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평화
책제목 : 토마스머턴의 씨앗(SEEDS)
엮은이/옮긴이 : 로버트 인초스티/강창헌
출판사/발행일 : 생활성서사/2002년 8월 22일
이 책은 2005년 전교 주일(10월 23일)에 우리 본당에 파견나오신 바오로딸 수녀님들을 통해서 구입한 책이었는데, 두 달 동안 내 서재에 묵혀 있다가, 성탄 축제를 맞아 잠시 쉼을 가질 시간이 되어서, 읽어 보게 되었다. 글을 읽으면서, 표현은 상당히 간결하고 부드러우나(번역자의 뛰어난 역량) 그 내용은 매우 직설적이고 날카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깊은 통찰력이 있는 문헌이므로, 그리고 상당 부분에서는 깊은 동감을 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이 책은 토마스머턴이 지은 책이 아니고, 토마스머턴의 주옥같은 단상들을 로버트 인초스티 박사가 주제별로 선별하여 엮은 책이다.
엮은 이는 머턴의 묵상 내용을 네 가지 항목으로 나누었는데, 1) 참 자아와 거짓 자아에 대한 머턴의 묵상을 소개하고, 그 다음으로 2) 우리가 사는 세상의 환상과 3) 이 환상을 해독시키는 것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4) 행동하는 사랑(신앙인)으로 나누고, 각 항목에 적합한 소 주제를 다시 설정한 다음, 머턴의 묵상 내용을 조각 조각 배치하고 있다.
1) 참 자아와 거짓 자아
머턴은 참 자아를 여러가지로 표현하고 있다. "오직 하느님께만 완전히 알려진 심오한 종교적 신비",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 일치하고 있는 진정한 나", "관찰이나 반성의 범주를 넘어서는 설명할 수 없는 알려지지 않은 나"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참 자아가 있는 곳은 "절대적 가난의 지점, 죄와 환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無의 지점, 우리 존재의 중심, 하느님의 순수한 영광"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참 자아가 변화의 상태와 관련된 개념인지, 아니면 존재의 시원부터 존재하는 개념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으나, 글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후자의 개념으로 보인다.
머턴은 이 같은 참 자아와 대비시켜 거짓 자아를 이야기 한다. 머턴은 여러개의 단상 속에서 거짓 자아를 "사회 안에서 고유한 역할을 하기 위해 긍지를 갖고 냉정하게 개발하는 정체성", "가면", "얻어터지고 속박당하고 無를 위해 죽게 만드는 거짓된 외적 자아" 등으로 규정하는 듯 하다. 거짓 자아가 존재한 곳은 "자기 중심적 욕망 속"이다. 그리고 이 것이 모든 죄의 출발점이다. 거짓 자아의 속성은 속박과 강요와 폭력과 같은 악이다. 탄탈루스지옥을 겪게 만드는 원천이다. 이 거짓 자아는 후천적인가, 선천적인가? 머턴은 선천적이라고 보는 듯 하다.
이제, 참된 행복을 바라는 인간은 거짓 자아로부터 해방이 되어 참 자아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인간 실존에 관한 머턴의 인식이다.
2) 우리가 사는 세상의 환상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에게 공허한 약속, 허상(인간이 만들어 낸 우상이나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그래서 머턴은 세상을 "비인간화된 표면, 표면 아래 감추어져 있는 영·신성을 질식시키고 파괴하는 것", "조직적인 속임수"로 정의 혹은 비유한다. 그러므로, 인간은 이 같은 세상이 주는 허상들로 인해, "얻어터지고 속박당하고 무를 위해 죽어가는 존재(탄탈루스 지옥에 사는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통렬히 지적한다. 머턴은 국가간 문제, 사회 정책, 경제/비즈니스 세계, 인종차별, 대중종교, 과학과 기술, 매스미디어 등 세계의 주요 측면에서, 세상의 허구를 통렬하게 드러낸다. 머턴의 묵상을 유추해 보면, 이 같은 세상이 주는 허상과 환상은 거짓 자아를 자라게 하고, 강화시키고, 거짓 자아를 참 자아로 혼동케 하는 역할을 한다. 철저한 가면의 삶을, 허상의 삶을 살게 한다.
3) 환상 해독제
이제, 인간의 "실존"의 본질이 거짓 자아에서 참 자아로 나아가는 것이라면,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이 환상을 유포시켜 거짓 자아를 자라게 하고 강화하는 것이라면, 이 같은 환상을 어떻게 깨고, 참 자아로 나아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들이 3부의 환상 해독제에서 머턴의 깨달음의 단상을 묶어 제시된다. 진리, 침묵, 고독, 기도/묵상/관상,(수도원생활), 신앙, 자비, 겸손, 성소, 하느님의 소주제가 그것이다. 이 하나 하나의 소주제마다, 머턴의 주옥같은 깨달음의 단상들이 들어 있다. 머턴에 의하면, 진리이신 하느님을 발견하는 첫 단계는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한다.
4) 행동하는 사랑
이제,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구체적으로 살아간다. 인간인 나의 참된 정체성은 "내 자유에 호소하시는 하느님의 부르심과 그분께 답하는 나의 응답 안에 있으므로", 하느님과 나를 제외한 외적인 힘(세상 등)이 만들어 낸 허상이 나를 규정하고, 내 삶을 형성해서는 안 되며, 오로지 나의 사랑을 내 형제의 인격적 실재로 향하게 하면서, 헤아릴 수 없는 신비인 하느님의 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완전한 책임감과 진실성을 가지고 사랑하는 데만 내 자유를 사용하여야 한다. 이것을 머턴은 "사랑의 신학"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사랑의 신학을 살아가는 데, 인간은 많은 난관과 어려움에 봉착한다. 허상을 부여하는 세상과 거짓 자아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의 신학은 "저항의 신학"이기도 하다. 이 격렬한 저항 속에서, 인간은 인간의 숨겨진 자아, 어두운 자아를 수용하면서, 그 수단은 비폭력을 선택한다. 비폭력은 하느님과 그 분의 말씀에 온전히 기대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의 길은 성인의 길이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나 자신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도록 자유를 주셨다. 선택은 우리의 것이며,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를 찾고, 진정한 자아(참 자아)를 발견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머턴은 이것이 참된 영성 생활이다고 하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 일치하는 진정한 나(참 자아)"를 찾아가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데 유익한 길잡이가 될만하다고 본다. 특히, 거짓 자아의 삶의 위험성을 냉철하게 지적하는 머턴의 통찰력은 현대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 자신의 위치를 점검해 보는 하나의 지표 혹은 성찰의 보조 지표로 활용할만하다. 무엇보다, "참다운 자유,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한 유명한 영성가의 삶과 그 고난한 영적 투쟁의 결과물의 일부인 이 책이 큰 교훈을 주리라 본다. 참된 자유는 참 자아에 이르면 완성된다.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 안에서만 진정한 자유가 있다.
주님공현前금요일에
2006년 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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