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발병률도 높거니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위협하는 까닭이다. 당뇨병은 완치가 거의 불가능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작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당뇨병 그 자체가 아니라 당뇨로 인해 발생하는 갖가지 합병증이다. 따라서 당뇨병 합병증에 대한 지식은 당뇨병 치료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이사장·손호영)와 함께 당뇨병 합병증의 발생원인과 치료법, 관리법 등을 꼼꼼하게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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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뇨병 합병증, 아는 게 藥!
● 동맥경화증의 주범, 대혈관 합병증을 잡아라
● 자꾸만 붓는 몸…신장 합병증과의 전쟁
● 말초신경 합병증은 경계경보,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 놓쳐선 안될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
● 눈앞이 캄캄…당뇨병 환자 시력 챙기기
● 당뇨환자의발, 개미만한 상처도 코끼리처럼 여겨라
● 당뇨병 합병증 조기 진단을 위한 필수 검사법
● “대한당뇨병학회, 이렇게 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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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유형준 교수·한림대 의대 한강성심병원 당뇨병클리닉 박중열 교수·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박강서 교수·을지대 의대 내분비내과 고경수 교수·인제대 의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연 교수·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대사학 내과학교실 김재택 교수·중앙대 의대 내분비-대사내과 이형우 교수·영남대 의대 내분비대사내과 박용수 교수·한양대 의대 내분비내과 손호영 교수·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끝)
[당뇨합병증 뿌리뽑기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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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합병증, 아는 게 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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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준 교수 한림대 의대 한강성심병원 당뇨병클리닉 |
당뇨병 합병증의 진실
당뇨에 대한 경각심이 꽤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당뇨와 관련된 오해는 여전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당뇨병보다 그 합병증이 더 무섭다”는 것. 하지만 이는 당뇨병 합병증이 ‘당뇨를 소홀히 여겼을 때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편견의 결과물이다. 분명한 진실은, 당뇨병 합병증은 당뇨병 관리를 잘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고, 설령 이미 합병증이 생겼더라도 당뇨병 치료만 잘 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당뇨병과 당뇨병 합병증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고, 항상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치료와 관리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당뇨병 합병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갑자기 발생하는 급성합병증과, 당뇨병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수년에 걸쳐 나타나는 만성합병증이 있다. 급성합병증에는 당뇨병성 케톤산혈증, 고혈당성 고삼투압성 비케톤혼수, 유산혈증, 저혈당증이 있다. 만성합병증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망막병증, 신증, 대혈관 합병증, 감염증 등이다. 이 중 눈, 콩팥(신장), 신경에 생기는 합병증을 당뇨병의 3대 미세혈관 합병증이라 한다.
방치하면 위험한 급성합병증
우선 급성합병증을 보자. 당뇨병성 케톤산혈증은 인슐린이 모자라 생기는 병이다. 당뇨환자처럼 당분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인체는 몸 안에 저장돼 있는 지방을 분해함으로써 에너지를 얻으려고 한다. 케톤산혈증은 지방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케톤체가 과다하게 생성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체에 케톤체가 많이 쌓이면 몸은 빠르게 산성으로 변한다. 이때 서둘러 혈당을 조절해주지 않으면 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고혈당성 고삼투압성 혼수는 혈당 수치가 너무 높이 올라가 수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는 질병이다. 이 두 가지 급성합병증 외에 흔치 않지만 체내 당질대사 이상으로 젖산이 과다하게 쌓여 환자가 위험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혈당 수치가 너무 내려가서 문제가 되는 저혈당증도 있다. 저혈당증 환자들은 온몸이 떨리고, 기운이 없으며, 심장이 뛰고, 입술 주위나 손끝이 저려오는 증상을 경험한다. 이러한 급성 당뇨합병증은 방치하면 위험한 상태에 이르지만, 철저하게 관리하면 100% 예방 또는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눈, 콩팥, 신경, 혈관 노리는 당뇨병 만성합병증
당뇨병 합병증의 또 다른 형태인 만성합병증은 전신에 생긴다. 대표적인 만성합병증의 하나인 당뇨병 망막병증은 실명(失明)의 원인이 된다. 이 외에도 당뇨병환자는 백내장, 녹내장의 발생빈도가 높기 때문에 시력이 저하되기 쉽다. 한편 당뇨병 신경합병증은 신경이 지배하는 모든 부위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발바닥을 담당하는 신경에 합병증이 오면 발바닥이 저릿저릿하고 화끈거리는 증상이 생기거나 아예 감각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 발기가 잘 되지 않는 발기부전, 정액이 요도를 통해 밖으로 나오지 않고 거꾸로 방광으로 들어가는 역행성 사정 같은 성기능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 밖에 소변이나 대변을 참지 못하는 요실금, 대변실금이 동반되고 변비, 설사, 구토 증상도 나타나는데, 이는 모두 자율신경계의 신경합병증에 의한 것이다.
당뇨병 족부병변이라 하는 당뇨병 발은 발과 발가락에 염증, 궤양, 괴사가 일어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인은 오랜 시간 고된 삽질을 하고 나서야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새 구두를 신을 경우 발뒤꿈치가 벗겨지는 고통을 경험한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들은 대수롭지 않은 삽질이나 단지 오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물집이 생긴다. 이러한 만성합병증은 작은 혈관들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생기는 증상으로, 작은 혈관에 문제가 생겨 생기는 질환이라는 의미에서 미세혈관 합병증이라 한다. 이 밖에 중간 크기 이상의 혈관이 좁아져서 발생하는 동맥경화증도 흔히 볼 수 있는 만성합병증이다.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관상동맥경화증이 나타나는데 이는 협심증, 심근경색증, 부정맥을 일으켜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동맥경화증으로 뇌혈관이 좁아지면 뇌졸중(중풍)에 걸릴 위험이 높고, 하지(下肢) 동맥이 좁아지면 걷기만 해도 장딴지가 아파 보행 장애를 겪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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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만성 합병증 왜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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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신체 장기에 나타나는 당뇨병 합병증 사례.
당뇨병 만성 합병증은 단지 한 가지 이유에 의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밝혀진 여러 가지 원인을 정리하면 크게 다음의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단백 당화변성의 증가다. 단백 당화변성은 말 그대로 당에 의해 몸의 단백질 성질이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화변성이 심해지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단백질이 장기간 높은 농도의 당에 의해 그 성질이 변해 여러 만성합병증을 가져온다. 혈액 중 당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단백질 변성이 심해지고 합병증도 심해진다. 다소 생소한 명칭이기 때문에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단백질 당화변성은 거의 모든 병원에서 이미 혈액 검사를 통해 진단되고 있다. A1C(에이원시, 당화혈색소) 검사가 바로 그것으로, 단백질의 하나인 헤모글로빈(혈색소)이 2개월 정도 높은 혈당에 잠겨 있으면 그 성질이 변하는 점을 포착, 몸 안의 단백질 변성 정도를 파악하는 검사다.
