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놀라울 정도로 독창적인 사랑 이야기를 하는 알랭 드 보통은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역사, 종교, 마르크스를 끌어들여, 첫키스에서부터 말다툼과 화해에 이르기까지, 친밀함과 부드러움부터 불안과 상심에 이르기까지 연애의 ...
나의 평가
이 책은..
<아니 그걸 질문이라고 지금 던지는 거야? 그야 물론, 내가 널 사랑하는 이유는 수
백가지라두 댈 수 있지. 하지만 역시 지금 그게 중요한 것 같진 않아~> 가 아니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처음 내게 떠 올랐던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 어떻게 바보같이 이 작가를 내가 여지껏 몰랐던 거지?'
이 작가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의 작품을 읽어본 게 이게 첨이거든요.
그리고 책을 읽어내려가며 그의 사상과, 글 쓰는 솜씨와, 또 그의 박식함과, 바로 그
모두와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말이지요. 그래서 왜 내가
작가 당신을 좋아하는가에 대해선 확실히 열 가지 이상을 말할 수 있겠더라구요. ㅎ
역자후기를 읽어보니 그가 이 책을 쓴 게 불과 그의 나이 25 살 정도였을 때라고 하
던데 '와우! 이런 현학으로 가득찬, 그러면서도 재치 가득하고, 사람의 심리 묘사에
도사라니~'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더군요. 정말 그의 유머와 묘사는 진솔하면서도
독특하고, 또 그러면서도 촌철살인적이라는 표현이 딱입니다.
그만큼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든 아니든 남녀의 만남에서부터 과정,
그리고 비참한 결말까지를 너무도 생생하고도 사실적으로, 아주 적절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비참한 결말이라 표현하는 것은 일종의 <허무적 과장>이라고 봐 주시
구요.
사랑에 빠지는 것부터 사랑의 애매모호함을 깨달게 되기까지의 전 과정이 철학적
분석과 함께, 그러면서도 약간의 지루함을 동반할 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고개
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하는 엄청난 압제를 느끼게 만듭니다. 한 마디로 연애의 목적
과 그 과정에 관한 하나의 보고서라고 할만큼 리차든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많
이 비슷한 서술형식을 지녔다고 보여집니다.
덧붙여 하나하나 집고 넘어가며 친절히 설명해주는 사변의 항해에 우리들을 초대하
는 것이 '이기적 유전자'와 많이 비슷하면서도 우리가 더 많이, 그리고 늘 관심을 가
지고 있는 분야,(과학보단 인문학을 더 좋아하는 순전히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
만요) 다시 말해 우리 모두의 영원한 화두인 '연애'에 대한 이야기라 더 재미있고, 제
관심을 많이 끌었을 수도 있음을 인정합니다. 결국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그
중에서도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우리의 정체성과 가장 많이 닮아있다고 여겨지니까요.
그 밖에도 이 책은 내가 늘 쓰고 싶었던, 내 안의 사유를 따라 의식이 흐르는 대로 자
연스럽게 표현하면서도 위트가 있고, 참신한, 달짝지근하면서도 톡 쏘는 상큼함으로
똘똘뭉쳐진 매력덩어리 그 자체였습니다. 바로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담아 가장 진
실에 가까우면서도 읽는 이들로 하여금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읽는 행위를 사랑할
수 있게 만들고, 또 거기에 감동까지 주는 그런 글을 쓰고 싶거든요. 꿈도 당차게 말
이죠. ㅎ
오랜 시간을 생각하고 정리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나인지라 지금 적고 있는 것만으론
많이 부족하단 걸 나중에 분명 느끼고 또 후회하겠지만 일단 이 순간 제 안에 차오르
는 상념들은 그의 이론과 사변의 상당에 동감하며, 그의 유머를 다 이해했다고 말할
순 없을지라도 그의 위트에 전염되었고, 그것을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것이죠. 물론
그의 현학적인 철학적 예제들이나 인물들에 대한 고찰은 차치하고 말입니다.
그냥 그 '식'의 유머에 전적으로 매혹당했답니다. 이건 어쩜 우리나라 말과 다른 영
어, 또는 다른 외국어의 표현을 어느 정도 이해할 때 느낄 수 있는 느낌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해 보면서요. 어쨌든 이제부터 그의 어투를 좀 흉내내볼까 심각히 고려
중 입니다. ㅎㅎ
마지막으로, 책을 평했던 '보스턴 선뎅디 글로브'에서 그를 "... 영국에서 고전교육을
받은 우디 앨런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표현했던데 저 역시 이 말에 동감을 표합
니다. 그는 바로 그 우디 앨런식의 냉소적 유머를 많이 구사하고 있고, 우디 앨런만
큼이나 재미난 사람으로 보이니까요. 물론 직접 보진 못했지만 느낌이 그렇단 거지
요. 적절한 냉소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카타르시스를 주는 지를 정확히 파악한 사
람 같았고, 그게 바로 이 작가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므로, 물론 전 그의 다른 책도 기회가 닿는대로 구해 읽으려고 합니다. 지금 당
장은 어려울 지라도 다음을 기약하며 꾸욱~ 마음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그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이번 한국 방문 중에서 가장 보람되었던 일 몇 중에 들어갈만큼 정말
그의 작품에, 그의 재능에 단단히 반한겁니다. 정말 세상엔 재능 넘치는 훌륭한 이
야기꾼들이 너무도 많음에 깊이 탄복하면서 말이지요.
출처 : bambi
글쓴이 : 꿈을 가진 여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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