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사 담당자와 헤드헌터들이 말하는 자기소개서의 원칙은 간단하다. ‘100군데 회사에 지원한다면 반드시 100장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라!’. 그만큼 확실한 입사동기와 지원한 회사의 인재상에 자신이 딱 들어맞는 인물임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인사 담당자와 취업전문 사이트 인쿠르트·잡코리아·스카우트·잡링크 등의 헤드헌터가 공개한 ‘베스트·워스트 자기소개서’는 이렇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명료하게 전달한 것’을 최고로 꼽았다.
LG전자 인력개발그룹 이은정 과장은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지원분야에서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잘 나타난 자기소개서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고 말했다.
일에 대한 열정과 회사에 대한 애정을 담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은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상을 소개하면 좋다. 인턴 경험이 있다면 현재 지원하는 분야와의 연관성을 부각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쿠르트의 김현정씨는 “대기업이라면 기업이 요구하는 일정 수준의 학력과 능력의 소유자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격의 장·단점도 있는 그대로 서술할 게 아니라 이러한 성격이 기업문화와 어떻게 조화할 수 있는지 밝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임성호 차장은 “서류전형시 자기소개서의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본인의 개발·연수경험, 특별한 활동 등을 자세하게 밝히라”고 조언했다. 현대기아차는 일반관리는 물론 영업·기술 등 여러 분야의 담당자들로 위원회를 구성, 수만 장의 자기소개서를 한 장도 빠짐없이 읽는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창조성과 도전정신, 글로벌한 시각이 담긴 자기소개서에 높은 점수를 준다. 여기에 일에 대한 열정,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면 금상첨화.
문체는 간결하면 좋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해진 서식이 없다면 분량은 A4용지 한 장 정도가 알맞다.
▲틀에 박히면 퇴짜=최악의 자기소개서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샘플을 그대로 쓴 것이다. 요즘처럼 온라인 지원으로 수만 장의 지원서가 쇄도하는 시대에 인사 담당자들은 전형적인, 어디서 본 듯한 것은 끝까지 읽지 않는다. 맞춤법이 틀리거나 서술이 맞지 않는 문장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잡코리아 김정혜 차장은 “심지어 다른 회사 로고가 찍힌 지원서를 보내오는 사람도 있다”며 “판에 박힌 문장과 내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업에 지원한다면 쾌활한 성격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강조하고 관리나 연구직일 때는 꼼꼼한 성격을 부각시키는 등 차별화해야 한다. 신상 문제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은 금물이다. 회사는 지원자가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는지에 큰 관심이 없다.
자신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능력의 소유자로 표현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진실성이 결여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튀는 자기소개서도 눈밖에 날 수 있다. 파워포인트 등으로 꾸민 수십 장의 자기소개서가 효과를 발휘하는 직종과 회사는 따로 있다. 잡링크 윤태순씨는 “대기업은 지원자가 많기 때문에 지정한 형식에서 벗어나면 오히려 점수가 깎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기소개서]“백수들 도와주면 돈된다”
‘타이어 공기 입으로 주입 가능’(한국타이어 지원용), ‘충돌 실험시 본인 직접 탑승 후 보고서 제출’(현대기아자동차), ‘원자로 안에서 근무 가능’(한전). 제반 특별수당 절대 사양. 의료보험 필요없음. 보너스 수령 거부. 퇴직금 회사에 환원….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자기소개서’를 소재로 한 유머다. 청년실업자 37만명이란 암담한 시대상황을 반영했다.
최근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을 최대한 알릴 수 있는 자기소개서가 ‘구명줄’로 부각되고 있다. 서점에는 자기소개서 관련서적이 봇물을 이루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컨설팅해주는 신종 사업이 성행하고 있다. 소개서 양식을 정보거래 사이트에 올려 수천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자기소개서 등이 제공되는 사이트인 해피캠퍼스에 자료를 올린 신모씨(30)는 지금까지 2년동안 2천여만원을 벌었다.
자기소개서 전문사이트는 30여개. 회원가입비로 1만원 정도를 내면 소개서에 관한 자료 검색이 가능하고 간단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e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개별상담도 하는데 수수료는 건당 5만~8만원 정도. 자기소개서 컨설턴트로는 대기업 인사담당자 출신이 인기를 끈다.
