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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농업 양계의 대부 유시웅 씨. 그의 손을 안거친 농가가 없을 정도이다. |
ⓒ www.naturei.net 2005-12-01 [ 오현주 ] |
| | 자연농업 양계를 하는 유시웅 씨는 조류독감이 무섭지가 않다. 외부인이 농장을 방문해도 소독을 하는 등 부산 떨지 않는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 유씨는 어떻게 하길래 조류독감을 두려워하지 않는걸까.
자연농업 하는 농민 가운데 유시웅이란 이름 석자를 모르는 이가 없다. 양계 분야에선 특히 그러하다. 닭 키우는데 그보다 앞선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전국의 양계 후배들을 도와준 아름다운 경력의 소유자이다. 계사 관리부터 입추, 육추 등 그의 손을 거친 양계장이 수십 곳에 이른다. 그 스스로 “나를 거쳐 간 사람은 실패가 없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는 67년 자연농업 조한규 회장을 만나면서부터 자연농업으로 양계를 했다. 그 이전 일반 양계를 10년 했으니까 무려 40년이란 긴 세월을 닭과 함께 보낸 셈이다.
유시웅 씨(66세. 자연농업협회 고문)는 충남 보령군 천북면 신덕리에서 닭 2,500수를 키우고 있다. 지난 11월 말, 유씨의 양계장 "덕원농장"을 찾았다. 농장은 낮은 산등성이 도로 옆에 붙어 있었다. 초겨울의 짧은 해가 지고 있었다. 유씨는 면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닭들이 저녁을 안준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닭장 한 칸마다 문 앞에 사료 푸대가 하나씩 놓여있었다. 잠시 후 유시웅 씨가 나타났다. 유씨는 닭장 문을 하나 하나 열고 사료를 주기 시작했다. 바가지로 사료를 퍼 담아 횃대에다 한차례 끼얹은 다음 바닥의 사료통을 채워 나갔다. 담는 순서도 지켜야 한다고. 닭들이 머리를 처박고 정신없이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도 수탉들은 교미를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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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은 암탉 위에 올라타고 3,4초 사이에 교미를 끝낸다. 닭장 안에서 시도 때도 없이 교미가 이루어진다. |
ⓒ www.naturei.net 2005-12-01 [ 오현주 ] |
| | 자연농업의 달걀은 건강한 유정란이다. 유정란이란 정상적으로 암수의 교배를 통해 생산된 달걀이다. 어떻게 그 많은 달걀들이 수정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슬그머니 닭장 안으로 들어갔다. 자연농업에선 닭장 한 칸(약 9평)에 120마리를 넣는다. 기자가 들어간 칸에는 수탉 10마리가 있었다. 수탉들은 모이를 먹지 않고 외부인을 경계하는 듯 힐끔힐끔 기자를 올려다 보았다. 유씨는 “침입자로부터 암탉을 보호하려는 행위지요. 암탉들이 안전하게 먹은 다음에 수탉들이 먹어요”라고 말했다.
수탉들이 하는 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한 놈이 갑자기 암탉에게 달겨들더니만 양날개를 요란하게 퍼덕였다. 그러자 암탉이 바닥에 납작 웅크렸다. 수탉이 그 위를 올라타고 짓누르기를 3,4초, 이내 내려왔다. 암탉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깃털을 추스르고는 무리 속으로 사라졌다. 그 수탉은 다시 고개를 꺼떡거리다가 또 다른 암탉의 벼슬을 부리로 찍어댔다. 암탉은 싫다는 듯 부리나케 도망갔다. 그 수탉은 그제서야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한 켠에선 또 다른 수탉이 암탉 위에 올라가 있었다. 약 5분 사이에 10여 쌍의 교미 장면을 목격했다. 암탉의 항문을 자세히 보면 구멍이 2개다. 하나는 항문이고, 다른 하나는 생식기관이다. 수탉의 생식기관은 깃털로 덮여 있어 사람의 육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유씨는 “닭도 사람과 같아요. 짝이 있답니다. 자기가 아는 짝이 아니면 도망 가요. 벼슬을 찍어대는 건 강제로 하자고 덤비는 겁니다. 벼슬을 쪼면 뇌하수체가 자극돼 암탉 항문이 부풀어 올라요. 그렇게해서 교미를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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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는 배합사료 40%에 쌀겨, 토착미생물 등 발효시킨 것과 패분 흙 모래 굴껍질 등을 넣어준다. |
ⓒ www.naturei.net 2005-12-01 [ 오현주 ] |
| | 닭들은 하루 중 특별히 교미를 왕성히 하는 때는 없다. 수시로 한다고. 유씨는 한 마리의 수탉이 하루 30회 가량 교미를 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우두머리수탉은 마음 내키는 대로 하지만 그렇지 않은 수탉은 우두머리의 눈치를 봐가면서 한다. 우두머리수탉이 모이를 먹는 사이에 잠깐 잠깐씩 암탉 위에 올라타는 것이다.
