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당뇨, 수술로 고치는 시대 열리나
인하대·가톨릭의대·순천향대 연구팀
"음식물 지나가는 경로 바꿔주는 수술 수술 후 80%가 약물 없이 혈당 조절"
일부선 "장기적 효과 아직 검증 안돼"
10년간 당뇨병으로 매일 혈당을 떨어뜨리는 인슐린 주사를 맞아온 회사원 조모(54·여)씨는 최근 3개월 전부터 주사 없이도 잘 지내고 있다. 지난 7월 이른바 '당뇨 수술'을 받은 이후부터다. 수술 후 추적 관찰에서 인슐린 주사 없이도 혈당 조절이 잘 된다는 판정을 받은 그는 축하 모임에서 설탕이 듬뿍 든 케이크를 한 움큼 먹었다. 당뇨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수술로 당뇨병을 고치려는 시도가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단 초기 결과는 좋게 나타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인하대병원 외과 허윤석 교수팀이 최근 대한외과학회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당뇨 환자 14명에게 '당뇨 수술'을 한 결과, 12명(85%)이 인슐린 주사나 혈당강하제 없이 혈당이 잘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방식의 수술을 활발히 하는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외과 김응국 이용찬 교수팀과 순천향대병원 허경렬 교수팀의 발표 자료에서도, 수술 후 80%대에서 약물 치료 없이 혈당이 조절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당뇨 수술'은 음식물이 지나가는 경로를 바꿔주는 방식이다. 우리 몸의 소화기는 위장→십이지장→소장 순으로 이어지면서 음식물을 소화시킨다. 수술은 여기에 우회로(迂回路)를 만든다. 먼저 위장에서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부위를 잘라 둘을 분리시킨다. 소장도 중간에 잘라 분리한다. 그러고는 중도에 잘린 소장을 바로 위장에 붙인다.
이렇게 되면 섭취한 음식물은 위장에서 소장으로 바로 이어지고 십이지장은 뒤늦게 소장에 합류하게 된다. 음식물이 소화기 효소를 접하는 순서가 위장→소장→십이지장으로 바뀌는 것이다.
허윤석 교수는 "아직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런 우회로가 혈당 관련 호르몬의 효율을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며 "이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체내 인슐린 효율이 좋아져 약이나 주사 없이도 혈당관리가 잘 된다"고 말했다. 원래 '당뇨 수술' 아이디어는 위암 수술에서 착안됐다. 위·소장 우회로 수술은 그동안 위암 때문에 위장을 대거 잘라내야 하는 경우 사용돼 왔다. 그 과정에서 원래 당뇨를 앓던 위암 환자가 수술 후 당뇨병도 개선되는 부수 효과가 나타났다. 그래서 아예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멀쩡한 위장은 건드리지 않고 우회로 수술만 하는 방법이 시도된 것이다.
이 방식은 지난 2006년 세계 주요국의 외과 전문가 그룹 회의에서 '당뇨 수술'로 인정받았고, 미국과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허 교수는 "'당뇨 수술'은 위암 수술 사례를 근거로 효과와 안전성이 지난 수십년간 인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체중이 정상인 당뇨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당뇨 환자는 약 500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약 40%는 정상 체중이다.
하지만 당뇨학회 등 일부 의학계에서는 수술은 식이요법과 약물치료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쓸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라는 의견이다. 또 장기적인 효과가 아직 검증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수술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뇨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가(高價)다. 배를 6~7㎝ 여는 개복(開腹) 수술로 하면 약 400만원이고, 복강경을 이용하면 약 1200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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