네이버 지식검색 코너에서도 ‘자기소개서’는 인기 검색어로 꼽힌다. 자기소개서란 단어만 들어있으면 10만건의 조회수는 간단히 뛰어넘는다. 이렇다보니 인터넷에 ‘자기소개서 고수(高手)’도 많다. 네이버의 한 네티즌(lyongsoo)은 “내가 사장이라면 어떤 인재가 필요한 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야 한다”며 “인사팀이나 임원들의 채용 방침은 거의가 비슷하니 우선 창의성과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임을 강조하고 식사를 잊을 정도로 몰두할 수 있는 마음자세를 잘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넷사이트 ‘자기소개서114’의 한 컨설턴트는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이 수시모집으로 경력자 채용을 선호하면서 자기소개서 비중이 커지기 시작했다”며 “최근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자기소개서 자문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남 취직시켜주는 재미로 살죠”
전주에 살고 있는 오승진씨(30)는 레포트월드에 자기소개서 자료를 제공해 8백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자료 한 건당 수수료가 1,000~2,000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고수익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한번 자료를 올린 후에는 별다른 수고가 따르지 않는다.
오씨는 “취업을 앞두고 자기소개서 작성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다양한 예문이 들어있는 자기소개서를 소개하면 호응이 클 것 같았다”고 말했다. 2002년 이러한 생각을 실행에 옮겨 인터넷에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용자 중 가끔은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덕분에 취업에 성공해 고맙다’는 e메일을 받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오씨의 자기소개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회사·직종을 고려해 자기소개서의 다양한 형식과 예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A4용지 20여장 분량으로 취업 응시자의 상황에 따라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는 평이다. 오씨는 “생생한 예문을 얻으려고 노동부에서 취업교육을 받은 친구로부터 공무원 응시자에게 알맞은 자기소개서를 받기도 하고,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의 자기소개서를 참고하며 작성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관련서적과 인터넷에서 제공되고 있는 다른 자기소개서를 다시 가공하기도 했다.
그는 “자기소개서에 관한 자료가 넘쳐나면서 비슷비슷한 내용을 베껴 사이트에 올리는 사람이 많다”며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 이용해야지 그대로 옮겨쓰다가는 오히려 점수가 깎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기소개서에 ‘통달’한 오씨지만 정작 취업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취업을 위해 단 한 장의 자기소개서도 써본 적이 없다. 전주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거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기소개서]이정도면 합격할까?
-실업난 뚫고 5곳 합격 권헌진씨-
대우인터내셔널 신입사원 권헌진씨(27)는 지난해 12월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무려 5개 회사에서 최종합격 통보를 받고 어디로 갈지 배부른 고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권씨의 구직활동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연세대학교 독어독문과 96학번인 권씨는 지난해 8월 대학교를 졸업했다. 일자리를 찾기 시작한 건 지난해 4월부터다. 900점이 넘는 토익 점수와 8개월 간의 영국 어학연수, 거기다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까지. 권씨는 이 정도 이력이면 어렵지 않게 취직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처음 지원한 회사는 유명 대기업.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존경하는 인물에 ‘마르크스’라고 썼다. 면접에서 면접관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왜 마르크스를 존경하는지’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 없었다. 당연히 떨어졌다.
“처음에는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기’였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고 말하면 될 줄 알았거든요.”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기를 수차례. 권씨는 ‘왜 떨어질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자기분석’을 했다. 권씨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성격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가장 난감한 부분이 ‘본인 성격의 장·단점을 쓰라’는 항목이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에 검사 결과를 요약해 쓰고 이 성격이 지원분야와 어떻게 융화될 수 있는지를 분석해 덧붙였다. 면접관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권씨는 면접관련 책자도 부지런히 살폈다. 면접시 예상 질문을 꼼꼼히 생각해 그 답변을 기본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면접관이 실제 인물을 만나 보고 싶도록 만들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다음 취업에 성공해 회사에 다니고 있는 학교 선배들을 찾아가 조언을 들었다.
권씨는 60번 정도 입사지원서를 냈다. 자기소개서도 60번 썼다. 한번도 똑같은 자기소개서를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시간은 길어야 2~3시간이지만 준비기간은 며칠이 걸렸다.