유씨의 닭들은 몸집이 크고 깃털에 윤기가 나는 등 모르는 사람의 눈에도 건강해 보였다. 아마 그런 외형 자체가 자연농업과 관행의 차이점인 듯하다. 양계를 하려는 이들이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조류독감이다. 유씨의 닭들은 과연 조류독감에도 강할까. “자연농업으로 키우면 조류독감 같은 거 안 걸립니다. 건강한 체질의 닭은 병을 이겨내니까요.” 유씨가 시키는 대로 하면 조류독감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병아리를 3월 이전에 입추해 추위에 적응을 시켜야 해요. 그러면 털도 짧고 피부가 탄탄해집니다. 감기 예방도 되죠. 어렸을 때는 단백질을 보충해서 기를 북돋아줍니다. 중병아리 때는 거친 풀, 보리겨나 섬유질이 많은 것을 먹여 장을 튼튼하게 해줍니다. 현미를 많이 먹여야 해요. 일반 양계는 일주일만 먹이지만 자연농업은 보름을 줍니다. 산란은 체구가 큰 다음에 하도록 합니다. 180일에 30%만 산란을 하도록 꾀하지요. 그건 사료로 조절합니다. 그리고 토착미생물 천연녹즙 현미식초 미네랄A(가축용)를 바닥에 뿌려주고 습기가 안 생기도록 바닥 관리를 잘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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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상자의 유정란들. 알들이 고르고 싱싱했다. 알들을 꺼내는 일은 유씨 부인의 몫이다. |
ⓒ www.naturei.net 2005-12-01 [ 오현주 ] |
| | - 그렇게 하면 조류독감에 안 걸립니까? “물론이지요. 그렇지만 4.5km 반경 내의 타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생기면 별 수가 없어요.” 유씨의 말을 듣는 순간 허를 찔린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자기 닭의 건강관리를 잘해놓아도 남의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부근의 농장들은 집단폐사를 면치 못한다.
양계는 유시웅 씨가 인생을 바쳐 전념한 분야이다. 유씨 역시 일반양계 시절에는 병아리가 들어오면 난로나 가스불을 피워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고 밤잠을 설쳤다. 주사를 놓고 약도 먹이고, 사료값 부담에 허덕이며 늘 긴장과 걱정 속에서 살아야 했다. 닭이 알을 낳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알을 낳는 식이었다. “자연농업 양계를 접하고 나자 그런 점에서 사슬에서 해방된 느낌을 갖게 됐어요. 자연양계의 기본 원리는 병아리 때부터 딱딱한 사료를 주고 낮은 온도에서 사육함으로써 적응력을 길러주는 겁니다.” 일반양계가 병아리 때부터 옥수수가루를 사료로 먹이는 습관을 들이게 하는 것이라면 자연양계는 처음부터 단단한 현미와 대나무잎을 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가스를 이용한 열장치로 병아리를 키우면 습도가 떨어져 병아리털색이 탁해지며 약한 병아리로 크게 된다. 바닥의 퇴비가 자연발효하면서 생기는 열(외부 온도보다 7~8도 높게)만으로 충분하다.
이렇게 자란 병아리는 이후 어떤 사료든 다 먹을 수 있는 강력한 내장 기능을 갖추게 된다. 내장의 길이가 270~300cm로 길어지고 맹장이 7배나 커진다고 한다. 풀 짚 왕겨 낙엽 등 사람이 못 먹는 것 중에서 불에 타는 것은 모두 사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계사도 자연농업 방식의 모델이 있다. 남향으로 짓고, 앞뒤를 개방하여 신선한 공기가 통하게 한다. 태양의 이동에 따라 계사 전체에 햇빛이 들어와 바닥을 소독하도록 한다. 또 계사 내부의 각 공간마다 온도 차이가 생겨 자연스럽게 공간 구분이 되도록 한다. 사람 사는 집에 안방 마루 같은 구분이 있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또, 바닥에 깔린 짚 왕겨 톱밥 속에서 닭똥은 자연분해 되어 냄새가 전혀 나지 않으며, 닭들은 그 속에서 흙 목욕을 하고 미생물을 자연스럽게 섭취하게 된다. 건강한 체질과 좋은 환경에서 맛있고 좋은 알이 생산된다는 것, 이것이 바로 자연농업 양계의 핵심이다.