둘째는 소르비톨의 증가다. 체내의 혈당 농도가 높아지면 몸 안에서 소르비톨이 증가하게 된다. 소르비톨이란 물질은 주변의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는데 마치 솜이나 설탕이 주위의 물을 끌어들여 흡수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 소르비톨이 발끝의 신경조직 속에 많이 축적되면 신경조직 속으로 수분이 흡수되어 신경조직이 붓고 발끝은 통증을 느끼게 된다.
셋째는 세포내 DAG의 증가다. 이는 최신 연구에 의해 밝혀진 것으로 고혈당에 의해 DAG가 증가하면 여러 가지 효소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변하고 유전자의 발현도 변하며 성장인자도 증가해 당뇨병 만성합병증을 일으킨다. 망막 혈관의 성장을 조장하는 물질이 증가해 망막에 쓸데없는 혈관이 생기는 증식성 망막병증이 그 좋은 예다.
마지막으로 고혈당으로 인해 포도당이 헥소사민 경로로 정상치보다 더 많이 유입되는 현상이다. 포도당이 많이 유입되면 유전자 발현의 이상과 당화변성을 촉진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몸의 변화는 당뇨병으로 말미암아 증가하는 산화스트레스로 인해 더욱 조장된다. 결국 그림에서 보듯, 당뇨병 만성합병증의 가장 중요한 발생 원인은 고혈당, 즉 혈당 조절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피하고, 정기검진 받아야
당뇨병은 일단 발생하면 만성적으로 진행된다. 합병증을 예방하는 첫 번째 방법은 비만, 스트레스 등 당뇨병 발생 요인을 피함으로써 당뇨병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다. 당뇨병의 만성합병증을 유발하는 요소들 중 피할 수 없는 유전적 요소는 어쩔 수 없더라도 후천적 질환인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에 조심하고 항상 정상체중(표준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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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합병증은 정기적인 당뇨 검사를 통해 예견, 예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는 정기적인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기적인 검사로 당뇨병 합병증의 주된 원인과 이로 인한 몸 안의 변화를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하는 검사는 혈당 상태(혈당, A1C), 콩팥 검사(요단백, 혈액 중의 요소, 질소, 크레아티닌),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포함한 지방질 검사, 간기능 검사 등이다. 이 외에도 망막병증의 조기 발견과 관리를 위한 안저 검사, 심장 기능을 살피는 심전도 검사, 신경병증을 진단하는 신경전도 검사가 있다.
당뇨가 있는 환자라면 매일 발의 이곳 저곳을 살펴 물집, 군살이 발견될 경우 즉시 의사와 상의해 당뇨병 발(당뇨병 족부병변)을 방지하도록 한다.
“많이 아는 환자가 가장 오래 산다”
사람들은 당뇨병이 오래 지속되면 만성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장 몸에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설마 내가 그렇게 나빠지지는 않겠지’하는 안이한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뒤늦은 후회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당뇨병 합병증은 당장은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현재 진행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하는 까닭에 정기 검사를 통해서 초기에 발견해 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모든 질병에는 그에 맞는 치료법이 있지만 세상의 그 어떤 병보다도 일정한 특성을 갖고 있는 병이 바로 당뇨병이다. 따라서 당뇨병은 환자가 많이 알면 알수록 그만큼 치료효과가 크다. 우선, 당뇨병은 당뇨병 교육을 통해 많이 배울수록 치료가 잘된다. 혈당 조절과 합병증 치료도 마찬가지다. 또한 당뇨병에 대해 알면 알수록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기 때문에 난무하는 엉터리, 사이비, 거짓 치료법들로 인한 헛수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마치 등산로를 잘 알면 잘못 그려진 안내판에 쉽게 속지 않는 것과 같다.
만약 어디서 당뇨병에 관한 올바른 교육을 받아야 할지 고민이라면 가까운 당뇨병 클리닉을 찾아보자. 여러 병원에서 당뇨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니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당뇨병은 교육이 치료의 효과를 강화해주는 특별한 질병이다. 그래서 “가장 많이 아는 당뇨병 환자가 가장 오래 산다”는 말이 나왔다.
柳亨俊 |
현재 한림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한강성심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과장, 대한노인병학회 회장, 대한당뇨병학회 노인 내분비당뇨병연구회 회장, 대한비만학회 회장,대한영양의학회 부회장, 2006년 세계비만학회 집행위원, 2007년 아시아오세아니아 비만학술대회 조직위원장, 대한노인병학회 명예회장,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 등으로 활동 중. 서울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의학박사)했으며, 덴마크 하게돈 당뇨병 연구소 연구원, 일본 도쿄대 의학부 노년병학교실 및 부속병원 노인과 연구교수 역임. 지석영 의학상을 비롯, 대한비만학회 등 학술 연구상 다수 수상. 저서로 ‘당뇨병 합병증’ ‘당뇨병 교육’ ‘당뇨병 알면 병이 아니다’ 외 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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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합병증 뿌리뽑기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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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경화증의 주범, 대혈관 합병증을 잡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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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열 교수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
작은 상처로 다리 잃을 수도
60대 초반의 자영업자 강모씨. 오른쪽 발이 시커멓게 썩어간다며 병원을 방문했다. 한 달 전 공중목욕탕에 갔다가 발뒤꿈치를 살짝 긁힌 것이 화근이었다. 별반 아프지도 않고 큰 상처도 아니어서 약만 바르고 내버려두었다. 잠시 잊고 지내다 어느 날 문득 발을 본 강씨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상처 부위가 점점 넓어지고 색깔이 검어지는 등 살이 썩어가는 증상(괴저)이 나타난 것이다. 급히 병원을 찾았지만 발에 난 상처는 이미 상태가 나빠질 대로 나빠져 있었다.
강씨가 당뇨병 진단을 받은 시점은 이미 20여 년 전. 10년 전부터는 혈당 조절을 위해 인슐린을 쓰고 있고, 고혈압 치료제까지 함께 복용해왔다. 평소 조금만 걸어도 종아리가 땅기고 아팠지만 병원을 찾지 않았다. ‘혈당조절만 열심히 하면 됐지’ 하고 방심한 탓에 상처가 나기 전부터 그의 다리는 이미 종아리 부위 동맥의 일부가 막혀 있었던 터였다. 시술로 막힌 부위를 회복시켰으나, 이미 썩어 들어간 오른쪽 발목은 절단해야 했다.
