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테크/유치권이야기

압류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 행사의 효력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6. 11. 09:19

압류 부동산에 대한 유치권 행사의 효력

 

대법원 2006. 8. 25. 선고 2006다22050판결

Ⅰ. 사실관계

(1) 피고 주식회사 씨.씨(이하 ‘피고’)는 2002. 10. 14. 제1심 공동피고 대명건설(주)(이하, ‘대명건설’)과 대명건설 소유의 이 사건 토지 지상의 상가 신축공사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2) 대명건설과 이 사건 토지의 종전 소유자와의 사이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여 피고는 공사에 착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3) 그러던 중 대명건설이 부도가 났고, 이 사건 토지의 근저당권자 우리은행이 부동산임의경매를 신청하여, 2002. 11. 25. 임의경매가 개시되었고, 2002. 11. 27.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경매개시결정 기입등기가 경료되었다.

(4) 위 (2)항의 문제가 2003. 4. 초순경 해결되어 피고는 2003. 5. 2.경부터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하여 터파기 공사, 에이치빔 토목공사 등을 실시하였다.

(5) 피고는 2003. 7. 초순경 대명건설의 부도 사실을 알고 이 사건 토지상에 가설울타리 및 에이치빔을 비롯한 컨테이너 박스 등의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는 상태에서 이들 시설물과 이 사건 토지를 점유하면서 공사를 중단하였다.

(6) 피고는 2003. 8. 28.경 경매법원에 대명건설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토지를 유치하고 있다는 내용의 유치권신고를 하였다.

(7)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임의경매절차는 진행되어, 원고가 이 사건 토지를 낙찰받아 2004. 3. 25. 낙찰대금을 완납한 후, 피고에 대하여 토지인도를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였다.

 

Ⅱ. 대상 판결의 요지

채무자(대명건설) 소유의 부동산에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압류의 효력이 발생한 이후에 채권자(피고)가 채무자로부터 위 부동산의 점유를 이전받고 이에 관한 공사 등을 시행함으로써 채무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 및 이를 피담보채권으로 한 유치권을 취득한 경우, 이러한 점유의 이전은 목적물의 교환가치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는 처분행위에 해당하여 민사집행법 제92조 제1항, 제83조 제4항에 따른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므로, 위와 같은 경위로 부동산을 점유한 채권자로서는 위 유치권을 내세워 그 부동산에 관한 경매절차의 매수인(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고, 이 경우 위 부동산에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있음을 채권자가 알았는지 여부 또는 이를 알지 못한 것에 관하여 과실이 있는지 여부 등은 채권자가 그 유치권을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결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Ⅲ. 수급인의 유치권

1. 유치권 성립 요건

일반적인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과 수급인에 관련된 부분에 대하여 살펴본다.

(1)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피담보채권이 유치권의 목적물에 ‘관하여 생긴 것’이어야 한다. 이를 채권과 목적물 사이의 견련관계라고 한다.

채권이 목적물 자체로부터 발생한 경우 견련관계가 인정된다. 또한 채권이 목적물의 반환청구권과 동일한 법률관계나 사실관계로부터 발생한 경우에도 견련관계가 인정된다.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이 목적물과 견련관계가 인정되려면 그 목적물에 관하여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공사대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그 건물 자체에 유치권을 행사하여야 하지, 도급인의 다른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런데,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할 경우 신축된 건물 이외에 토지도 견련관계가 있는 목적물인지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하여 아직 구체적으로 다룬 경우가 없고, 대법원 판례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은 없는 것으로 보여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할 경우, 기초공사 또는 지하층공사를 위하여 토지를 굴착하는 토목공사가 수반되기 때문에 토지에 관하여도 공사를 진행한 것이므로 토지도 피담보채권인 공사대금채권과 견련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공사대금채권이 목적물 자체로부터 발생한 경우 견련관계가 인정되고, 공사도급계약의 목적은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하여 토지와는 별개인 건물에 대하여 새로운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한 것이며 공사대금채권은 건물의 신축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토지는 공사대금채권과 견련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2) 피담보채권이 ‘변제기’에 있어야 한다. 채권의 변제기가 되기 이전에는 유치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변제기 전에 유치권이 생긴다고 하면 변제기 전의 채무이행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사대금채권의 변제기는 건물 등 공사의 완공시라 할 것이며, 기성고에 따라 공사대금을 수차례에 나누어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에도 나머지 잔금의 변제기는 건물의 완공시가 된다. 건물의 일부를 완성하였으나 기성고에 대한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미완성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된다.