-겨울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기초가 튼튼해야지요. 육추를 잘해야 합니다. 강인한 체질을 만들어줘야 해요. 겨울철에 잘못하면 휴산계가 많이 나와요. 겨울은 춥고 일조량이 적어 운동을 덜 하는 대신 추위로 인해 에너지는 많이 소비됩니다. 콩을 삶아 따뜻한 상태로 사료와 함께 콩고물마냥 버무려 바닥에 뿌려줍니다. 사료를 30분 일찍 주고, 아침에도 운동을 시키고, 알곡이나 콩을 주어 산란을 회복시켜줍니다.” 겨울에는 측창과 천장 관리에 신경을 써 계사 바닥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흡기질환이 오고, 닭들이 달걀을 깨트리는 습성을 보이며, 산란율도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때는 바닥을 뒤집어 주고 알모이를 공급해주고, 왕겨나 벼쭉정이에 싸리기를 약간 섞어서 바닥뒤집기를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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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웅 씨는 올해 자연농업 전국대회 품평회에서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유씨가 받은 상패들. |
ⓒ www.naturei.net 2005-12-01 [ 오현주 ] |
| | 유씨는 논밭 합해서 총 5,000평이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땅은 500평. 그 사이에 10배로 늘렸다. 배추는 봄, 가을에 각각 2만 포기를 수확한다. 쌀농사도 열댓마지기를 한다. 소도 길렀는데 최근에 구제역 때문에 그만 두었다. “농업 경영에서 제가 택한 방법은 삼각 농법입니다. 양계를 통해 기본적인 자금의 흐름을 만들고, 밭농사 논농사에서 나온 부산물을 닭과 소의 사료로 씁니다. 계사에서 자연발효 되어 나오는 계분을 유기질 비료로 사용하거나 일부는 한우의 사료에 첨가합니다. 소에서 나온 우분을 다시 닭의 사료에 넣는 식이지요.” 서로가 서로에게 보완적이란 점에서 생산비가 절감된다. 더구나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하다.채소 양계 한우 벼, 이 네 가지를 했던 30년 동안 어느 한 해도 네 가지 가격이 동시에 폭락한 적이 없었다. 채소가 안 좋으면 양계가 좋고, 한우가 안 좋으면 쌀농사가 잘 되는 식이었단다.
유씨는 모든 농사를 부인(강연희 씨)과 단둘이 한다. 올해는 배추 수확을 15,000포기 밖에 하지 못했다고 한다. 쌀은 65가마를 냈다. 양계장에선 하루 달걀 50판(한판에 30알)이 나온다. 달걀은 “한살림”에 나간다. 생산비를 제외하고 달걀만 월 순수익이 200만 원 선. 유씨는 배추와 쌀, 달걀 판매 등으로 안정적인 고수익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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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웅 강연희 씨 부부. 유씨는 오늘이 있기까지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
ⓒ www.naturei.net 2005-12-01 [ 오현주 ] |
| | -그 정도라면 부농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현재만 봐서는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실패도 하고, 우여곡절도 겪었어요. 영농자금도 많이 빌려썼어요. 지금도 매년 6,700만 원의 이자를 갚아나갑니다.” 유씨는 2남 3녀를 두었다. 모두 출가하고 막내아들만 대학 졸업반으로 취업 준비 중이다. 유씨는 아들에게 농장을 물려주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한다. “아들이 하루는 농사 지으면 어떻겠느냐고 물어요. 그래서 아직은 아니다, 땅은 팔지 않을테니 도시에서 해볼 거 다 해보고, 쓴맛 단맛 다 보고, 그래도 농업이 장래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와서 하라고 했지요.”
유씨는 귀농인들에게 양계가 좋다고 권한다. 그 이유로 자연농업의 주 작목 중 하나이고, 자금회전이 빠르다는 잇점을 들었다. “순서를 잘 지켜서 하면 됩니다. 자연농업 원리를 알고(전문연찬) 난 후 계사를 완벽히 지은 후에 병아리를 넣어야 해요. 병아리는 500마리부터 시작하세요.” 유씨는 이제 자연농업의 원리를 알았으며 그래서 행복감도 느낀다고 말한다. 자기는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자신이 실패 한다하더라도 후배가 실패를 안 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말까지 했다. 그야말로 사랑과 친절이 담겨 있는 자연농업 철학을 실천으로 옮기는 영농 선배의 감동적인 한마디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