회사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본 후 관련 책자를 찾아 읽어보고 지인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업정보를 모두 모았다. 모 기업체의 교육기관 공채를 준비할 때는 기업교육관련 논문만 10편을 찾아 읽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노력을 A4 한장짜리 자기소개서 안에 녹여냈다.
“자기소개서를 소개하는 책에 잘된 예문이 나오잖아요. 처음에는 그것 보고 감탄했는데 나중에는 내 글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죠.” 권씨는 쑥스러운 듯 말했다.
졸업하고 나서는 마음이 초조해졌지만 무작정 지원하지는 않았다. 한 곳을 지원해도 온 힘을 기울였다. 가을이 되면서 면접 횟수가 조금씩 늘어났다. 면접 전에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다시 읽고 예상 질문을 뽑아 대비했다.
권씨는 “면접관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면접관을 감동시키겠다는 마음이 중요하죠”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해서 5개 회사에 동시합격했다. 권씨는 고민 끝에 지금의 대우인터내셔널을 선택했다. 자신의 특기인 영어와 독일어를 살려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
[자기소개서]4명중 1명은 거짓말 한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꼭~.’
취업용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적지 않은 사람이 입사동기, 자신의 장·단점 등에 거짓말을 섞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미디어다음(www.daum.net)을 통해 ‘자기소개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명 중 1명은 “거짓말을 한다”고 털어놨다.
‘구직시 자기소개서에 거짓말을 하신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946명) 중 9.8%가 ‘필요하다면 없는 사실도 꾸민다’고 답했고, ‘들통나지 않을 만큼’이란 응답은 15.2%였다. 둘을 합하면 25.0%에 이른다. 취업을 위해 애교섞인 거짓말부터 전혀 없는 사실을 새로이 꾸며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대부분은 그러나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살을 붙이는 정도였다. ‘사실을 바탕으로 포장하는 정도’란 응답자가 51.2%로 절반이 넘었다.
‘전혀 안한다’는 결백형은 전체의 23.8%를 차지했다.
‘만약 자기소개서에 약간의 거짓말을 섞는다면, 어느 부분에서 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1,487명)의 절반 이상이 ‘입사동기’(58.8%)라고 답했다. 적성보다는 취업이 우선이고, 수십차례 업종이나 기업을 바꿔가며 지원하다보면 자연 입사동기도 바뀌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장·단점’(16.1%), ‘성격’(8.4%), ‘가정환경’(8.2%), ‘대인관계’(5.5%), ‘취미’(3.0%) 순이었다.
[자기소개서]자필에서 파워포인트까지
‘저는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기소개서의 모범 답안은 이런 식이었다. 요즘 같으면 아무리 성적이 우수한 지원자라도 퇴짜맞기 십상이다.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은 물론 내용과 형식도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다.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기업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입사시험을 치르지 않는데다가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자를 선호하고, 수시채용을 하게 되면서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판단근거가 됐기 때문.
학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던 과거와 달리 지원자의 전문성과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적인 변화도 한 몫을 했다. 입사 당시 제한을 뒀던 ‘학력·연령’ 파괴나 다양한 면접방식 도입 등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컴퓨터의 등장으로 만년필로 정성스럽게 쓰던 ‘자필(自筆)’이 없어진 것. 80년대까지만 해도 글씨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돼 입사지원 당시 자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요구됐을 정도다.
그러나 요즘은 한번 작성한 글을 컴퓨터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긁어다가’ 지원하는 회사에 따라 내용을 바꾸는 식이다. 아예 온라인 지원서만 받는 곳도 많아졌다.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처럼 파워포인트를 사용, 그래프와 사진을 섞어 작성하는 지원자도 늘고 있다. 또 과거에는 겸손함이 미덕으로 여겨져 자기표현에 소극적이었지만 ‘자기 PR시대’로 넘어오면서 당돌할 정도로 자기능력을 최대한 강조하는 것이 중요시되고 있다.
문장 형식도 1인칭 서술체가 아니라 인사 담당자에게 편지를 쓰듯, 또는 자신을 3인칭 시점에서 표현하는 등 다양해졌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인사 담당자와 취업전문 사이트 인쿠르트·잡코리아·스카우트·잡링크 등의 헤드헌터가 공개한 ‘베스트·워스트 자기소개서’는 이렇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능력과 열정을 명료하게 전달한 것’을 최고로 꼽았다.
