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小腸)은 소화만 시키는 장기가 아니라 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여러 가지 호르몬도 분비한다.
그중에 인크레틴이라고 하는 호르몬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조절한다. 이러한 개념은 100여 년 전부터 연구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에 신체 기능은 오로지 신경에 의해서만 조절된다는 개념이 주류였다. 따라서 30년간 많은 논란을 보이다 이후 수십 년간 잊혔다. 호르몬 측정 방법의 발전으로 1970년대 들어오면서 연구가 다시 부활했고 인크레틴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개념을 도입한 당뇨병 치료제가 개발돼 사용되기 시작했다. 음식물을 섭취할 때 소장에서 분비된 인크레틴이 혈액으로 분비되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감소시킨다. 그런데 사람의 인크레틴은 혈액에서 몇 분 안에 분해된다. 따라서 사람의 인크레틴을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혈관으로 계속 주입해야 한다. 즉 실용성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두 가지 치료제가 개발됐는데 하나는 사람의 인크레틴과 비슷한 인크레틴 유사체로 혈액 내에서 분해가 잘 안돼 오랫동안 효과가 지속된다. 다른 하나는 인크레틴을 분해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약제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인크레틴이 오랫동안 혈액 내에 활성 상태로 있게 한다.
인크레틴 치료법은 저혈당 위험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인크레틴은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며 혈당이 낮은 인슐린 분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독특한 작용 때문이다.
부작용도 있다. 일부 환자에게서 소화장애, 오심, 구토 등 증상을 유발하는데 이는 일시적이며 계속 약제를 투여하게 되면 이런 증상은 점차 감소하게 된다.
의사들이 약제를 선택할 때는 항상 약의 효과, 부작용, 그 환자에 대한 적절성과 비용을 고려한다. 또한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거의 평생 약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특히 장기간 사용할 때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 매우 민감하다.
인크레틴 치료가 기존 당뇨병 약제와 더불어 당뇨병 환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우정택 경희의료원 내분비내과 교수][ⓒ 매일경제 & mk.co.kr] / 2009-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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