동맥경화란 말 그대로 동맥이 딱딱해진다는 뜻이다. 혈관의 안쪽을 둘러싸고 있는 세포에 지방이 많이 쌓여 혈관 통로가 좁아지거나 막히는 증상, 질병을 말한다. 동맥경화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서구식 식생활에 따른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흡연 그리고 당뇨병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요인들은 혈관 세포에 이상 반응을 일으키게 하고 세포내에 많은 지방을 쌓이게 한다. 동맥경화증은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잘 나타난다. 따라서 당뇨병을 겪고 있다면 동맥경화증의 합병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예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혈관은 우리 몸 구석구석, 모든 장기에 퍼져 있다. 그러나 증상은 크게 세 군데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동맥경화는 나타나는 곳에 따라 3 종류로 나뉜다. 뇌혈관, 심장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이 경화되는 증상과 강씨처럼 다리 혈관이 좁아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뇌혈관에 동맥경화가 심해지면 뇌졸중으로 갑자기 입이 돌아가거나 한쪽 팔, 다리가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의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운동이나 흥분 상태에서 가슴에 통증이 오는 협심증, 심근경색, 심지어 급사로 이어질 수 있다. 다리의 혈관이 좁아지면 파행(claudication, 일정 거리를 걷게 되면 하체 쪽으로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종아리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증상) 혹은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당뇨 환자들에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세 번째 경우다. 당뇨 환자는 다리의 감각이 떨어지기 쉽다. 그래서 상처가 크게 번져도 아픔을 잘 느끼지 못할뿐더러 나이가 많을수록 감각은 더 떨어진다. 가벼운 상처는 아예 모르고 지나가기도 다반사다. 당뇨병이 있으면 혈관 질환이 생길 확률이 더 높아지므로 당뇨 환자들은 필히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
동맥경화증의 증상이 다양하듯 동맥경화증을 방치해 나타나는 최악의 상황 또한 다양하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이런 끔찍한 결과에 대해 설명을 해도 대부분 설마설마 하며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동맥경화증의 합병증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는 당뇨환자가 생각보다 많다. 심지어 뇌혈관 동맥경화증으로 몸의 일부가 마비되거나 생명과 직결된 부위가 막혀 생사의 갈림길에 서는 경우도 결코 드물지 않다. 협심증과 급성 심근경색으로 하루에도 수십명이 응급실을 찾고, 막힌 부위를 뚫어주는 수술을 받거나 가슴을 열어 직접 관상동맥에 다른 혈관을 잇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그나마 치료를 받고 회복될 수 있다면 다행이다. 당뇨병 환자들은 관상동맥이 매우 좁아지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손도 써보지 못한 채 급사에 이를 수 있다. 다리 혈관의 동맥경화로 다리의 일부를 영영 잃는 안타까운 일을 겪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외상을 제외한 하지 절단 수술 사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당뇨병에 의한 말초혈관의 동맥경화증이라는 보고도 있다. 결국 이러한 모든 합병증의 종말은 환자의 삶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오게 되며, 당뇨병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 되고 있다.
동맥경화를 예방하려면 환자 자신이 사소한 증상도 소홀히 하지 않고 꼼꼼히 봐뒀다가 이상이 발견되면 바로 병원을 찾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당뇨병이 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 진단을 받을 때부터 이미 동맥경화증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뇨병과 함께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다른 만성질환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이미 동맥경화증이 상당히 진행됐더라도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신체 일부분이 마비되거나 심장마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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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트를 삽입해 막힌 관상동맥을 넓히는 모습(왼쪽)과 경동맥을 직접 절개해 혈관에 끼인 지방을 제거하는 모습.
당뇨병은 이처럼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당뇨병의 심혈관 질환, 특히 관상동맥 질환에 대한 위험도는 과거에 심근경색을 경험한 일반 환자의 위험도와 비슷하다. 따라서 자신의 증상에 대해 검진을 받는 적극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뇨병을 제외한 동맥경화증의 위험요소인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흡연 등에 대한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고혈압이 있으면 수축기 혈압 130, 이완기 혈압 80 상태를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약을 철저히 복용하고, 짠 음식을 멀리한다. 고지혈증에 대해서는 나쁜 콜레스테롤(LDL, Low density lipoprotein)이 100 미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식이요법과 약물요법을 꾸준히 병행한다. 이미 뇌혈관이나 심장혈관의 질환으로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추가적으로 혈관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혈당 조절을 잘 하고 있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혈당 조절의 정도와 동맥경화 예방에 대한 관계는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당 조절은 당뇨병의 또 다른 합병증인 작은(미세) 혈관 합병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엄격한 혈당 조절은 중요하다.
최신 치료법 속속 등장
동맥경화증을 진단하는 방법은 부위와 증상에 따라 모두 제각각이다. 뇌혈관 동맥경화증의 진단은 실제 뇌혈관이 얼마나 좁아져 있는지에 대한 검사로 경동맥 도플러 초음파나 뇌혈관 MRI가 도움이 된다. 심장 관상동맥에 대한 검사는 심전도, 운동부하, 핵의학 검사를 통해 1차 선별을 한다. 이상이 발견되면 ‘관상동맥 조영술’로 해당 부위와 범위를 확인한다. 다리 혈관의 동맥경화증을 진단하려면 다리 쪽의 혈압을 구역별로 측정해 차이가 있는지 알아본다. 혈관 조영술은 마지막 단계에서 시행한다. 최근에는 CT 검사를 통한 혈관 조영술이 동맥경화증의 정도를 판단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과거와 달리 동맥경화 합병증을 치료하는 좋은 수술법이 개발돼 있다. 우선 뇌혈관, 특히 목에 있는 경동맥이나 심장 근육에 영양을 공급해주는 관상동맥이 좁아진 경우에는, 좁아진 부위에 직접 가느다란 관을 넣은 후 풍선으로 넓혀주거나 스텐트를 삽입해 다시 좁아지는 것을 막아주는 시술이 널리 이용된다. 혈관이 꽉 막혀 들러붙어 있거나(협착) 그 부위가 길게 분포된 경우에는 스텐트 삽입 같은 방법을 쓰기 어렵다. 이때에는 경동맥의 경우 혈관을 직접 절개하여 그 안의 지방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심장의 관상동맥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건강한 혈관을 붙여 통로를 만들어 주는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하지(다리)의 동맥이 좁아진 경우에도 같은 방법을 이용하거나 인조 혈관 수술을 통해 혈액순환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최근엔 이러한 시술을 받은 환자의 증상 개선 정도가 매우 뛰어나며 뇌졸중, 심근경색의 발생률을 상당히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하지 혈관의 동맥경화로 인한 괴저 발생 위험을 낮춤으로써 하지 절단을 막을 수 있다.
동맥경화증으로 합병증이 생겼더라도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나아질 수 있다. 그러나 위험 인자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라도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동맥경화증이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朴重烈 |
서울대 의대와 대학원(의학박사)을 졸업하고 현재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로 재직 중. 미국 하버드 의대 조슬린(Joslin) 당뇨병센터 교환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6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에서 발표하는 등 당뇨병 연구에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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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합병증 뿌리뽑기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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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붓는 몸…신장 합병증과의 전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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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환자 조기 사망 원인, ‘당뇨병성 신증’
10년 넘게 당뇨병과 싸워온 중견 회계사 최모(53)씨. 꼼꼼한 성격 덕에 식이요법과 약 복용을 게을리해본 적이 없다. 체중조절도 잘 하고 혈당도 수시로 체크해왔기 때문에 혈당 조절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약간 올라간 혈압을 무시한 것이 화근이 됐다. 크게 불편한 점이 없어 괜찮으려니 했는데 얼마 전부터 눈 주위와 다리 앞정강이가 붓고 구두가 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아차’ 하는 마음에 병원을 찾은 최씨. 결국 당뇨병성 신증으로 인한 신장기능 저하 진단을 받았다.
