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1982년 라틴 아메리카 대륙이 겪어야 했던 역사의 '리얼리티'와 원시 토착 신화의 마술 같은 '상상력'을 결합한 『백년의 고독』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신작 소설. 90세에 이른 작가가 90세의 노인의...
나의 평가
이 책은..
그의 책 '백년의 고독'의 무게감과 등장인물들의 복잡함에 압박되어 아직까지 그 작품
을 다 읽어내지도 못하고 있는 와중에 가장 최근 작인 동시에 또 다른 그의 유명 작품인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느낌은 뭐랄까요? 이 책에 나온 표현 그대로 세월과 더불어
축적된 '현자'의 진솔한 고백으로 여겨졌다고나 할까요? 아주 편하게, 그러나 행간의
뜻에 유의하려고 노력하면서 후다닥 읽어내렸습니다. 아마도 몇 번을 다시 읽게 될 것
같단 예감과 함께요.
확실히 외국작품들을 읽다보면 우리나라 말과 다른 뉘앙스, 표현에 따른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원전엔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까란 궁금증을 느끼게
만드는 문락, 단어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면 또 어김없이 못 말리는 나의 호
기심이 고개를 들며 제 자신을 괴롭히기도 하지요. 원문을 읽어보고 싶다는 충동감 말
입니다.
그건 그렇구, 전 이 책의 제목에서부터 작가의 의도를 혼자 떠올려보는 스스로의 즐거
움에 빠졌습니다. 말 그대로 이 얘기가 그가 직접이든, 아님 간접이든 경험했던 창녀들
에 대한, 그것도 '슬프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창녀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걸까란 의문부터 시작하였지요. 슬프다고 느꼈다면 과연 무엇이 슬프다는 것인지 거기
에 대해서도 찬찬히 생각을 해 보았구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이건 순전히 저만의 느낌인데요. '슬프다'는 건 절대 창녀들이
슬프다는 게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실체, 내면과 관계없이 사람들이
바라보는 숫자에 불과한 나이먹음에 대한 자신의 슬픔을 표현할 것 뿐이란 걸루요. 아
마도 이 소설에서 작가는 흔히 표현하는 '노병은 죽지 않았다.'를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 보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의 영혼과 육체는 여전히 사랑에 목
말라하는 한 인간의 그것이고, 여기에서 절대 나이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란 거지요. 그러니 그가 표현한 '슬프다'는 그 자신은 절대 슬프게 느
끼지 않는, 보여지는 슬픔에 대한 일종의 비틀기라고 여겨졌습니다.
창녀 역시 자신의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또는 될 수 있었던 모든 여자들을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한 게 아닐까란 제 느낌입니다. 이 세상의 여자들을 표현하기에는 많이
자극적인 어휘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만큼 남과 녀의 사랑에 있어서 직업과 귀천을
떠나 본질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만한 직업이 어디 있을까 싶으면서 말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서로 사랑을 하고, 받고, 나누는 그런 인간들임을 이 소설은 말하고
싶었다고 제겐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직업과 귀천에 상관없이 진정
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구요. 아무런 기대없이 그냥 주고 싶고, 마냥 순수함으로 상
대를 향해 퍼부을 수 있는 우리들의 선한 마음을 표현했다구요. 사실 그렇게 하기란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은 우리 모두가 확실히 인정하고, 그러면서도 그것에 대한
꿈을 완전히 포기하고 있진 않잖아요?
바로 그런 우리의 꿈을 이 작품은 아흔살의 용기 있는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는 거라고
여겨집니다. 젊은 나이보다는 많이 나이든 한 남자를 통해서 우리 안에 존재하는 순수
에 대한 열정과 우리의 희망을 말하고 싶었던 거라구요.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제가
유추하는 것은 굳이 나이든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 한 편으로는 세월의 무게감
을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작가가 묘사하는 것처럼 별 생각
없이, 일종의 나태로 자신의 삶을 무책임하게 이끌어왔던 늙으수레한 남자를 통해 그런
사람도 뒤늦게 발견할 수 있는 희망에 대한 메세지가 더 강한 것이 아닐까란 점이구요.
어쩜 단순히 작가 자신의 회고적인 성질이 더 강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뒤늦게 해 보
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나름대로의 '희망'에 대해 더 무게를 주고 싶네요. ㅎ
그리고 또 하나, 바로 이 소설은 마지막 '추억'이라는 어휘에도 꽤 묵직한 무게감이 서
려있다 여겨집니다. 추억을 간직하는 한 우리 모두는 여전히 숨쉬고, 맥박 뛰는, 어떠
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또 자신의 삶을 사랑해온 한 인간에 대
한 존경의 뉘앙스가 느껴졌습니다. 그 삶이 타인에게는 어떻게 보이던지에 상관없이
말이지요. 어쩜 작가 자신이 자신에게 주고 싶었던 지나간 시간에 대한 진한 향수와
그리움, 그리고 영원히 간직하고픈 아련함이란 걸루요.
출처 : bambi
글쓴이 : 꿈을 가진 여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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