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진 장편소설 <아버지의 오토바이>
<아버지의 오토바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무책임한 강자가 되기보다는 책임을 아는 약자로 살아가는 아버지의 삶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가족애를 돌아보게 해주며, 사소한 말과 행동만으로도 우리 삶이 얼마나 넉넉해질 수 있는지 느끼게 해준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몇 년간 아버지는 집에 없었다.
그무렵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에서 해외 공사를 따내어 먼 나라에서 일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일년에 한번쯤 휴가를 나오셨는데 그때마다 외제 학용품을 사다주셨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나무향이 그윽한 연필이 너무 마음에 들어 내 몫으로 정해진 것보다 항상 더 많이 욕심을 냈다. 검게 그을은 아버지의 모습, 동료들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공사 현장을 설명하던 아버지의 표정은 강하고 활기찼던 것 같다.
더운 나라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위해 우리는 한달에 한번 가족사진을 찍었다. 한달간 벌어진 일을 각자 꼼꼼하게 적은 편지를 사진과 함께 아버지께 보내드렸는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가족사진을 찍는 날이면 외식으로 먹던 자장면이 더 기다려지곤 했다.
<아버지의 오토바이> 앞부분에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영정사진을 찾던 엄종세가 가족사진에 없는 아버지를 생각하는 내용이 나온다. 소풍을 갈 때도 운동회를 할 때도 오지 않았던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잊고 지냈던 엄종세는 자신 역시 가족사진에서 없음을 발견하고는 새삼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할 그 시간에 자신의 일터에서 가족을 위해 일해야 하는 존재가 아버지란 사실을 그 자신 아버지가 되어서야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나의 아버지’를 떠올렸다. 더운 나라에 가서 고생을 하면서도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았던 아버지, 한달에 한번 오남매의 편지와 가족사진을 받고 기뻐했을 아버지, 아버지보단 아버지가 가져올 선물에 관심이 더 많았던 철부지 아이들을 보면서도 흐뭇해하셨던 아버지...그런 아버지의 깊은 마음 제대로 헤아려본 적이 있었던가.
<아버지의 오토바이>는 어느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의 안정과 행복을 책임지기 위해 자신의 일터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 세상 수많은 아버지들의 이야기다. 이야기 곳곳에서 ‘나의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었고, 새삼 ‘아버지의 삶’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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