당뇨병이 원인인 ‘당뇨병성 신증’은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거의 모든 당뇨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당뇨병성 신증의 종착점은 신장 기능이 거의 다 망가져 투석을 해야 하는 ‘만성 신부전’이다. 투석환자의 40% 이상이 당뇨병성 신증일 정도로 당뇨병으로 인한 신장 질환은 심각하다. 심지어 10년 후에는 당뇨병으로 인한 신부전증 환자가 현재보다 2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당뇨병성 신증은 심혈관 질환과 함께 당뇨 환자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주원인이다. 게다가 당뇨병성 신증이 있을 경우 다른 만성질환에 걸리기도 쉽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당뇨병성 신증 환자는 보통 사람에 비해 사망할 확률이 20~40배 이상 높다. 심지어 전체 투석환자의 사망률도 당뇨병이 없는 환자보다 약 9%이상 높게 나타나는 게 현실.
연구자들은 앞으로 당뇨병으로 인한 신장 질환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날로 서구화하는 식생활, 그로 인해 남아도는 열량, 운동부족 등 최악의 환경조건이 더해지면서 당뇨병에 걸리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뇨병 치료법의 발달로 환자의 수명이 연장된 것도 신장 질환의 증가를 가져온 한 원인이다.
당뇨병성 신증, 방치하면 만성신부전증 된다
당뇨병을 치료하는 첫째 이유는 고혈당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증상을 막기 위함이지만 멀리 보면 만성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당뇨병으로 인한 만성합병증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장 합병증이다. 당뇨병 환자의 약 20%가 단백뇨 증상이 있고 신장 기능에 이상을 겪는다. 당뇨병성 신증은 당뇨 환자의 조기 사망 원인이 될 만큼 무시무시하다. 그러나 초기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신장이 망가지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가끔 오줌에 피가 비치는 증상이 나타난다. 상태가 지속되면 단백뇨가 계속 나오고 혈압이 오르며 빈혈이 생기고 몸이 붓는다. 이런 증상을 ‘사구체경화증’이라고 한다. ‘사구체’란 신장 안에서 오줌을 거르는 일을 하는 모세혈관 조직. 이 모세혈관들은 전체 혈관의 일부만 망가져도 나머지 모세혈관에 주는 부담이 엄청나기 때문에 한번 손상되기 시작하면 점점 속력이 붙는다. 이 상태를 그대로 내버려두면 결국 더 이상 신장에서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하는 만성신부전증이 오게 되는 것이다.
신장 합병증이 왔음을 알리는 초기 이상 증상은 단백뇨다. 사구체에 이상이 생겨 몸속에 남아 있어야 할 ‘알부민’이라는 단백질이 소변에 섞여 나오는 것이다. 단백뇨가 조금씩 나올 때에는 전혀 증상이 없다. 흔히 소변에 거품이 생기면 단백뇨를 의심하라고 하는데 거품이 생길 정도면 이미 단백뇨가 아주 많이 나온다는 뜻이다. 보통 사람들도 소변을 보면 거품이 생긴다. 그러나 단백뇨가 있을 경우에는 거품이 많아지는 것이 뚜렷하게 보인다. 단백뇨가 심하면 몸속에 알부민이 부족해진다. 이 때문에 몸이 붓고 혈압이 오르며 경우에 따라서는 콜레스테롤이 증가하기도 한다.
조기 발견하면 정상으로 회복
하루에 소변으로 알부민이 30~300mg 나오는 경우를 미세단백뇨라 한다. 미세단백뇨 시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방치하면 점점 혈압이 오른다. 당뇨병성 신증에서 미세단백뇨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에 혈당 조절을 잘 하고 약물치료를 받으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세단백뇨 시기를 넘기면 신장에서 노폐물을 거르는 능력이 떨어져 당뇨병성 신증으로 넘어간다. 몸속에서 요긴하게 쓰여야 할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면서 손과 발이 붓고 고혈압이 나타난다. 이때 적절하게 손을 쓰지 않으면 2~5년 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말기 신부전 상태가 된다. 말기 신부전 상태가 되면 눈에 당뇨병성 망막병증이 오기 쉽고, 심혈관 질환이 나타나 사망을 앞당기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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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
신장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1. 혈당을 철저히 조절한다 2. 혈압을 철저히 조절한다 3. 단백질 섭취를 제한한다 (신증의 진행 정도에 따라 의사와 상의하여 결정) 4. 당뇨병 이외에 신장에 해가 되는 다른 요인들을 제거한다
신부전이 진행되는 환자의 식이요법 1. 단백질 섭취 제한 : 고기나 콩류를 섭취하지 못한다 2. 충분한 칼로리 제공 : 탄수화물과 지방만을 주로 섭취해야 한다 3. 칼륨의 섭취 제한 : 칼륨이 풍부한 과일류 등을 섭취하지 못한다 4. 염분 섭취 제한 : 음식에 소금 간을 할 수 없다 5. 인산 섭취 제한 : 인산이 풍부한 단백질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6. 요산이 풍부한 식품 섭취 제한 : 내장 고기와 같은 핵산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지 못한다
신장에 해가 되는 여러 다른 요인들 1. 염증 : 신우염, 방광염 2. 요로결석 또는 전립선 비대로 인한 배뇨장애 3. 약물 : 진통소염제, 항생제 4. 탈수 또는 출혈로 인한 소변량 감소 5. 조영제를 이용한 방사선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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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하는 환자의 40% 이상은 당뇨병 합병증 환자이다.
당뇨병성 신증은 조기에 발견하면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만큼 정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 정기적으로 소변 검사를 받고 단백뇨가 있다면 철저하게 혈당과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 단백뇨가 나오지 않더라도 미세단백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현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더라도 매년 검진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당뇨병성 신증은 계속 진행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혈압 조절과 저단백 식사 필수
신장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식이 조절과 적극적인 혈당 조절,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혈당 조절은 당뇨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다. 되도록 신증 발견 초기에 인슐린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약 4개월의 기간 내에 혈당 조절 상태를 평균혈당 개념으로 알려주는 당화혈색소를 7% 이하로 유지하도록 한다. 혈압 조절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당뇨병성 신증에서 혈압조절의 목표치는 130/80 mmHg 미만이며, 단백뇨가 하루 1g 이상 소변으로 나오거나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혈압을 125/75mmHg로 조절해야 한다.
식단은 신장의 기능을 좋게 하는 저단백 식사가 좋다.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kg당 1g 정도로 체중 60kg의 당뇨병성 신증 환자는 하루 60g 이하의 저단백 식사가 적당하다. 그러나 단백질을 너무 적게 먹으면 영양 결핍으로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어, 칼로리 균형도 잘 맞추도록 한다. 고기, 생선, 두부, 달걀 등의 단백질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인다. 단백질 음식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가는 단백뇨의 정도, 사람의 키, 체중에 따라 다르다. 대략적으로 보면 달걀 한 개, 생선 50g(한 토막), 불고기 40g(다섯 점), 두부 80g(1/6모) 정도를 하루에 한두 가지 골라 섭취하는 양인 45~55g이 알맞다.
