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테크/책방이야기

[스크랩] 전혜린 평전 <불꽃처럼 살다간 여인 전혜린>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5. 15. 19:32

l9788995317365.jpg            l9788995317365.jpg            l9788995317365.jpg

 

 

전혜린이란 이름은 귀에 많이 익었었지만 정작 그녀의 글이나 그녀에 대한 글을 정식

으로 읽어본 적은 그 동안 없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바로 이 평전이 제가

첨으로 그녀에 대해 뭔가 확실히 인식하게 된 단초가 된 셈입니다.  그리고 이제 전 그

녀에 대한 저의 생각을 이렇게 또 정리하고 있습니다.

 

전혜린...  그녀를 요절한 천재라고 부르는 그 이유가 뭘까에 대한 생각을 시작으로,

그러니까 일종의 선입견에 사로잡힌 채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선입견이 이제는 기정사실로 제게 자리매김했다는 강한 느낌과 함께 그녀

가 비록 자신이 여자인 걸 약간의 냉소적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는 걸, 저 또한 이제껏

그런 느낌을 가져왔던 게 사실이었다는 걸 인정하지만 그걸 뛰어넘어 지금은 같은 여

성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는 걸 확신합니다.

 

그녀는 말 그대로 찬란한 언어의 마술사요, 핵심을 찌르는 냉철함과 지성의 요체가

분명한 듯 합니다.  그녀가 표현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저자가 표현한대로 인식의

결정체이자 '언단의장'임을 실감나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녀가 느꼈던 고뇌

의 실체에 대해 거의 상당부분 깊이 공감하며 그녀 안으로 아주 깊숙히 들어갔다 온

느낌으로 일종의 도플갱어를 본 듯한 착각에도 줄곧 빠져있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렇다고 저의 감성이나 지성이 그녀를 따라잡을만큼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지만

그녀의 고민 상당 부분에서 진한 동류의식을 감추기 어려웠던 걸 말하고 싶음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사상과 제가 줄곧 가져왔던 가치관의 흐름이 같은 맥을 지니고 있음을

절감했다는 것과 저 또한 그녀처럼 허무스런 의식과 동시에 세상을 마냥 부정할 수만

없는 가녀린 심성의 소유자라는 걸 말하고 싶음이지요.

 

하지만 결론으로 봤을 때 그녀는 저보다 훨씬 강인했고, 역시 시대의 총아로 명명지

어질만큼의 영민함과 결단력, 그리고 섬세함과 감성을 지녔던 여인이 분명하다 여겨

집니다.  그저 제가 그녀의 어딘가를 닮았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뿌듯함을 느꼈단 것

입니다.  세상에 무수히 존재하는 인물들 중에서 자신과 닮은 구석을 느끼게 해 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그 기쁨을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  더군다나 그

인물이 많은 이들의 찬사 속에 극적인 삶을 살다간 여인으로 추앙받으며 오랜 세월

여러 이들의 가슴에 스산한 추억으로 간직되어 있는 여인이라면 더욱 그러하구요.

 

무엇보다도 그녀에게서 발견한 덕목이라면 그녀의 지칠줄 모르는 탐구심과 학문,

삶에 대한 열정과 세상을 옹골지게 자신만의 눈으로 뚫어보려는 자중자애의 정신,

세상의 부조리와 타협하지 않으려는 기개, 용기와 아울러 그걸 드러내는 실천력, 매

섭게 자신을 향해 파고드는 집중력과 엄격함 등 이루 다 나열하기가 어려울 지경입

니다.  그만큼 그녀는 당연히 많은 이들의 가슴에 아련함을 불러 일으키는 그리움

그 자체이자 우리들의 영원한 이상이 맞는 것 같습니다.

 

또한 그녀가 늘 그렇게 고뇌와 번민으로 자신의 생을 옭죄어온 듯한 차가운 지성과

함께 뜨거운 감성으로 자신의 딸과 동생,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을 향해 퍼붓는 불타

는 열정의 깊이를 보여줄 때 전 한 인간의 전방위적,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능력 앞에

서 실로 놀라움과 경이를 느낄 수 밖에 없었음입니다.  어떻게 그토록이나 완벽할 수

있었는지~

 

물론 그녀에게도 가장 약점이었던 가녀린 심성이 존재하긴 했지요.  그랬기에 현실

에 조화되지 못했던 자신에게, 또는 자신의 꿈이었던 작가로서의 불충분함 앞에서,

또 다른 이유에서 작가와 그 밖에 많은 이들이 유추하듯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을테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갔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녀의 말을 듣

지 못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겁니다.  큰 소리로 외친 것보다도 훨씬 탄탄하고 묵직하게

우리 곁을 맴돌며 그녀의 존재는 영원히 우리 안에 존재할 것입니다.  그녀의 이름을

들을 수만 있다면, 또한 그러려고만 한다면 지성과 감성의 진수, 진짜였던 그녀의 사

상에 깊이 영향 받고 기어히 동화되는 행운까지 얻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

다.  우리에게도 요절한 천재여류, 순수의 지성이 존재했었음을 늘 상기하면서 말입

니다.  

출처 : bambi
글쓴이 : 꿈을 가진 여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