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테크/종교이야기

[스크랩] 아~! 부모님의 크신 사랑이여...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12. 22. 07:25
어느 아버지의 애닯고도 감동적인 자식에 대한 고유문(告由文)
 
 
자식을 잃은 슬픔을 하늘의 무너졌다는 천붕(天崩)에 비교하곤 한다.

그 고통은 세상과 이별하는 날까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10년전 일간지에서 송00 대검차장 검사 아들의 부음 기사를 접하게 됐다. 한창 피어나는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아들에 대한 깊은 정이 뼈져리도록 배인 글이 슬픔과 아픔을 생생히 말해주고 있었다.
 
읽을때마다 부모와 자식간의 정의가 무엇인지 곰곰 생각케 해주는 불후의 명문이다. 이 글은 96년 당시 대검차장이었던 송00차장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난 후, 아들의 49재에 직접 써서 올린 고유문이다.

 

검사들 가운데, 강직하기로 소문이 나서 노무현 정부 초기 조각 때 법무부 장관으로 하마평에 오른 적도 있으나,  본인은 전관예우를 바라는 고위검사들의 모습이 못마땅해서 변호사 개업도 하지 않은 채, 한 때 공직 사퇴 후 시골에서 밤농사를 지었다 한다.

 

이 글은 당시 검찰내부통신망에 올라왔던 글인데, 그 후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던 글이다. 한시와 유불선에 해박해서 검찰 내에서 '송도사'로 불렸던 분이라 그 애끓는 심정이 장고한 문체에 절절이 묻어난다.

 

아마도 자식을 가슴에 묻은 이 땅의 부모들의 슬픔도 이와 같을 것이며, 스스로에 대한 자책은 이보다 천만배 더할 것이다.  유족을 생각해서 망자의 이름은 지우고 올려본다. 

 

애닯고도, 부모의 깊은 사랑과 효에 대해 감동적인 내용이라 함께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삼가 송00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생사윤회에서 헤메이는 뭇 중생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고유문 (告由文)

 

송00 영가에게 고하노라.

 

그대는 불기 2540년 3월31일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게 되니 그대가 이 세상에 머문 기간이 겨우 20년 남짓이었더라. 그 2일후 그대의 육신을 불태워 유골을 수습하니 그날은 마침 인류의 대스승 석가세존께서 열반에 드신 길일이었다.

 

이제 그대를 위한 49재의 회향에 즈음하여 몇가지의 감회와 당부를 적어 속세의 부모로서 그대에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자 하노라.


아무리 돌이켜보아도 참으로 허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당하던 헌헌장부의 모습은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한 줌의 재만을 남기었을 뿐 이니 어찌 허무하지 않겠는가? 생이 일편부운이라더니 이렇게도 갑자기 사라지는 구름이란 말인가? 숙세의 인연으로 부자의 연을 맺었거늘 어인 연고로 세간의 정을 나눈 기간이 이리도 짧았더란 말이냐?

 

일찍 이 당대의 고승 경허선사께서도 한암스님과 헤어지면서 『덧없는 인생은 늙기쉽고 좋은 인연은 다시 만나기 어려우니 이별의 쓸쓸한 마음이야 더 어떻다고 말할 수 있으리오』라고 하시며 슬퍼하시었다. 생사를 초월한 도인의 심정도 이러하였거늘 하물며 미망중생인 이 부모가 너를 사별하는 마음이야 그 아픔을 어찌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너는 우리의 독자로 태어났으니 마땅히 몸을 보중하여 만세의 대를 이어야 함이 조상과 부모의 바람이었으니라. 그러나, 네가 후사를 남기지못한 채 일찍이 생을 마감하니 무슨 낯으로 선영을 찾으며 죄업을 어찌 조상들께 용서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스럽기 그지 없을 따름이로다.

 

그러나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이는 이미 정해져있던 숙명이라 할 수밖에 없으니 결국 제불보살의 큰 뜻이 이 속에 있음을 알지 못한 어리석음을 탓할 수밖에 없다. 부질없도다! 사바의 중생이 탐 진 치속에 그 영화가 만대에 이어진다 하여 그무엇이 즐겁다 하겠는가? 부처님의 자비속에 생사우비고뇌의 굴레를 하루속히 벗어 던질 수 있다면 이야말로 참된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송00 영가여! 너 비록 육신이 없어 말을 하지 못할지라도 소소영령한 너의 자성이 어찌 느낌이 없겠느냐? 오늘 칠칠재를 마치게되니 이제 너는 희노애락애오욕의 칠정을 모두 끊었으리라고 믿는다. 혹시 미련이 남는다면 나의 다음과 같은 위로의 말을 잘 들어주기 바란다.


고단한 부모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하여 매일 밤 지성으로 우리의 몸을 지압해 주던 나의 아들이여! 이제 이 부모는 정신을 차려 건강한 몸과 건전한 정신을 향유하리라. 헌신적인 봉사와 솔선수범으로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였던 건장한 젊은이여! 너의 보살과 같은 마음씨는 이미 여러사람들의 가슴 속 깊이 씨앗을 뿌렸을 것이리라. 무역으로 대성하여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회에 공헌하리라고 다짐하였던 이 나라 의 청년이여! 이 부모는 이미 너의 효도를 다 받았다고 자부하며 너 없는 이 나라도 이미 밝은 미래를 열고 있느리라.