朴康緖 |
현재 을지대 의대 대전을지병원에서 진료부장, 내분비대사내과 과장, 종합건강증진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교육 및 수련 위원, 대한당뇨병학회 충청지회 총무이사, 대한내분비학회 충청지회 지역이사 등으로 활동 중. 국제당뇨병센터(International Diabetes Center) SDM 과정을 수료했으며, 국내외 30여 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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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합병증 뿌리뽑기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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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신경 합병증은 경계경보,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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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수 교수 인제대 의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
밤만 되면 쑤시고 저리고
하루 중 가장 괴로운 때를 물으면 ‘밤’이라고 답하는 당뇨 환자가 의외로 많다.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쉴 수 있는 밤이 괴롭다니 건강한 사람들이 듣기에는 의아하기만 하다. 그러나 일리가 있는 말이다. 소소한 것으로는 밤참, 군것질거리 등 긴긴밤을 먹는 낙 없이 지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당뇨합병증 중 하나인 성기능 장애까지 있다면 밤이 오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다수의 환자가 밤이 두렵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밤만 되면 나타나는 통증 때문이다. 통증의 형태는 발바닥이 화끈거리며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고, 저릿저릿한 경우도 있다. 밤새 이런 증상에 시달리니 잠을 제대로 잘 리가 없다. 고육책으로 온갖 민간요법에 매달리다가 결국 발에 상처를 만들어 뜻하지 않게 큰 화를 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이는 바로 당뇨병의 합병증인 말초신경 합병증 때문에 생긴 통증이다. 많은 당뇨 환자가 고통 받고 있는 증상이지만 정작 관리가 소홀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합병증이다.
당뇨 환자라고 해서 모두 살이 마르고 환자 티가 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의사가 권하는 대로 하다가는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약물중독만 된다는 생각에 치료를 소홀히 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문제는 당뇨병이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혈당 조절 정도와 상관없이 잠잠하다가 수년이 흘러서야 그 흉악한 본 모습을 드러낸다.
이 중 가장 먼저 나타나는 당뇨병 합병증이 바로 ‘말초신경 합병증’이다. ‘말초신경’은 온몸에 퍼져 있어 여러 가지 감각을 느끼는 신경이다. 이 말초신경이 비정상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나타나는 것이 말초신경 합병증인데, 그 증상이 다양하다. 당뇨로 인해 신경 자체가 마비돼 아예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 신경세포 속에 당이 너무 많아지면 세포가 망가지는데, 이때는 심한 통증이 따른다. 처음에는 쿡쿡 쑤시거나 저리고 화끈거리는 증상이 발가락 끝에서부터 시작해 서서히 위로 퍼져 나간다. 이 통증은 유달리 밤에 더욱 심해진다. 낮에는 잘 느끼지 못하다 얄밉게도 늦은 밤 잠을 청하려고 하면 꼭 그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사람을 괴롭힌다.
당뇨합병증 경고하는 ‘노란불 신호’
말초신경 합병증은 고통스럽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말초신경 합병증을 소홀히 했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말초신경 합병증성 통증은 다른 당뇨합병증이 오고 있다는 ‘경고등’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본격적으로 당뇨병 합병증이 나타났다는 뜻이므로 눈, 신장 등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다른 합병증 검진을 서둘러야 한다. 또 말초신경 합병증이 있는 환자는 발 건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발의 감각이 둔해져 상처가 나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잘 낫지 않아 발을 절단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증의 경우, 처음 손발이 저리기 시작하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서 그러려니 하고 엉뚱한 자가진단을 내리기 쉽다. 그러나 혈액순환이 원인인 경우에는 걷거나 움직이면 증상이 심해지고 가만히 쉬면 증상이 사라진다. 따라서 반대 증상이 나타나는 말초신경 합병증과는 쉽게 구분이 된다.
말초신경 합병증의 종류는 매우 다양한데,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병을 오래 앓을수록,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을수록 증상이 더 쉽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특히 혈당이 높으면 종류에 상관없이 신경 합병증이 나타나는 까닭에 고혈당을 신경 합병증의 주요한 원인으로 짐작하고 있다.
체크 |
이런 증상 땐 말초신경 합병증 의심 1. 발 또는 다리에 감각이 없다. 2. 발 또는 다리에 화끈거리는 통증을 느낀다. 3. 욕조에 들어갈 때 뜨거운 물과 찬 물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4. 증상이 밤에 심해진다. 5. 걸을 때 발의 감각을 잘 느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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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신경 합병증의 당뇨병성 통증 치료제로 새로 출시된 한국화이자제약의 리리카.
말초신경 합병증의 원인이 모두 당뇨는 아니다. 증상은 같아도 원인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들도 생각해봐야 하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음주에 따른 신경손상, 비타민 결핍이다. 이 외에도 갑상선 기능저하증, 중금속 중독이 원인이 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병원을 방문하는 당뇨병 환자 10명 중 6~7명이 ‘말초신경 합병증성 통증’을 겪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들 중 90% 이상이 고통의 원인이 말초신경 합병증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발 좀 저린다고 병원까지야…” 하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은 탓이다. 고통을 잊기 위해 잠 대신 발만 계속 주무르는 괴로운 밤을 수년씩 보낸 환자가 허다하다.
말초신경 합병증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분명한 치료법은 있다. 혈당을 철저하게 조절하고 약을 꾸준히 먹으면 대부분 증상이 사라진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혈당 조절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혈당이 잘 조절되더라도 통증이 없어지려면 길게는 수개월씩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빠른 통증 치료를 위해 적절한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약물치료를 받은 신경병증 환자의 80% 이상에서 통증이 크게 줄어드는 결과를 보였다. 약물은 진통제, 항우울제, 항경련제, 비타민, 항산화제 등 종류가 다양하다. 최근에는 효과는 키우고 부작용은 줄인 약제들이 속속 개발돼 약물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고 안전해졌다.
감각 대신 눈을 믿고, 찜질방 대신 병원 찾아라
말초신경 합병증을 앓는 환자 중에는 저린 발을 낫게 한다고 미지근한 물에 발을 담갔다가 큰 화상을 입고 업혀오는 경우가 있다. 발의 감각이 일반인보다 떨어지는 당뇨병 환자들은 뜨거운 물을 미지근하다고 착각하기 십상인 탓이다. 뜨거움뿐 아니라 고통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상처가 나도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당뇨 탓에 가뜩이나 상처가 잘 아물지도 않는데 다친 것도 모르고 계속 내버려두니 작은 상처도 큰 후유증을 남기기 일쑤. 따라서 뜨거운 물에 오랫동안 몸을 담그지 않도록 하며, 부엌칼을 사용할 때에도 매우 주의해야 한다. 상처가 난 줄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일을 마친 후, 또는 수시로 상처가 날 만한 곳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기른다.
