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작전>에 얽힌 삽화
며칠 전 개봉된 이호재감독의 영화 <작전>을 나는 2월 초, 코엑스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보았다. 마침 영상물등급심사위원회가 이 영화를 ‘18세 미만 관람금지’ 판정을 내렸다는 보도를 보고 난 뒤라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 더욱 궁금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 영화는 한마디로 증권가에 흔히 난무하는 작전세력에 관한 스토리였고 결국은 선한(상대적으로) 사람들이 악한 작전세력을 물리치고 정의를 이룩한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스토리였다.
뻔하다면 너무 뻔한 비현실적(?) 이야기 구조에 식상할 수 있는 관객들을 달래주는 것은 그래도 빠른 스토리전개와 박용하, 박희순 등의 좋은 연기였다. 미남배우의 반열에 드는 박용하가 다소 망가진 증권폐인 캐릭터-후반부에 얼추 만회하긴 하지만-를 연기하며 영화 전체를 끌고 간다. 박희순은 오랜 연극 경력을 발판으로 한 탄탄한 연기력으로 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마치 <타짜>의 김윤석처럼. 요즘 박희순이 뜨는 것을 보면 송강호, 김윤석의 연기파 계보를 계승하는 적전 후계자인 듯하다. 여기에 더 고참이지만 백윤식을 포함할 수 있을까?
‘18금’ 1차 판정을 내린 하나의 이유가 욕설과 폭력 장면이 많다는 거였다. 일면 이해할 수 있는 판단이나 하나를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는 TV드라마가 아니며 있어야할 장면에서 욕이 없다면 그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처지라 관객의 동감을 얻을 수가 없다. 더욱이 요즘 고등학생들 말하는 걸 전철같은 데서 들어보면 욕빼고 대화가 안되는 애들이 많은데 그런 애들에 비하면 이 영화는 비교적 점잖은 편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등의 고딩 성장영화를 봐도 말과 주먹에서 ‘작전’보다 더 거칠다.
내 추측이지만 마지막으로 남는 심사위원들의 걱정은 영화의 메시지다. 개미투자자는 결국 기업가치에 입각한 장기투자를 하는 것 말고는 다 망하게 되어 있으니 개인적인 증권투자를 자제함이 옳다는 메시지가 혹 가뜩이나 어려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하지만 염려마시길. 영화 한 편에 자신의 투자결정을 좌우받을 우리나라 국민들이 아니라는 점을 아직도 모르시는가? 설령 그 길이 깡통을 차는 길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오히려 개인의 단타매매가 갖는 위험을 제대로 알려주는 국민경제교육의 효과가 훨씬 큰 것 같다.
다행히 영등위는 재심 요구를 받아들여 이 영화에 ‘15세 이상 관람가’를 재판정해주었다. 다행이다. 클라이맥스가 끝나고 변두리 조폭 독가스파 두목 출신의 주식 작전세력 ‘DGS홀딩스’(이 영어 글자들은 독가스의 이니셜이다) 대표 박희순이 체포되어 가면서 한 말, “안되는 놈은 역시 안돼”라는 대사가 인상적이다. 이 말처럼 박희순같은 소악(小惡)의 작전은 실패하지만 대재벌같은 큰 세력의 작전은 거의 성공한다는 말로 들려서이다. 이 영화를 보는 15세 이상의 학생, 시민들이 자신의 재테크에 대한 교훈뿐만 아니라 거악들에 대한 경각심까지 함께 갖는다면 이 영화는 흥행의 성공 여부와는 상관없이 성공한 영화로 우리에게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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