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이야기

[스크랩] 봄밤의 회상 / 이외수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5. 29. 05:20

 
 
 
 

 
 
봄밤의 회상 / 이외수
밤새도록 신문지 같은 빗소리를
한 페이지씩 넘기다가 새벽녘에
문득 봄이 떠나가고 있음을 깨달았네 
 
 
 
 
 
 내 생에 언제 한 번
꿀벌들 날개 짓 소리 어지러운 햇빛 아래서
함박웃음 가득 베어 물고
기념사진 한 장이라도 찍어본 적이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풍경들은 언제나 흐림
젊은 날 만개한 벚꽃같이 눈부시던 사랑도 끝내는
종식되고 말았네

 

 
 

모든 기다림 끝에 푸르른 산들이 허물어지고
온 세상을 절망으로 범람하는 황사바람
그래도 나는 언제나 펄럭거리고 있었네.
 
 

 


 
이제는 이마 위로 탄식처럼 깊어지는 주름살
한 사발 막걸리에도 휘청거리는 내리막
어허,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네.
 
 
 
 
별로 기대할 추억조차 없는 나날 속에서
올해도 속절없이 봄은 떠나가는데
무슨 이유로 아직도 나는
밤새도록 혼자 펄럭거리고 있는지를.
 




 
 
 
출처 : 해바라기 연가
글쓴이 : 킬리만자로표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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