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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醫學入門/序文/16-2

명호경영컨설턴트 2010. 2. 13. 11:54

<醫學入門/序文/16-2>


序文


『의학입문』은 중국에서 간행된 의서로 16세기말에 조선에 수입되어『동의보감』의 저작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동의보감』과 더불어 조선후기 한의학을 이끌어간 중요한 텍스트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한의학(韓醫學)과 중국의 중의학(中醫學)과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드는 것이『동의보감』이다. 『동의보감』의 간행은 바로 중의학의 흐름을 쫓아가며 그 기술을 이전받는 의학조류에서 완전히 탈피하였음을 말해주는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의학입문』이다. 즉 한의학계는『의학입문』을 매개로 해서 중의학을 받아들였으며 나아가서 이 책에서 제시한 의학적 관점은 한의학의 독창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렇다면『의학입문』에는 중의학의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으며 한의학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 의서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11∼14세기 중의학의 흐름을 우선 이해해야한다. 979년에 송이 건국하면서 당시 정부에서는 의료분야에서 두 가지 사업을 실시하였는데 하나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비방(秘方)을 모으는 일이었고 또 하나는 비전되어오던 의서를 간행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992년에는『태평성혜방』이라는 대규모 처방집이 간행되었고 1110년에는 그 중에서 유효한 처방을 선별하여『화제국방』이라는 의서를 간행하였다. 그리고 1057년에는 교정의서국을 설치하여『황제내경』,『상한론』,『천금요방』같은 의서들을 널리 보급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송대의학계는 그에 상응하는 효과를 얻지 못하였다. 오히려『화제국방』의 보급으로 '∼증상에는 ∼처방이 좋다'라는 단순한 대증요법(對症療法)을 확산시켰고 결과적으로 약물의 오남용이라는 폐단만 가속화시켰다.

 12∼14세기에 활동한 의학자들은 이러한 폐단을 극복하는데 주력하였다. 특히 이 당시에 의학에 종사한 사람들은 기존의 의료인계층과 달리 성리학적인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 증상에 좋은 처방', '이 처방은 ∼증상에 좋다'라는 식의 당시의 의료현실은 철저한 배격의 대상이었다(송대에는 과거를 통해서만 관리를 선발하였으므로 임용되지 못한 상당수가 의학에 입문하였으며 결과적으로 의료인계층의 질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들은 성리학적 가치관에 입각하여 우주와 인간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이들은 인간의 생리병리에 기초해서 질병이 변해 가는 양상, 그에 따른 치료원칙과 처방을 일관된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노력하였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의학자로는 유완소, 장원소, 장종정, 이고, 주진형 등이다. 이들은 당시 의료계의 폐단을 극복하고자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서로 다른 환경과 학문성향의 차이 때문에 용어와 설명방식이 달랐고 부득이 의학분파를 형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명대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이들의 의학적인 성과를 하나로 정리하려는 시도가 점차 일어나며 특히 주단계의 계통을 이은 의학자들에게서 두드러졌다. 이들은 주단계가 제창한 의학사상을 심화시켜 임상적인 효용성을 늘리는 데 주력하였지만, 더불어 다른 의학자들의 장점을 포용하는 데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16세기 초반에 간행된『의학정전』과『단계심법부여』는 그러한 노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고 16세기 말에 간행된『의학입문』은 주단계학파 의학자들이 200여 년간 쌓아온 노력의 결정판인 셈이다. 즉『의학입문』에는 주진형 학파의 의학자들이 그간의 의학적인 성과를 주진형 의학사상을 중심으로 일목요연하게 엮어내고자 했던 노력이 집결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12∼14세기 의학자들이 고민했던, 이론과 임상의 체계적인 결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처럼『의학입문』에는 중국전역에서 수백년동안 시행된 수많은 임상경험이 체계적으로 농축되어 있었기 때문에, 허준은 이 책을 통해 중의학의 정밀하고 축약된 정보를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는 그간 한의학계에서『의방유취』의 간행과정을 통해 중의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하튼 한의학계는『의학입문』의 연구를 통해 중의학과의 격차를 현격하게 좁힐 수 있었고『동의보감』이라는 역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의학입문에 담겨진 주진형의 의학적 관점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주진형은 원말에 활동한 사람으로 의학자 이전에 철저한 성리학자였으며 성리학의 원리를 의학과 결부시켜 자신의 의론을 전개하였다. 그는 성행위를 삼가는 것, 음식을 담백하게 먹는 것, 행동거지를 절도있게 하는 것 등의 성리학자들이 추구하는 바른 몸가짐을 기혈(氣血)의 순행과 결부시켜 설명함으로써 성리학적으로 완전한 인간은 곧 의학적으로 건강한 인간이 된다는 것을 체계적으로 주장하였다.

 그리고『의학입문』에는 그러한 내용이 더욱 정교한 형태로 담겨져 있다.『의학입문』이 당시 한의학계에 중요한 의서로 부각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조선사회가 성리학적 이상사회를 지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즉『의학입문』에서 의학을 기술하는 방식은 당시 지식인들의 의식구조와 일치했기 때문에 이 의서는 의학계뿐 아니라 일반 식자층에까지 널리 전파될 수 있었고 19세기에는 의사국가고시 과목의 하나로 채택되게 되었다.

 그에 반해 중국에서는 청조가 개국하면서 철저하게 성리학을 부정하였기 때문에 성리학적 가치관에 입각하여 의학을 기술하고 있는 주진형학파의학이나『의학입문』은 더 이상 계승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다. 따라서 한의학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으며 대신 양쯔강 이남의 의학자들을 중심으로 온병(溫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온병은 전염병 및 열병을 총칭하는 개념으로 온병연구의 특징은 증상이 시시각각으로 변해 가는 양상에 따라 치법과 처방을 민첩하게 구사해야 한다. 그래서 중의학은 지금도 증상의 분석과 그에 따른 치법의 응용에 있어서는 한의학보다 뛰어난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동의보감』과『의학입문』을 주요 텍스트로 삼고 있는 한국의학은 어떠한가? 『의학입문』에는 모든 병의 근원이 마음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마음을 잘못 쓰는 것은 기혈의 부조화를 초래하며 그것이 곧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기본논리를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병을 관찰할 때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느냐를 우선 살피는 것이『의학입문』의 특징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나아가서 한의학의 특징을 형성하게 된다. 구한말에 이제마가 사상의학(四象醫學)을 제창할 수 있었던 요인도 바로 한의학의 전반적인 흐름이 증상의 변화보다는 마음의 변화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사상의학에서는 인간의 성정(性情)에는 4가지의 구별이 있다고 하였고 이러한 성정의 차이가 장부의 대소관계를 결정하여 사상인의 구별이 생긴다고 주장함). 이 책에는 의학사적인 가치 외에도 많은 유용한 치료기술을 담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한의학계의 임상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출처 : 잼있는 농원
글쓴이 : 槻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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