말초신경합병증을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술이다. 사회생활에서 술자리를 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건강해야 사회생활도 잘할 수 있는 법. 술, 안주 등은 신경합병증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혈당 조절까지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 술과 안주를 먹지 않더라도 술자리를 즐길 수 있도록 주위사람들이 배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증상만 낫게 하겠다는 생각에 찜질방만 찾고 병원은 뒷전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통증이 나타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확한 검진으로 말초신경합병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말초신경 합병증은 다른 합병증의 신호탄이 될 수 있으므로 방치하지 말고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말초신경 합병증 증상이 심해지면 당장 겪는 통증 때문에 불안하고 우울해진다. 그러나 의사의 지시만 잘 따라도 통증이 쉽게 가라앉을 수 있으므로 마음을 편히 먹고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갖도록 한다. 또 소홀했던 혈당 조절에 다시 박차를 가하도록 한다. 과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영양을 골고루 규칙적으로 섭취할 수 있도록 식단에 공을 들인다. 알맞은 운동 또한 큰 도움이 된다.
高京秀 |
현재 인제대 의대 상계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당뇨병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학술 활동 진행. 대한당뇨병학회 홍보간사로 활동하면서 당뇨병과 합병증 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보 활동도 펼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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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합병증 뿌리뽑기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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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선 안 될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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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봉연 교수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대사학 내과학교실 |
당뇨병 말기, 무너지는 자율신경계
10년 넘게 당뇨병을 앓아온 53세의 주부 김모씨는 얼마 전부터 앉았다 일어나기만 하면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빈혈기가 조금 있던 그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약국에서 빈혈약을 구입해 먹는 정도로 치료를 대신하고 있었다. 빈혈의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두통도 심해질 무렵, 고교동창생 모임에서 급기야 실신하고 말았다. 병원으로 긴급히 호송되어 진찰을 받은 김씨의 증상은 당뇨병으로 인한 기립성 저혈압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이름도 어려운 이 질환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자율신경은 우리 몸의 구석구석에 퍼져 있으며 주로 내부 장기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당뇨병으로 인해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자율신경병증은 피부에서부터 시작해 위장관계, 비뇨생식계, 심혈관계 등 우리 몸의 모든 부위에서 생길 수 있고 그만큼 증상도 다양하다.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이 있는 경우 심근경색증이나 심장 부정맥, 뇌졸중, 신증 등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 가장 중요한 유발인자로는 불량한 혈당 조절, 오랜 당뇨병 유병 기간, 고령, 여성, 비만 등이 있지만 철저한 혈당 조절이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발생이나 진행을 늦추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자율신경병증은 전형적으로 당뇨병 말기에 발생하며 일반적으로 다양한 말초신경병증을 동반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이러한 신경병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섬유에 산소와 양분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이 망가졌기 때문으로 보는 견해도 있고, 망막이나 신장에서처럼 높은 혈당으로 인해 신경 세포에 좋지 않은 물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최근에는 유해산소가 직접 손상을 끼친다는 보고도 있었으며, 특정한 지방산이 결핍되어 이런 신경병증이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자율신경 손상이 몸속 장기 골병 들인다
자율신경계가 손상되면 그 영향을 받는 몸속의 수많은 장기에서 갖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일부 자율신경계의 이상은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진행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심혈관계 자율신경병증, 기립성 저혈압, 위장관계 자율신경병증이 있다.
심혈관계 자율신경병증 : 자율신경병증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심박수 조절과 혈관 운동의 장애를 일으킨다. 초기에는 심호흡 혹은 운동할 때 나타나는 정상적인 맥박수 증가의 변동 현상이 사라진다. 운동할 때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지 않고 일정하다면 오히려 치명적인 부정맥의 위험성이 커진다. 그 외에 밤에 혈압이 오르고 이른 아침에 혈압이 떨어져 이로 인해 기립성 저혈압의 빈도가 높아지며, 운동에 따른 심장 박동수의 증가가 없어 운동능력이 떨어진다. 이런 경우 통증이 없어 병원을 찾지 않는데다 위급한 경우 응급치료가 되지 않아 심근경색증 후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립성 저혈압 : 일어났을 때 수축기 혈압이 30mmHg이상 감소하는 것을 말하며 환자가 어지러움, 무기력감, 시력장애, 두통을 호소하거나 심하면 의식을 잃는다. 이는 누웠다가 일어났을 때 생기는 혈압 변화에 대해 혈관의 수축능력이 떨어지고, 심장의 반응 능력이 떨어져 발생한다. 환자가 몸속 수분이 모자라는 탈수현상을 일으키거나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복용했을 경우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체크 |
당뇨병성 자율신경계 장애의 종류 - 비정상적인 땀의 분비 : 특히 음식을 먹은 후 상체에 심함 - 심장과 혈관의 이상 : 기립성 저혈압(일어서면 어지럽다) - 위와 장의 운동 이상 : 메스꺼움 및 구토, 상복부 통증, 당뇨병성 설사, 변비 등 - 방광의 신경이상 : 배뇨 장애, 요실금 - 성기능 이상 : 발기부전, 역행사정 - 신경증에 의한 부종 : 혈관의 수축과 이완 조절 기능 손상 - 관절 붕괴 : 관절을 유지하는 신경의 손상 - 갑작스러운 죽음 : 심장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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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환자에게 있어 혈압 관리는 혈당 관리만큼 중요하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환자는 식사를 하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고 10~15분경에 갑자기 저혈압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증상이 저혈당 때의 증상과 유사해서 인슐린에 의한 저혈당으로 잘못 진단되는 사례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위장관계 자율신경병증 : 소화를 담당하는 위와 장운동을 조절하는 것도 자율신경계의 영향을 받는다. 당뇨병성 자율신경병증에 걸리면 위산 분비는 줄고 위장관 운동이 마비되어 위무력증이 생긴다. 위무력증은 당뇨병 환자의 25%에서 발견되는데 증상으로는 조기 포만감, 구토, 복부 팽만감, 복부 위쪽(상복부) 통증 및 식욕 저하 등을 수반한다.
특징적으로는 구토할 경우 며칠 전에 먹은 것이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나오기도 한다. 증상은 수일에서 심하면 수개월 동안 지속된다. 장운동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세균이 과도하게 번식하거나 담즙이 잘 흡수되지 못해 설사를 한다. 반대로 변비에 시달리기도 하는데, 종종 변비와 설사 증상이 번갈아 나타난다.
땀, 피부, 음경 등의 문제 : 이 밖에도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거나 적게 날 수 있다. 보통은 음식을 먹고 난 후 특히 상반신에만 많은 양의 땀이 난다. 여름철에는 땀띠로 고생하고, 사회생활에 불편을 겪을 정도로 그 증상이 심각한 경우도 있다. 반대로 땀이 너무 적게 나면 피부가 건조해지는데, 흔히 발에서 나타난다. 건조한 발은 쉽게 갈라지고 세균이 들어와 곪기 쉽다. 음경의 발기와 사정에도 자율신경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발기는 음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의 상태나 환자가 먹고 있는 여러 약물 그리고 심리적인 요인에 모두 영향을 받으므로 자율신경계의 이상뿐 아니라 다른 원인들도 자세히 검사해볼 필요가 있다.
