관람객들이 지나간다. 문민정권 이전엔 이토록 아름다운 길을 걷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성역’이 개방된 것이다. 일반인에게 첫 공개된 육사의 봄풍경이다.

 

면회소에서 방문증을 교부받아 길을 나서면 도서관에서 화랑관(강의실)쪽으로 이동하던 생도들과 반대편에서 오는 생도들이 마주치면서 거수경례를 한다.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이어갈 리더쉽과 인성교육이 이루어지는 이곳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조국에 대한 희생과 봉사정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배우고 있다. 육사박물관 앞에는 故박정희 대통령의 승용차가 전시되어 있고, 월남전 때 수류탄 위로 몸을 던져 부하들을 구한 강재구소령의 동상은 지금이라도 달려나올 듯한 태세를 취하고 있다.

 

육사 범무천에 늘어진 수양버들이 몽환적이다. 연못가에 전시된 곡사포, 6.25남침의 선봉에 섰던 북한탱크와 이에 맞섰던 미군전차 등이 관람 온 어린이들에게는 마냥 신기하다. 화랑대연병장은 대통령이 사열을 받는 곳으로 드넓은 공간이 다소 위압적이다.

육사에서는 본래 광화문에 위치해 있던 사적도 볼 수도 있다. 조선말 대원군은 비변사를 철폐하고 삼군부를 설치해 대궐의 수비와 도성의 순찰 등 군사를 전담시켰는데, 육사 안에 있는 청헌당은 광화문에 있던 삼군부 청사 가운데 하나이다. 1967년 정부중앙청사를 지으면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청헌당 현판에는 강화도조약 때 전권대신이었던 신헌의 낙관이 찍혀있다. 청헌당 처마가 날아갈 듯 경쾌하다. 또한 청헌당 옆에는 오위도총부 도총관을 지내다 스물한살에 죽은 조선 숙종의 여섯째 아들 연령군을 기리기 위한 신도비가 세워져 있어 군사에 관한 역사유적들을 관람할 수도 있다.

 

화랑대에서 바라본 불암산 또한 절경이다. 골프귀재 박세리 선수가 샷을 날리면 불암산 암봉위에 얹을 수 있을 것 같다. 노을이 질 무렵 화랑대에서 바라본 불암산은 노을이 질 무렵 바라본 화랑대역사, 수양버들과 어우러진 수인용탑이 범무천에 드리운 풍경과 함께 화랑대 3경이라 말할 수 있다.

 

 

랑대역에 내리면 육사 외에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조선의 측전무후라 불렸던 중종비 문정왕후의 태릉(泰陵)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생전에 기세등등했던 문정왕후는 태릉 주변에 들어선 사격장과 선수촌 때문에 사후에도 편안히 잠들지 못하는 것 같다. 다행히 작년 11월 태릉클레이사격장을 충북 진천으로 이전한다고 하니, 조금 평안해질까. 지금은 능역복원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중종과 함께 잠들고 싶어 서삼릉에 있는 장경왕후 곁에서 중종을 따로 파내어 강남의 선정릉으로 천장했던 문정왕후다. 하지만, 선정릉이 지대가 낮아 장마철에 물이 나오는 바람에 결국 함께 묻히지 못하고 이곳 솔숲에 자리 잡았다. 능침 주변에 서 있는 향나무들이 외로운 왕후의 무덤을 지키고 있다. 태릉 능침 뒤로 이어진 산자락 끝에는 문정왕후의 아들 명종과 인순왕후 심씨의 강릉(康陵)이 있다. 왕이 되어서도 문정왕후의 회초리를 맞던 명종의 능이어서인지, 마치 어머니의 치맛자락 끝에 숨어있는 것 같다. 
 

글·사진_임은경

 

 

화랑대역
1939년에 근대 양식으로 지은 목조 건물 역사로 육군사관학교 정문 바로 옆에 있다. 1939년 경춘선(성동-춘천 간) 개통과 함께 '태릉역'으로 영업을 시작하였으며 195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보통 간이역은 일자형 평면 위에 '十자형' 박공지붕으로 이루어진 데 비해 비대칭의 삼각형을 이루는 박공지붕이 특징이다. 전면의 출입구에는 2개의 기둥이 세워진 포치를 두었으며 철로변으로 나 있는 출입구에도 포치가 있다. 건립 당시의 원형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동 29-51번지에 있다. 2006년 12월 4일 등록문화재 제300호로 지정되었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Tip 화랑대역 주변엔 매점이나 자판기가 없다. 도시락과 먹거리를 미리 준비하자. 또, 커피를 마시고 싶은 분은 사전에 준비해서 대합실을 카페로 이용하면 좋다.


육군사관학교 연혁
- 1946. 5. 1 남조선경비사관학교
- 1948. 9. 5 육군사관학교로 교명 개칭
- 1950. 6.28 전쟁으로 임시휴교
- 1951.10.30 진해에서 4년제로 재개교
- 1955.10. 4 육사11기 졸업(4년제)
- 1998. 2.28 최초 여생도 입교

 

육군사관학교 이용안내
- 개방요일 : 매주 화요일 ~ 일요일(매주 월요일, 추석, 신정, 설날 제외)
- 관람시간 : 1일 3회 (10:00, 14:00, 15:00)
  * 50명 이상 단체 이용자는 관람시간 제한 없음


- 관람코스 : 육사후문(종합안내소)에서 안내자에 의한 코스별 도보 관람
- 학교소개 영화상영(박물관 강당, 17분 소요)
  1회(09:15), 2회(10:15), 3회(11:15), 4회(12:15)
  5회(13:15), 6회(14:15), 7회(15:15), 8회(16:15)


- 관람 문의 및 방법 : 육군사관학교 인행처에 1주일 전 관람신청 (문서, 전화, 인터넷, 방문) 승인후 관람
- 관람신청/문의 : 육사관광담당자(☎02-2197-6123)  
http://www.kma.ac.kr
- 관람문의 : 노원구청 주민자치과(☎02-950-3027)   http://www.nowon.seoul.kr

 

태강릉 이용안내
- 관람시간 : 09:00 ~ 17:30 (정기휴일: 매주 월요일)
- 관람요금 : 대인 1,000원/소인 500원 65세이상 무료
- 문의 : 태강릉사무소(☎02-972-0370)

 

대중교통이용
- 경춘선(청량리~화랑대~남춘천) 무궁화호 열차 : 왕복 7회 운행, 약 20분 소요
- 시내버스 (육사후문 하차) : 석계역 1155, 1156번   중화동 : 1225번

 

주변 맛집
태릉숮불갈비(02-972-3335)의 원조가 태강릉 맞은편 먹골배밭에 있다.

고개통추어탕(031-572-9544)도 이곳의 별미이다.

 

출처 : 코레일 블로그 "만나세요, 코레일"
글쓴이 : 코레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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