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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생이란 대서사시를 촘촘하게 읊어낸 밀란 쿤데라의 `농담`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5. 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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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명작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에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다

양한 인간의 유형과 그들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역사라는 거대한 수레

바퀴 안에서 개인이라는 조그만 톱니바퀴로 장식이 되어야 했던 이들의 절망과 비

극을 거시적으로, 그러면서도 그들의 내면을 샅샅히 훑어낸 수작이라 여겨집니다.

이 작품 역시 일회용 독서가 아닌, 자주 곁에 두고 접하며 그 맛을 음미하게 될 것

같습니다.  역시 대단한 작가의 인간의 삶에 대한 심연을 파헤친 훌륭한 작품을 접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요. 

 

인물의 이름으로 장이 나누어져 있는, 조금은 독특한 구성으로 시작되어지는 이 책

은 우리 인생 자체가 하나의  사기이고, 연극이다 라는 혹자의 표현처럼 어쩜 우리

인생은 그가 말하고 있는 하나의 농담이 아닐까 하는 상념 속으로 절 몰아넣었습니

다.  우리네 인생이란 게 과연 이 책의 주인공을 비롯 여러 등장 인물들처럼 우리의

의지완 상관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우연의 연속처럼 보이는 한갖 해프닝의 산물일까

에 집중하게 되었지요. 

 

주인공 루드빅의 절망에 저도 깊숙히 공감하면서 이 책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는데

아마도 이 책이 주는 우리 인간 모습의 전반적 반영에 심취해서이기도 하지만 책 곳

곳에서 발견되는 작가의 심오한 철학과 유머에 더욱 깊이 함몰되어서인 듯 합니다. 

그의 사색이 적절한 유머와 더해졌을 때 주는 감동과 심오함은 가히 예술적이라고

여겨지며 깊이 감격하게 되었지요.

 

우리 인간사에 비극적인 만남과 오해, 거기에 편견과 극히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개

개의 견해까지 가세하면 참으로 측량하기 어렵고 끝을 알 수 없는 심연의 아이러니

로 치닫게 되는데 그러한 부조리함 자체가 바로 우리네 인생이란 걸 명확하고, 차분

하게 상기시켜 주는 책인 듯 합니다.

 

시대의 이념이 주는 허무함과 여유를 발견할 여력조차 없이 오로지 하나를 향해 모

두들 앞으로만 향하는 획일성, 거기에 자존을 위해 양심과 우정까지 저버려야 하는

사회상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이념이란 괴물의 본질과 그것으로 인해 철저

하게 붕괴되는 한 인간의 인생은 바로 우리들 과거사, 아니 현재까지의 모습과 별개

가 아니기에 더욱 와 닿았습니다.  이 땅에 이념으로 상처받고, 번민으로 이 시간까

지 고통받고 있는 영혼들이 어디 한, 둘인가요?  그러한 우리의 현실과 맞물려 더욱

이 책을 가슴에 담을 수 밖에 없었지요.

 

또한 농담이 온갖 오해와 편견 속에서 진담보다도 더 진담 같아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인간들의 나약성과 미흡함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었지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 하지만 역시 우리의 인생사가 바로 진한 농담의 나열에 다름아니구나! 를 강하게

느낄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아마 요즘의 허무적인 내 가치관과 딱맞아 떨어진 절묘

한 타이밍에 더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거기에 작금 우리 현실에 만연하고 있는 불행한 결혼생활에 대한 여러가지 부작용(?)

을 반추하면서 이 소설 속의 여주인공 헬레나의 심정이 정확히 짚혀졌습니다.  그녀의

고백이 여자라면 대개가 느꼈을 갈등과 한계라고 정의한다면 너무 독선적인 제 편견

이 되려나요?  하지만 대개의 여자들이 꿈꾸는 결혼과 사랑, 그것에 비해 훨씬 잔인하

고 무력하게 다가오는 현실 사이에서 그녀와 같은 갈등을 한 번쯤이라도 느껴보지 않

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해서는 안되는 것과 마음 속에 피여나는 상념과의 간극이 멀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이성이고 양심이라면, 그걸 실제로 행함은 어쩜 운명일 수도 있고,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뭔가의 조화일 수도 있다는 걸 또 느끼게됩니다.  분명 똑떨어지는 정답치가

없다는 게 우리 인생을 가장 정확히 표현한 게 아닐까 싶으면서 말이죠.  그 누구의 인

생이나 사랑론을 함부로 단죄할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도 싶구요. 

 

이 책에 등장하는 또 다른 여자들 마르케다, 루치에 역시 자신의 의지에서라기보단 생

이 그녀들에게 준 교과서적인 관념 그대로를 따르는 인물들로 묘사됩니다.  그리고 그

들 역시 나약함으로 인생이란 나룻배에 몸을 실고 떠도는 가여운 영혼들로 보입니다.

직접 부딪혀 부서지든, 극복하든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들은 그래서 어쩜 회한이 덜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두 여인들처럼 늘 타의에 의해 자신의 삶을 조정당하는

사람들은 끝없는 갈구만을 �다가 허망하게 삶을 끝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 책은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것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소설임과 동시에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소진할 수도 있음을(바로 주인공 루드빅의 어처구니 없는

복수심에서 비롯된 불륜과 허망한 결말) 우리들에게 인식시키며 진실로 깨여있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또한 이데올로기란 괴물에 자신을 맡기고 진

정한 자기다움을 벗어던진 사람들의 통탄을 통해 우리들의 영혼은 가장 순수한 순간

을 지향한다는 명확한 사실을 재확인시킵니다.

 

순간 순간 떠 오르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 가장 명확한 삶의 지표가

되는 듯 하다가도 그것 또한 그저 농담에 다름아닐 수 밖에 없을 지도 모른단 걸 인식

하게 되고, 그 가운데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대개의 우리들에게 바로 이 책은 그러한

과정 하나 하나마저도 어쩜 진한 농담일 지 모른다고, 그렇지만 역시 우리의 내면의 소

리에 귀기울이는 것(여기에선 추억, 기념물, 상상속의 갈망 같은 것)이 가장 정답에 가

깝다고 들려주는 듯 합니다.  가장 본능에 가까운 것이 가장 인간적인 거란 걸 작가는

우리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출처 : bambi
글쓴이 : 꿈을 가진 여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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