문제 부위별 치료 함께 해야
심혈관계 자율신경병증은 심호흡할 때, 운동할 때 심장 박동수 변화를 관찰하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기립시) 심장 박동수의 증가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외에도 24시간 심장 박동수 변화를 관찰하거나 핵의학 검사로 심장을 촬영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이런 검사들은 제1형 당뇨병의 경우 진단을 받고 5년 이후부터, 제2형 당뇨병의 경우 진단 직후 해마다 받는 것이 좋다. 치료는 초기에 혈당 조절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 외 혈압약제가 도움이 될 것으로 여겨져 이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누웠다가 일어설 때 현기증을 느끼는 기립성 저혈압은 환자의 혈압을 측정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평소의 혈압은 높이지 않고 기립시의 혈압만 높여야 하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 우선 보조적인 방법으로 고탄력 스타킹을 신거나 천천히 일어나도록 하며 뜨거운 물 목욕을 삼가고 인슐린을 맞을 때는 누워서 맞도록 한다.
당뇨병 환자의 위운동 장애 여부를 진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아직 표준화된 검사 방법이 없어 테스트 음식의 구성, 양, 검사시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 환자의 이전 질환에 대한 평가와 신체적 관찰도 필요하다.
당뇨병성 위무력증의 치료도 혈당을 철저하게 조절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증상이 심하면 금식하는 것이 좋으며 지방과 섬유소 함유량이 적은 식사를 조금씩 자주 하도록 한다. 또한 자극성 변비치료제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발기부전의 치료는 1차적으로 먹는 약제를 사용한다. 이 외에도 혈관확장제를 음경에 직접 주사하거나 요도에 주입할 수 있고, 음압을 이용해 발기시키거나 혈액유출을 억제시키는 보조기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치료에 반응이 없는 환자들은 음경보철을 심을 수도 있다.
車奉燕 |
현재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과장, 임상시험심사위원회 위원장, 대한당뇨병학회 교육이사로 활동 중이다. ‘인슐린 저항성 기전 규명’을 주연구로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햄 앨라배마주립대학 해외연수를 다녀온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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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합병증 뿌리뽑기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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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이 캄캄…당뇨병 환자 시력 챙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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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흐리고 검은 점 보이면 ‘당뇨병성 망막증’ 의심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은 비만한 체격에 갈증을 자주 느껴 물을 많이 마셨다고 한다. 또한 30대 중반부터 두 눈이 흐릿해 어두운 곳은 지팡이 없이 걷기 어려웠고, 46세에는 세자에게 나랏일을 맡기려 할 만큼 증상이 심해졌다고 전한다. 숙종도 안질로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50대에는 글씨를 제대로 보기 어려웠고 나중에는 새로 간택된 왕세자빈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천하를 호령했던 나랏님들도 꼼짝 못한 눈 질환, 현대 의학 지식으로 미뤄 짐작했을 때 두 임금의 안질환은 바로 당뇨병 합병증으로 여겨진다. 당뇨병 환자들의 앞을 캄캄하게 만드는 당뇨병성 눈 합병증,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
당뇨병은 단순히 혈당 농도만 올라가는 병이 아니다. 자동차에 휘발유가 넘쳐 새면 차가 고장이 나듯 혈액내의 포도당 수치가 올라가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혈액이 닿는 모든 곳에 문제가 생긴다. 눈 또한 마찬가지다. 당뇨병 환자들이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눈 합병증이다. 심하면 실명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구 속 압력이 지나치게 올라가서 나타나는 녹내장, 수정체가 흐려지는 백내장, 앞이 흐릿하게 보이고 검은 점들이 나타나는 당뇨병성 망막증을 주의해야 한다.
이 중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바로 ‘당뇨병성 망막증’이다. 망막은 눈의 뒤쪽에서 스크린처럼 빛을 받아들여 바라본 사물에 대한 정보를 뇌로 보내준다. 그런데 당뇨병을 앓게 되면 높아진 혈당이 망막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에 고장을 일으키기 쉽다. 망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이 손상돼 혈관 내용물이 새어 나오면서 망막을 가리면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당뇨병성 망막증’이 나타난다. 이때 망가진 망막 혈관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혈관들이 옆으로 자라난다. 그러나 이 혈관들은 매우 약해 쉽게 터지고 피가 새어 나온다. 새어 나온 피가 빛을 가리면 눈앞에 검은 반점들이 아른아른 나타난다. 이렇게 눈 안에 상처가 지속되면 아예 망막이 눈에서 떨어져 나가는 등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절반 정도는 당뇨병성 망막증을 조금씩이라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망막증이 나타날 확률도 높아진다. 미국의 한 조사에서도 당뇨병성 망막증은 20세 이상 성인의 가장 큰 실명 원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실제로 제1형 당뇨병 환자의 86%, 제2형 당뇨병 환자 3명 중 1명이 당뇨병성 망막증으로 시력을 잃는 게 현실이다.
혈당 관리와 눈 정기검진으로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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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의 눈으로 본 모습(왼쪽)과 당뇨성 망막증 환자의 눈으로 본 모습.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 있다 한들 그 질환에 걸리지 않은 것만 못하다. 어떤 질환이든 예방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당뇨병성 망막증의 경우, 한번 나타나면 완치가 어려워 더욱 예방이 중요하다. 1998년 영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 환자 가운데 적극적으로 혈당을 조절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합병증이 25%까지 줄어들었다. 망막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역시 34% 줄었고, 혈압이 10(수축기)-5(이완기)mmHg씩 감소하자 시력의 악화 위험도 47% 줄었다.
따라서 망막증 예방법의 기본은 바로 혈당 조절이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다면 이에 대한 치료 또한 병행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당장 증상이 없어도 최소한 1년에 한 번꼴로 안과 의사를 만나도록 하자. 만약 이틀 이상 눈앞이 어른거리거나 군데군데가 검게 보일 때, 눈앞에 거미줄이 쳐진 것 같고 불이 번쩍거릴 때, 갑자기 시력이 떨어진 경우에는 당장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안과에 오면 우선 검안경을 이용한 검사, 안저 검사를 받는다. 검진 후 망막증으로 확인되면 형광혈관조영술이나 초음파 검사 같은 정밀 검사를 받게 된다. 당뇨병성 망막증 환자는 정도에 따라 보통 3~6개월 간격으로 정기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초기에는 혈당을 잘 조절하고 보조적으로 약을 복용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 증상이 조금 더 심각하다면 레이저의 도움을 받는다. 레이저 치료는 망막의 부기를 가라앉히며 새로 생긴 약한 혈관을 없애고 문제를 일으킬 만한 혈관이 더 자라나지 않도록 하는 치료법이다. 결과에 따라 몇 차례 더 레이저 치료를 받는데, 치료 시기가 빠를수록 시력 회복의 효과도 좋다. 그러나 망막증이 매우 심하다면 눈 속에 피가 새어 나온 부분을 없애고 떨어진 망막을 붙이는 수술을 해야 한다.