LG전자 인력개발그룹 이은정 과장은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지원분야에서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잘 나타난 자기소개서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고 말했다.
일에 대한 열정과 회사에 대한 애정을 담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은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상을 소개하면 좋다. 인턴 경험이 있다면 현재 지원하는 분야와의 연관성을 부각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쿠르트의 김현정씨는 “대기업이라면 기업이 요구하는 일정 수준의 학력과 능력의 소유자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격의 장·단점도 있는 그대로 서술할 게 아니라 이러한 성격이 기업문화와 어떻게 조화할 수 있는지 밝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임성호 차장은 “서류전형시 자기소개서의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본인의 개발·연수경험, 특별한 활동 등을 자세하게 밝히라”고 조언했다. 현대기아차는 일반관리는 물론 영업·기술 등 여러 분야의 담당자들로 위원회를 구성, 수만 장의 자기소개서를 한 장도 빠짐없이 읽는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창조성과 도전정신, 글로벌한 시각이 담긴 자기소개서에 높은 점수를 준다. 여기에 일에 대한 열정, 따뜻한 인간미가 느껴지면 금상첨화.
문체는 간결하면 좋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해진 서식이 없다면 분량은 A4용지 한 장 정도가 알맞다.
▲틀에 박히면 퇴짜=최악의 자기소개서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샘플을 그대로 쓴 것이다. 요즘처럼 온라인 지원으로 수만 장의 지원서가 쇄도하는 시대에 인사 담당자들은 전형적인, 어디서 본 듯한 것은 끝까지 읽지 않는다. 맞춤법이 틀리거나 서술이 맞지 않는 문장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잡코리아 김정혜 차장은 “심지어 다른 회사 로고가 찍힌 지원서를 보내오는 사람도 있다”며 “판에 박힌 문장과 내용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업에 지원한다면 쾌활한 성격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강조하고 관리나 연구직일 때는 꼼꼼한 성격을 부각시키는 등 차별화해야 한다. 신상 문제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은 금물이다. 회사는 지원자가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랐는지, 어떤 취미를 갖고 있는지에 큰 관심이 없다.
자신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능력의 소유자로 표현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진실성이 결여돼 보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튀는 자기소개서도 눈밖에 날 수 있다. 파워포인트 등으로 꾸민 수십 장의 자기소개서가 효과를 발휘하는 직종과 회사는 따로 있다. 잡링크 윤태순씨는 “대기업은 지원자가 많기 때문에 지정한 형식에서 벗어나면 오히려 점수가 깎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기소개서]“백수들 도와주면 돈된다”
‘타이어 공기 입으로 주입 가능’(한국타이어 지원용), ‘충돌 실험시 본인 직접 탑승 후 보고서 제출’(현대기아자동차), ‘원자로 안에서 근무 가능’(한전). 제반 특별수당 절대 사양. 의료보험 필요없음. 보너스 수령 거부. 퇴직금 회사에 환원….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자기소개서’를 소재로 한 유머다. 청년실업자 37만명이란 암담한 시대상황을 반영했다.
최근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한 수단으로 자신을 최대한 알릴 수 있는 자기소개서가 ‘구명줄’로 부각되고 있다. 서점에는 자기소개서 관련서적이 봇물을 이루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컨설팅해주는 신종 사업이 성행하고 있다. 소개서 양식을 정보거래 사이트에 올려 수천만 원의 수입을 올리는 사람까지 생겨났다. 자기소개서 등이 제공되는 사이트인 해피캠퍼스에 자료를 올린 신모씨(30)는 지금까지 2년동안 2천여만원을 벌었다.
자기소개서 전문사이트는 30여개. 회원가입비로 1만원 정도를 내면 소개서에 관한 자료 검색이 가능하고 간단한 조언을 받을 수 있다. e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개별상담도 하는데 수수료는 건당 5만~8만원 정도. 자기소개서 컨설턴트로는 대기업 인사담당자 출신이 인기를 끈다.
