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인호(g, v), 이정선(g, v), 김현식(v), 정서용(v)
밴드 : 정태국(d), 이원재(b), 김명수(key)
게스트 : 김종진(g, v), 전태관(d), 김효국(key)
[Side A]
1. 황혼
2. 바람인가, 빗속에서
3. 산 위에 올라
4. 환상
5. 아무 말도 없이 떠나요
[Side B]
1. 골목길
2.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
3. 빗속에 서있는 여자
4. 루씰
※ 가슴네트워크, 경향신문 공동기획
‘가슴네트워크 선정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45위
(가슴네트워크, 경향신문에서는 매주 목요일 1~100위 음반리뷰를 순차적으로 올립니다. 총50주 동안 연재할 예정이고, 32명의 필자가 참여합니다.)
1975년 긴급조치9호 사태 이후 끝나지 않을 겨울일 것만 같았던 한국 대중음악계는 80년대에 들어서 완연한 봄을 맞고 있었다. 가요제 출신의 가수들이 신선함을 주무기로 프로 가수의 길을 걸으며 새로운 팬 층을 형성하고 있었고 조용필은 트로트와 록, 뉴 웨이브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1인자로 롱런을 구가하였다. 헤비메틀 밴드들과 이판근, 박성연 그리고 정성조 등의 재즈 1세대들도 나름대로 활발한 공연을 하며 본격적으로 음반을 발매하였고 70년대 인기 옴니버스 시리즈였던 [골든 포크 앨범 시리즈]에 그 맥이 닿아있는 옴니버스 앨범 [우리 노래 전시회]가 발매되어 감성적인 음악팬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았다. [우리 노래 전시회]의 기획자였던 최성원은 따로 또 같이 출신의 전인권과 들국화를 결성한 뒤 거침없이 질주했고 들국화가 소속되어 있던 동아기획은 하나의 세력을 형성해나가면서 참신한 싱어송라이터들을 발굴했다.
한편 이 즈음 신촌의 한 골목에 위치한 음악감상실에선 매주 수요일 밤, 정기적인 블루스 잼의 공연이 열렸는데 앨범을 발매하게 되면서 지은 이름이 신촌블루스였다. 이 프로젝트에는 이정선을 비롯 풍선, 장끼들을 거친 엄인호와 한영애, 정서용, 김현식 등이 주축이 되었다. 신촌블루스의 두 번째 앨범은 데뷔 앨범에 비해 조금 더 ‘버터’ 내음이 풍기는 다이나믹한 1970년대 풍의 블루스 록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한영애에 이어 신촌블루스의 여성 보컬 제1선발 감으로 자리매김한 정서용과 블루스와 소울에 더욱 심취하게 된 김현식, 그리고 게스트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초대되었다.
장끼들, 그리고 방미와 엄인호 자신의 솔로앨범에도 실렸지만 대중들에게 외면 받던 <골목길>은 김현식이란 보컬을 만나자 제 주인을 만난 듯 이 곡이 가지고 있던 매력이 비로소 드러나게 되었다. 김현식의 소울풀한 음성과 이 곡이 가지고 있는 애절한 ‘뽕끼’의 궁합은 너무나 이상적인 것이었다. 브라스가 가미된 1970년대 필라델피아 소울 그룹들의 사운드를 재현해 보고 싶었다는 엄인호의 바램처럼 당시만 해도 ‘버터’ 냄새나게 연주하는 국내 브라스 연주자들을 구할 수 없어 미8군에 속해있던 미국인 연주자들을 브라스 세션으로 기용한 <환상> 역시 엄인호의 솔로 앨범에 수록되어 있던 신스 팝 넘버였지만 김현식의 보컬과 최상의 연주가 만나면서 전혀 다른 느낌의 다이나믹한 곡으로 재탄생했다. 아이러니하지만 생전에 다섯 장의 앨범을 남긴 김현식이 불렀던 노래 중에 제일 김현식스러운 노래가 아닐까 한다. 이례적으로 거친 보컬을 들을 수 있는 이정선표 블루스 록의 정수인 <산위에 올라>는 <골목길>에 가려진 이 앨범의 숨은 보석인데 아쉬운 점은 이 앨범 이후의 이정선의 음악에서 이런 시도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점이다. 1979년에 발표된 [이정선 4]에 수록됐던 슬로우 블루스 넘버 <아무 말도 없이 떠나요>도 10년 만에 제 옷을 입은 것처럼 이정선의 기타와 보컬이 진정한 제 빛을 발하고 있다. 정서용은 산울림의 노래인 <황혼>과 이정선의 곡인 <빗속에 서있는 여자>로 참여하고 있는데 <황혼>에서의 그녀의 보컬자체가 황혼 같았다가도 <빗속에 서있는 여자>에선 정말로 하염없이 내리는 비와도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엄인호는 신촌블루스라는 집중력 있는 밴드만의 응집력을 가지고 싶어 했다. 프로젝트의 성격으로는 한계가 있었기에 다음 앨범부터 엄인호 1인 체제의 신촌블루스로 탈바꿈 하게 되면서 1990년 봄에 세 번째 앨범을 발매하게 된다. 하지만 몇 달 후 김현식은 갑작스러운 사망을 맞이하고 이정선은 두 번째 앨범 발매 후 더 이상 신촌블루스의 스튜디오 작업에는 참여를 않게 되면서 이정선과 김현식을 잃은 신촌블루스는 침체의 시간을 맞게 되고 만다.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한국 대중음악의 르네상스시기가 저물어버린 90년대의 시간들과 맞물려있다. 한국 대중음악 르네상스의 마지막 시절이었던 이 시기에 이정선과 엄인호, 김현식 이 셋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절정의 내공을 선보이며 르네상스 시절 마지막 걸작을 남기게 되었다. 이 셋의 스튜디오에서 남긴 결과물이 처음이자 마지막 이었다는 사실과 이 좋았던 시절이 불과 5~6년 정도였다는 것은 대중음악 팬들과 대중음악 역사에 있어서 커다란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서준호/롤리팝뮤직 대표)
'세상테크 > 음악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43위 - 동물원 [두 번째 노래모음] (1988/서울음반) (0) | 2009.07.06 |
---|---|
[스크랩] 44위 - 노래를 찾는 사람들 [노래를 찾는 사람들 1] (1984/서라벌레코드) (0) | 2009.07.06 |
[스크랩] 28위 - 작은거인 [작은거인 2집] (1981/오아시스레코드) (0) | 2009.07.06 |
[스크랩] 31위 - 시인과 촌장 [숲] (1988/동아기획) (0) | 2009.07.06 |
[스크랩] 중년 가슴에 머무는 애창곡 (0) | 2009.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