옛말에 ‘몸 천냥에 눈이 구백냥’이라고 했다. 당장 보는 데 큰 지장이 없다고 구백냥짜리 눈을 소홀히 했다간 시력을 잃는 불상사를 맞을 수 있다. 따라서 평소 철저하게 혈당, 혈압, 혈중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면서 망막증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는 방어책이 필요하다. 안과 정기 검진으로 망막증을 일찍 발견하면 레이저 치료 등 시력을 회복할 방법이 있으므로 검진과 치료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金在澤 |
현재 중앙대 의대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대한내과학회, 대한당뇨병학회 학술위원·간행위원, 대한내분비학회 회원, 대한생화학분자생물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2002년, 2004년 대한당뇨병학회 연구비 수상 및 2005 한국학술진흥재단 신진교수 연구비 수상 경력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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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합병증 뿌리뽑기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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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환자의 발, 개미만한 상처도 코끼리처럼 여겨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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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이 괴사로
10년 전부터 당뇨병을 앓아온 최모(31·자영업)씨는 한 달 전 새로 산 신발을 신다가 오른발 뒤꿈치에 물집이 잡혔으나 보통 사람들이 그러하듯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뒤꿈치에 고름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소독만으로 치료를 대신해왔다. 결국 걷기조차 힘든 상태가 되어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최씨의 발뒤꿈치는 살이 썩어들어가는 괴사상태였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제일 먼저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광범위하게 작용하는 항생제를 처방 받았다. 이 외에도 인슐린을 하루에 2회 투여받으며 혈당을 철저하게 조절했다. 그 결과 4주 후에 발궤양이 어느 정도 좋아지고 염증도 호전되어 입원 석 달 만에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당뇨병 환자는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잘 아물지 않고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특히 발에 상처가 생기면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궤양이나 괴사로 넘어가고 결국에는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끔찍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이를 당뇨병성 발병변이라 한다.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가 평생 발에 상처가 생겨 고통을 겪을 확률은 약 15%라고 한다. 이를 입증하듯 당뇨병 환자의 가장 흔한 입원 원인 또한 발에 생기는 문제인 것으로 밝혀졌다(약 40%). 이 밖에도 불의의 사고 등으로 다친 경우를 제외하면 하지 절단의 50%가 당뇨병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하지 절단 수술을 받은 환자의 반수가 약 1년 내에 유명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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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발병변이 생긴 환자의 발 모습(맨 위). 치료를 하면 차차 괴사조직이 살아나면서 정상으로 돌아온다(아래).
당뇨병성 발병변은 말초신경병증(당뇨병 합병증의 일종) 때문에 발의 감각이 매우 둔해지고, 말초혈관 질환으로 인해 혈류가 감소하거나 감염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는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노인이거나 원래 발에 변형이 있는 경우, 당뇨병을 오래 앓았을수록, 당뇨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수록 발생할 위험이 높다.
꼼꼼한 검진, 생활습관 교정
대개 당뇨병성 발병변이 발생하면 상처 부위에 염증이 생겨 발이 붓고, 붉게 변한다. 냄새가 나고 고름이 나올 정도로 상처가 심해도 막상 환자는 모르고 넘어가는 수가 많다. 발에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초기에 서둘러 치료받지 않으면 상처 부위가 퍼지면서 열이 나고, 골수염, 패혈증을 일으킨다. 심한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당뇨병성 발병변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환자들은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진단받을 수 있다. 우선 신경병증은 모노필라멘트나 핀을 이용해 촉각 및 냉온 감각을 검진한다. 팽팽한 낚싯줄처럼 생긴 모노 필라멘트나 핀을 이용해 발 부위를 콕콕 찔러보고 감각을 느끼는 정도를 파악하는 검진이다. 좀더 자세한 검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전기생리학적 검사를 시행한다. 발등의 맥박을 짚어보는 것만으로도 혈액의 흐름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좀더 정밀한 방법으로는 발목 수축기 혈압 측정, 도플러 초음파, 3차원적 컴퓨터 토모그램을 이용한 하지혈관 촬영 등이 있다.
당뇨병성 발병변을 예방하려면 우선 생활습관을 점검해봐야 한다. 혈액 순환이 잘 되도록 담배를 피우지 말고, 다리를 꼬는 습관을 고친다. 너무 꽉 끼는 양말이나 신발을 신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신발을 신을 때에는 안에 돌이나 이물질이 들어 있는지 매번 확인한다. 맨발로 다니지 않으며, 양말은 면으로 된 것을 고른다. 신발 굽은 1인치가 넘지 않는 것이 좋고 볼이 좁은 것은 피한다. 당뇨병 환자는 말초신경병증 등으로 하지의 감각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뜨거운 전기장판이나 온돌 바닥에 양반다리로 오래 앉아 있지 않도록 하고, 뜨거운 물에 손이나 발을 담그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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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구하려 생명 버리는 일 없어야
발가락이나 발톱의 아주 작은 상처, 티눈이나 발뒤꿈치의 굳은살도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절대 소홀히 여기면 안 된다. 발톱은 너무 깊게 깎지 않도록 하고 일직선으로 깎아 엄지발톱이 발가락 살을 파고들어가는 것을 예방한다. 무좀이 있다면 조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티눈제거제를 함부로 사용하거나 굳은살을 함부로 깎아내면 안 된다. 발뒤꿈치가 갈라지지 않도록 유연제를 자주 발라주고, 상처가 나면 조기에 치료를 받는다.
당뇨병 환자에게 좋은 운동 중 하나가 바로 ‘걷기’다. 그러나 당뇨병성 발 병변의 위험이 높은 환자라면 한번에 오랜 시간 걷기보다 조금씩 여러 차례로 나누어 걷기 운동을 한다. 이미 발에 상처가 있거나, 발이 변형된 경우에는 걷기보다 자전거 타기처럼 앞다리를 이용한 운동을 하도록 한다.
일단 발병변이 생긴 경우에는 우선 인슐린 치료를 통한 혈당의 엄격한 조절 및 적극적인 항생제 투여, 적절한 영양상태의 유지, 병변 부위의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상처가 크게 번져 절단이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았지만 심한 패혈증으로 진전된 경우, 교정이 불가능한 발 변형이 함께 온 경우, 약물로도 줄지 않는 심한 통증이 있는 경우, 상처가 심해 보존적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발의 말초혈관이 막혀 발의 조직이 죽은 경우가 바로 그런 상황이다.
그러나 의사로부터 절단을 권고받게 되면 대부분의 환자가 장애인이 된다는 절망에 빠져 생명이 위태함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거부부터 하고 본다. 발도 소중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환자 자신의 생명이다. 최근에는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무리가 없을 만큼 재활, 보조기 기술이 크게 발전됐으므로 환자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예전과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니 무조건적인 수술 거부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우는 절대 범하지 말아야 한다.
李亨雨 |
현재 영남대 의대 내과 교수, 내분비 대사내과분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미국당뇨병학회 회원, 유럽당뇨병학회 회원이며 대한당뇨병학회 대구경북지회장, 평의원, 간행위원, 대한내분비학회 대구경북지회장, 평의원, 대한내과학회 고시위원 등 학술 및 연구와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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