 

가정교사를 맡아 남의 귀한 자제를 성실히 가르치던 대학생이여! 맑고, 밝고, 싱싱한 모습을 그들에게 새겨주었다는 너의 이미 그 학생의 영원한 마음의 사표가 되었다는 말을 이 부모는 들어 아노라. 존군왕, 효부모, 경존장, 봉유덕, 별현우, 서무식 (尊君王, 孝父母, 敬尊長, 奉有德, 別賢友, 恕無識)의 성유심문을 열심히 읽던 학교의 학생이여! 이는 홍진사바의 자경문일 뿐 극락정토의 법음이 아니니 이제는 잊어도 좋으리라.


송00 영가여! 호기심 속의 치기어린 행동을 준열히 나무라며 성인군자의 도덕률만을 반복하여 주입시키려 했던 너의 아비는 엄한 만큼의 자애로움을 보이지 못하였더니라. 사소한 일 하나하나를 간섭하며 너의 마음을 번거롭게 하였던 너의 어미는 자상한 만큼의 너그러움을 갖추지 못하였더니라.

 

이제와 생각하면 다 헛된 푸념이로되 너의 가슴을 쓰리게 하였던 수많은 기억과 너의 진실된 마음을 읽어주지 못하였던 아쉬움은 쉽사리 잊을 수가 없구나. 우리 부모는 이 잘못을 스스로 나무라며 몇날 며칠을 울고 또 울었느리라. 이 죄를 이제는 너그러이 용서하여다오.


송00 영가여! 이 재를 올리는 법당은 서기어린 봉수산자락의 양명한 대지에 터잡은 봉수사의 본전이며 곧 준공을 앞두고 너의 영을이 곳에 불러 너와 함께 있으니 참으로 큰 영광이로다. 또 너의 명복을 빌 수있도록 삼각산 문수사의 혜정선사님과 이곳 봉수사의 만인선사님 두분 큰스님께서 우리에게 법공양의 기회를 마련해 주시었다.

 

더구나 그 책에 담을 경전의 내용을 손수 가려주셨으니 이는 비탄 가운데 찾은 크나큰 위안이며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홍복이 아닐 수 없다. 이 소중한 인연으로 그 책을 보시는 분 모두가 제행무상 시생멸법의 대도를 증득하여 생멸멸이 적멸위락의 경지에 드신다면 한 젊은이의 죽음이 어찌 이보다 더 값질 수 있겠는가?.


송00 영가여! 그대는 이 부모에게 생사의 덧없음을 생생히 보여줌으로써 화택에 살면서 아직도 무명속에 허덕이는 어리석은 이 부모를 구제하려 하였던 큰 보살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노라. 진정 그대의 죽음은 헛되지 아니하였도다. 그렇다면 그대가 이 세상에 무슨 미련을 남길 것이 있겠는가?

 

이제 그대와는 세간의 인연이 다 하였으니 우리는 그대를 잊겠노라. 잊혀지지 않을지라도 잊겠노라. 정녕 잊을 수 없을지라도 잊겠노라. 명이 다할때까지 잊겠다는 말을 되풀이 할지라도 끝내는 잊겠노라.


참으로 슬프다!

창밖에 보이는 산야는 저리도 싱싱하게 푸르름을 뽐내고 있건만 회색빛 한줌의 재는 왜 그렇게 어두운 그림자로만 보여지는가? 이제 우리는 슬픔을 거두려한다. 온 것이 아니니 간 것도 아니라는 역대 조사의 한결같은 법어의 의미를 정녕 깨우치고 말리라. 허망한 사대의 형상이 상이 아님을 꼭 알아보고야 말리라. 이 상을 벗은 그대가 진정 기쁨속에 있음을 알고야 말리라.


송00 영가여! 너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너의 죽음을 애도하며 명이 남은 이 부모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한 많은 이들의 고마움을 말이다.


너의 극락왕생을 밤새워 기원하면서 잠시도 쉬지않은 채 삼세제불의 무상법어를 들려주신 여러 스님들. 너의 주검앞에 땅을 치며 통곡하였던 여러 집안어른들. 너의 관을 들고 울먹이며 차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였던 다정한 너의 친구들. 훌륭한 인간이 될 것이라 굳게 믿고 너의 앞날을 지켜보다가 갑작스런 부음에 눈시울을 붉히시던 너의 은사님들.


수백리길을 멀다않고 너의 유골이 와 있는 이곳까지 달려와 지금도 너의 명복을 빌고 있는 이 많은 이들의 고마움에 대하여 너는 어떻게 감사를 드릴 것이냐? 네가 진정 의리를 알고 신의를 목숨보다 중히 여길 줄 아는 남아대장부였다면 이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준 크나큰 죄를 깊이 참회하여야 하리라.


이제 곧 봉송의 의식을 마친 후 이 글을 불길에 실어 바람에 날리려 한다. 너의 유골도 본래 온 곳으로 돌려 산야에 흩으려 한다. 이는 진정 감이 아니며 극락왕생의 시작이라고 굳게 믿는다. 오늘 이자리에 모여 너의 명복을 빌며 지성으로 기도드리는 모든 분들의 은혜에 기필코 보답하라.

 

그길은 오직 해탈을 얻어 서천안양국(극락정토)에 상생하는 길뿐이다.

마지막으로 너의 이름을 불러 보고자 한다. 00아! 나의 사랑하는 아들 00아!  다시는 이 고통을 되풀이 하지 않을 불국정토에 태어나라.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불기 이오사공년 오월 십팔일  부  송00

                                    모 금난화 문00 합장고유.

('부모의 사랑과 효' 게시판에서 발췌했습니다)



출처 : 환상의 C조
글쓴이 : 얼음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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