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테크/음악세상

[스크랩] 43위 - 동물원 [두 번째 노래모음] (1988/서울음반)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7. 6. 17:00

 

김창기(v, g), 유준열(v, b), 박기영(v, key), 박경찬(v, key), 김광석(v, g), 이성우(g)
세션 : 최형규(d), 심상원(key)


[Side A]
1.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2. 새장속의 친구
3. 동물원
4. 이별할 때


[Side B]
1. 별빛 가득한 밤에
2. 잘 가
3. 길 잃은 아이처럼
4. 혜화동

 

 

 

 


※ 가슴네트워크, 경향신문 공동기획
‘가슴네트워크 선정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43위
(가슴네트워크, 경향신문에서는 매주 목요일 1~100위 음반리뷰를 순차적으로 올립니다. 총50주 동안 연재할 예정이고, 32명의 필자가 참여합니다.)


언제부터인가 동물이 측은해보이기 시작했다. 오래되고 시설이 좋지 않은 곳은 아예 동물을 감금하는 수용소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보여주는 이들도 불행하고 보는 이들마저 우울해지는 공간. 그런데 어쩌면 이 세상이 거대한 동물원이고, 끊임없이 소비와 생산을 강요당하며 사는 우리도 그 안에 갇혀진 건 아닐까. 순수와 동심에 대한 아려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장소의 공기에는 명확하게 설명하기 힘든 슬픔도 함께 떠돌고 있다.


데뷔작의 성공은 순박한 모범생 같은 청년들로 하여금 9개월 만에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할 수 있게 했다. ‘보통사람들의 시대’와 같은 헛구호가 확성기를 타고 ‘88올림픽’이 요란스럽던 때에 보통청년들이 우리를 대변하는 은은한 노래들을 불렀다. 전업 뮤지션을 지향하지 않은 그들은 나중에 ‘의사선생님’이나 ‘교수님’이 되었지만 음악을 서툴게 한 건 아니었고, 기존의 대중음악이 채워주지 못한 부분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대표곡을 거의 자기 손으로 만든 김창기는 앞서 임지훈의 <사랑의 썰물>과 같은 히트곡을 만들어낸 작곡가였고, 박기영과 유준열 역시 진지한 태도로 음악에 임했으며, 목소리로 참여한 김광석은 말할 나위 없이 타고난 노래꾼이었다.


지금도 배낭을 메고 운동화를 신는 김창기는 영민한 작사가이기도 했다. [동물원 1집](1988)에서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둘씩 켜지고”와 같은 표현으로 <거리에서>에 시각적 임팩트를 줬던 기법은 2집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에서도 성공한다.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처럼 손에 잡힐 듯한 이미지를 펼쳐놓는다. 또 많은 이들의 가슴을 무너뜨려버리거나 포근하게 보듬는 그의 서정성 안에는 상실과 체념의 정서가 짙게 배어있었다. 추억서린 옛 동네로 데려가 옛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혜화동>은 장소와 사람으로 매듭지어져 있다. 이 매듭에 지하철과 옛사랑을 엮어지게 된 노래가 [동물원 3집](1990)의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이다.


유준열의 낭만적인 감수성과 박기영의 음악가적 센스가 더해져 동물원은 따스하고 정감 있는 얼굴빛을 드러냈고, <새장 속의 친구>와 <길 잃은 아이처럼>, <별빛 가득한 밤에>을 통하여 다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집집마다 통기타가 있던 시절에 포크-팝의 양식으로 사람들이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와 겸손한 연주를 담았고, [동물원 2집]은 그들의 등장과 다음 행보 사이에 근사하게 꽂힌 깃발이 되었다. 심각한 표정을 짓지 않고 소란스럽게 꾸며내지 않고도 감동을 주고 사랑받을 수 있음을 확인시킴으로써 대중음악의 스펙트럼을 넓게 펼쳐보였다.


동물원은 단단히 짜여진 밴드와 연마된 가수들과는 달리 느슨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일상적인 소재와 섬세한 표현을 찾아냄으로써 긴 시간이 흘러도 불려질 음악을 낳았다. 선명하지 않은 흐릿함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건 누구에게나 가능하진 않다. 하지 못한 말들, 먼지처럼 사라질 기억, 그러한 망각과 소멸을 담담하고 겸손하게 스케치해낸 동물원. 애써 물어도 답을 듣지 못할 때가 있고 묻지 않아도 답을 들어야 할 때가 있듯이, 어쩌면 삶은 희미한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것일는지 모른다. <혜화동>에서 속삭이듯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 (나도원/ 음악평론가)

출처 : 나의 즐거움
글쓴이 : 놈팽2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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