네이버 지식검색 코너에서도 ‘자기소개서’는 인기 검색어로 꼽힌다. 자기소개서란 단어만 들어있으면 10만건의 조회수는 간단히 뛰어넘는다. 이렇다보니 인터넷에 ‘자기소개서 고수(高手)’도 많다. 네이버의 한 네티즌(lyongsoo)은 “내가 사장이라면 어떤 인재가 필요한 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야 한다”며 “인사팀이나 임원들의 채용 방침은 거의가 비슷하니 우선 창의성과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임을 강조하고 식사를 잊을 정도로 몰두할 수 있는 마음자세를 잘 표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넷사이트 ‘자기소개서114’의 한 컨설턴트는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이 수시모집으로 경력자 채용을 선호하면서 자기소개서 비중이 커지기 시작했다”며 “최근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자기소개서 자문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남 취직시켜주는 재미로 살죠”
전주에 살고 있는 오승진씨(30)는 레포트월드에 자기소개서 자료를 제공해 8백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자료 한 건당 수수료가 1,000~2,000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고수익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한번 자료를 올린 후에는 별다른 수고가 따르지 않는다.
오씨는 “취업을 앞두고 자기소개서 작성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다양한 예문이 들어있는 자기소개서를 소개하면 호응이 클 것 같았다”고 말했다. 2002년 이러한 생각을 실행에 옮겨 인터넷에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용자 중 가끔은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덕분에 취업에 성공해 고맙다’는 e메일을 받기도 한다”고 자랑했다.
오씨의 자기소개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회사·직종을 고려해 자기소개서의 다양한 형식과 예문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A4용지 20여장 분량으로 취업 응시자의 상황에 따라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는 평이다. 오씨는 “생생한 예문을 얻으려고 노동부에서 취업교육을 받은 친구로부터 공무원 응시자에게 알맞은 자기소개서를 받기도 하고,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 입사한 친구들의 자기소개서를 참고하며 작성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관련서적과 인터넷에서 제공되고 있는 다른 자기소개서를 다시 가공하기도 했다.
그는 “자기소개서에 관한 자료가 넘쳐나면서 비슷비슷한 내용을 베껴 사이트에 올리는 사람이 많다”며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 이용해야지 그대로 옮겨쓰다가는 오히려 점수가 깎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기소개서에 ‘통달’한 오씨지만 정작 취업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취업을 위해 단 한 장의 자기소개서도 써본 적이 없다. 전주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거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기소개서]이정도면 합격할까?
-실업난 뚫고 5곳 합격 권헌진씨-
대우인터내셔널 신입사원 권헌진씨(27)는 지난해 12월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무려 5개 회사에서 최종합격 통보를 받고 어디로 갈지 배부른 고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권씨의 구직활동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연세대학교 독어독문과 96학번인 권씨는 지난해 8월 대학교를 졸업했다. 일자리를 찾기 시작한 건 지난해 4월부터다. 900점이 넘는 토익 점수와 8개월 간의 영국 어학연수, 거기다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까지. 권씨는 이 정도 이력이면 어렵지 않게 취직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처음 지원한 회사는 유명 대기업.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존경하는 인물에 ‘마르크스’라고 썼다. 면접에서 면접관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왜 마르크스를 존경하는지’ 논리적으로 답변할 수 없었다. 당연히 떨어졌다.
“처음에는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기’였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쓰고 말하면 될 줄 알았거든요.”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기를 수차례. 권씨는 ‘왜 떨어질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자기분석’을 했다. 권씨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성격검사를 통해 자신의 성격부터 알아보기로 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가장 난감한 부분이 ‘본인 성격의 장·단점을 쓰라’는 항목이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에 검사 결과를 요약해 쓰고 이 성격이 지원분야와 어떻게 융화될 수 있는지를 분석해 덧붙였다. 면접관들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권씨는 면접관련 책자도 부지런히 살폈다. 면접시 예상 질문을 꼼꼼히 생각해 그 답변을 기본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했다. 면접관이 실제 인물을 만나 보고 싶도록 만들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다음 취업에 성공해 회사에 다니고 있는 학교 선배들을 찾아가 조언을 들었다.
권씨는 60번 정도 입사지원서를 냈다. 자기소개서도 60번 썼다. 한번도 똑같은 자기소개서를 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에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시간은 길어야 2~3시간이지만 준비기간은 며칠이 걸렸다.
