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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강경 수술의 `진화`는 멈추지 않는다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12. 10. 20:15

복강경 수술의 `진화`는 멈추지 않는다”
최윤백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회장

“환자들이 물어요. 눈으로 보고 손으로 하기에도 힘든데 모니터 봐가면서 손으로 안 만지고 해도 잘 할 수 있느냐고요. 물론 초창기 복강경에는 그런 단점이 많이 있었죠. 하지만 15~20년 이상 경험들이 쌓이고, 그 기간 동안 기구들도 놀랍도록 발전했어요. 지금은 복강경 수술이 개복수술보다 더 낫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로봇 수술 등장으로 복강경이 위축되지 않겠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글쎄요…”

* 프로필



1967~1969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예과

1982~1987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학석사, 의학박사)

1976~1981 서울대학교 병원 인턴, 일반외과 레지던트

1985∼1985 뉴욕, 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 Clinical Observer

1992∼1992 신시네티와 마이애미, Ethicon lab. & Univ. of Miami, Clinical Observer

1994∼1994 던디, Surgical Skill Unit, Univ. of Dundee, Scotland, Clinical Observer

1995∼1995 브루셀, St. Pierre Hospital, Belgium, Clinical Observer

1996∼1996 볼티모어, Minimally Invasive Surgical Training Institute, Fellowship

1981∼1992 세종병원 외과과장

1992∼1994 서울을지병원 외과부장

1994∼현재 울산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

1996∼1998 아산재단 강릉병원 진료부장

2001∼2004 아산의료원 의료원장보

2004∼2006 강릉아산병원 원장

2004~현재 대한탈장학회 회장

2008~현재 대한내시경복강경학회 회장

최윤백 대한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회장(서울아산병원 외과 교수)은 암과 복강경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암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외과적인 처치 방법이 대표적이다. 과거엔 배를 여는 이른바 개복수술밖에 없었다. 그런데 개복수술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배를 열면서 생기는 `위험부담`이 매우 크다는 점이었다.

◆ 염탐 가능한 `복강경`…"치료는 물론 미용 측면에서도 도움"

“개복을 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환자에게 불필요한 절개창이 생겼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개복 때문에 생긴 통증이나 미용적인 문제들이 안타깝지만 되돌릴 수는 없잖아요. 이런 경우에서 봤을 때 복강경은 굉장히 장점이 됩니다. 미리 1~2cm 작은 구멍을 통해 ‘염탐’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최 회장은 몸에 되도록 작은 상처를 남겨 수술 받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의학적으로도 놀라운 성과다. 절개창이 작으면 통증이 줄어들고 회복도 빨라진다. 미용적인 측면에서도 선호할 수밖에 없다.

“1987년 복강경을 통해 담낭 절제술에 성공하면서 소위 저침습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죠. 우리 몸에 스트레스를 적게 주는 이 놀라운 수술법을 암 치료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까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맨 처음엔 초기 대장암이었어요. 그 결과를 개복수술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남겼죠. 이후로 조기 위암과 간암, 체장암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암에 대한 복강경 치료는 초기 암에만 국한된다. 진행중인 암에는 종양학적인 안전성 때문에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면 안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암의 조기발견이 증가하면서 복강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개복수술은 배를 크게 열어 직접 환부를 보면서 손으로 들어내며 치료하는 방법이다. 반면 복강경은 배에 작은 구멍을 내 카메라가 달린 내시경을 넣고 모니터를 보며 치료한다. 손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울 수 있어 복강경 수술에는 상당히 많은 연습과 수련이 필요하다.

복강경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은 하나같이 손목 관절에 후유증이 남는다. 양손으로 기구를 잡고 수술하는 동안 부자연스러운 각도에 직면하는 순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속적으로 모니터를 주시해야 하는 탓에 목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많다. 이처럼 부단한 노력이 요구되는 복강경 수술에 많은 의사들이 애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명백하다.

“개복수술을 한 환자들 중에서는 호흡기 질환 때문에 고생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통증이 많으면 호흡이 힘들어지기 때문이죠. 또 배를 크게 열어놓고 수술하면서 뱃속의 수분이 증발해 후유증이 생길 수 있고, 손으로 위나 장을 만져가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장유착이 발생할 확률도 높습니다. 복강경에서는 이 모든 우려가 기우에 불과합니다.”

◆ 로봇수술 등장에 복강경 `위축?`…“천만의 말씀”

그렇지만 복강경 수술을 만능이라고 장담해선 안 된다. 환자의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땐 언제든지 개복수술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만 한다.

“예상했던 것과 다른 해부학적인 구조이거나 심한 장기 유착, 혈관이 많이 붙어있는 경우엔 복강경보다 개복수술이 더욱 안전합니다. 이럴 땐 신속하게 개복수술로 전환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최근 로봇수술이 등장하면서 복강경 수술에 대한 ‘시장 위축’을 말하는 이들이 많다. 로봇 역시 작은 절개창으로 수술을 하는데, 복강경보다 두드러진 장점이 많다. 로봇은 손떨림 현상이 없고 손목이 360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시야 확보에 탁월하며, 정밀한 곳을 확대해서 볼 수도 있다.

“로봇 역시 대단하죠. 하지만 복강경과 로봇의 실익을 충분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복강경과 로봇은 치료비용부터 큰 차이가 납니다. 비용대비 효율성을 봤을 때 복강경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상황에서 로봇수술처럼 어마어마한 비용을 내고 수술 받을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또한 로봇은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단 단점이 있습니다.”

복강경 수술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절개창을 보다 ‘작게’에서 이제는 그 숫자를 보다 ‘적게’ 만드는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복강경 전문의 사이 화두는 ‘구멍이 없는 복강경’이다. 즉, 배에 구멍을 뚫지 않고 수술을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사람이 기본적으로 신체에 가지고 있는 구멍들. 입이나 질, 항문 등을 통해 내시경을 집어넣어 수술해 볼 수는 없을까? 그렇게 되면 우리 몸에는 흉터가 하나도 남지 않고 만족도 또한 높아질 텐데…. 이를 자연개구수술이라고 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고 논란도 많지만, 끊임없이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복강경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꽤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경진 MK헬스 기자 nice2088@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