토지와 독립된 건물로 볼 정도, 즉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진 건물인 경우에는 토지와 독립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립된 건물로 볼 수 없을 정도의 미완성 건물은 동산이고 동산에 대하여도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나, 동산인 상태의 건물의 일부는 토지의 부합물로 별도로 소유권 취득 대상이 되지 못하고 토지의 처분과 운명을 같이 하여야 하고 부합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은 토지 자체를 점유하여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부당하므로 토지와 별도로 유치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3) 유치권자는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채권자의 점유가 불법행위에 의하여 시작된 것이어서는 아니된다.

수급인도 유치권을 주장하려면 건물을 계속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수급인이 일시적으로 점유를 상실하였다가 후에 다시 같은 건물을 점유하게 되는 경우에는 유치권을 취득하게 된다(대법원 판결 1955. 12. 15. 선고 4288민상283).

 

 

2. 유치권의 효과

유치권은 물권이므로 채무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대항할 수 있다. 수급인이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동안 건물의 도급인이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공사대금청구권은 도급인에게 행사하여야 하나, 유치권은 건물의 양수인에게도 주장할 수 있으므로 공사대금을 변제받기 전까지는 양수인에게 건물을 인도할 필요가 없다.

유치권자도 부동산경매절차에서 유치권신고를 할 수 있는데, 유치권신고를 한 유치권자는 경매절차의 ‘이해관계인’으로서 절차상 각종 권한을 부여받는다. ①집행에 관한 이의신청권(민사집행법 제122조), ②부동산에 대한 침해방지신청권(법 제83조), ③경매개시결정에 대한 이의신청권(법 제86조), ④매각기일과 매각결정기일을 통지받을 수 있는 권리(법 제104조), ⑤최저매각가격 외의 매각조건의 변경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는 권리(법 제110조) 등이 그것이다.

유치권자가 경매법원에 유치권신고를 하지 아니한 경우 그 유치권자는 이해관계인으로서의 위와 같은 권한을 행사하지 못할 뿐 여전히 유치권자로서 경락인(매수인)으로부터 피담보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건물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

 

Ⅳ. 대상 판결의 검토

대상 판결은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유치권을 갖는다는 전제 아래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어 매수인에 대항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유치권을 갖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있다. 대상판결의 제1심 법원은 피고가 이 사건 토지에 적법하게 유치권을 취득하였고 유치권으로 원고의 토지인도청구에 대항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창원지방법원 2004가합2007). 제1심 및 원심(부산고등법원 2005나473)에서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유치권 주장에 대하여 공사대금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한 토지에 대한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토지에 대한 유치권의 성립 여부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 유치권의 성립요건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토지는 공사대금채권과 견련관계가 있는 물건으로 볼 수 없고, 동산인 상태의 건물의 일부는 토지의 부합물로 토지와 별도로 유치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토지 위에 건축한 가설울타리, 에이치 빔, 컨테이너 박스 등의 시설물은 토지로부터 독립된 건물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건축물은 아니므로 동산으로 토지에 부착된 부합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사안에 있어서 토지에 대하여는 피고의 유치권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대상판결의 논리대로라면 만일 피고가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가 경료되기 이전에 토지를 인도받아 공사를 시작하였다면 건물을 어느 정도까지 건축하였는지 문제가 되지 않고 또한 피고가 유치권신고를 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공사대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토지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어 원고에게 토지의 인도를 거부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야 된다. 그러나, 수급인이 토지에서 건물을 신축하다 경미한 공사를 하다 도급인의 귀책사유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된 경우 토지에 부착된 경미한 부합물에 대한 피담보채권으로 토지 전체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고 본다.

이와 반대로 토지에 관하여 경매개시결정의 기입등기 이후에 토지를 인도받아 공사를 시작하여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져 토지와는 독립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정도의 건물을 건축한 수급인은 공사대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경매개시결정으로 압류의 효력이 생긴 것은 토지이고 그 이후에 건축되어 독립한 소유권의 대상이 된 건물을 점유하는 것은 압류의 처분금지효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토지 인도 청구에 대하여는 건물의 유치권을 행사하는 범위 내에서 토지 인도를 거부할 수 있고, 이는 건물에 관한 유치권 행사에는 토지 점유가 당연히 수반되기 때문인 것으로 토지 자체에 유치권이 성립되었기 때문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Ⅴ. 결론

대상 판결의 사안에 대하여 피고의 토지에 관한 유치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은 타당하다고 생각하나, 그 이론 구성을 처분금지의 효에 저촉된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공사대금채권을 피담보채권으로 한 토지에 대한 유치권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이론 구성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대상 판결은 압류채권자가 수급인이 완성한 건축물을 압류하거나 민사집행법 제81조 제1항 제2호 단서에 의하여 미등기건물에 관하여 압류한 이후 수급인이 유치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그 의미가 있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