회사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본 후 관련 책자를 찾아 읽어보고 지인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업정보를 모두 모았다. 모 기업체의 교육기관 공채를 준비할 때는 기업교육관련 논문만 10편을 찾아 읽기도 했다. 그리고 모든 노력을 A4 한장짜리 자기소개서 안에 녹여냈다.
“자기소개서를 소개하는 책에 잘된 예문이 나오잖아요. 처음에는 그것 보고 감탄했는데 나중에는 내 글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죠.” 권씨는 쑥스러운 듯 말했다.
졸업하고 나서는 마음이 초조해졌지만 무작정 지원하지는 않았다. 한 곳을 지원해도 온 힘을 기울였다. 가을이 되면서 면접 횟수가 조금씩 늘어났다. 면접 전에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다시 읽고 예상 질문을 뽑아 대비했다.
권씨는 “면접관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면접관을 감동시키겠다는 마음이 중요하죠”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해서 5개 회사에 동시합격했다. 권씨는 고민 끝에 지금의 대우인터내셔널을 선택했다. 자신의 특기인 영어와 독일어를 살려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
[자기소개서]4명중 1명은 거짓말 한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꼭~.’
취업용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적지 않은 사람이 입사동기, 자신의 장·단점 등에 거짓말을 섞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미디어다음(www.daum.net)을 통해 ‘자기소개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4명 중 1명은 “거짓말을 한다”고 털어놨다.
‘구직시 자기소개서에 거짓말을 하신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946명) 중 9.8%가 ‘필요하다면 없는 사실도 꾸민다’고 답했고, ‘들통나지 않을 만큼’이란 응답은 15.2%였다. 둘을 합하면 25.0%에 이른다. 취업을 위해 애교섞인 거짓말부터 전혀 없는 사실을 새로이 꾸며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대부분은 그러나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살을 붙이는 정도였다. ‘사실을 바탕으로 포장하는 정도’란 응답자가 51.2%로 절반이 넘었다.
‘전혀 안한다’는 결백형은 전체의 23.8%를 차지했다.
‘만약 자기소개서에 약간의 거짓말을 섞는다면, 어느 부분에서 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1,487명)의 절반 이상이 ‘입사동기’(58.8%)라고 답했다. 적성보다는 취업이 우선이고, 수십차례 업종이나 기업을 바꿔가며 지원하다보면 자연 입사동기도 바뀌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장·단점’(16.1%), ‘성격’(8.4%), ‘가정환경’(8.2%), ‘대인관계’(5.5%), ‘취미’(3.0%) 순이었다.
[자기소개서]자필에서 파워포인트까지
‘저는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기소개서의 모범 답안은 이런 식이었다. 요즘 같으면 아무리 성적이 우수한 지원자라도 퇴짜맞기 십상이다.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은 물론 내용과 형식도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다.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기업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직접 입사시험을 치르지 않는데다가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자를 선호하고, 수시채용을 하게 되면서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판단근거가 됐기 때문.
학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던 과거와 달리 지원자의 전문성과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적인 변화도 한 몫을 했다. 입사 당시 제한을 뒀던 ‘학력·연령’ 파괴나 다양한 면접방식 도입 등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컴퓨터의 등장으로 만년필로 정성스럽게 쓰던 ‘자필(自筆)’이 없어진 것. 80년대까지만 해도 글씨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돼 입사지원 당시 자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요구됐을 정도다.
그러나 요즘은 한번 작성한 글을 컴퓨터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긁어다가’ 지원하는 회사에 따라 내용을 바꾸는 식이다. 아예 온라인 지원서만 받는 곳도 많아졌다.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처럼 파워포인트를 사용, 그래프와 사진을 섞어 작성하는 지원자도 늘고 있다. 또 과거에는 겸손함이 미덕으로 여겨져 자기표현에 소극적이었지만 ‘자기 PR시대’로 넘어오면서 당돌할 정도로 자기능력을 최대한 강조하는 것이 중요시되고 있다.
문장 형식도 1인칭 서술체가 아니라 인사 담당자에게 편지를 쓰듯, 또는 자신을 3인칭 시점에서 표현하는 등 다양해졌다.
출처 : 인생은 즐거워~
글쓴이 : 여우사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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