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소설전집
<루쉰소설전집>은 중국이 낳은 세계적 대문호 루쉰의 소설을 집대성한 책이다. 루쉰은 강렬한 민족의식에 기반을 둔 작품을 통해 후대의 문학사조나 형식면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이 책은 루쉰이 일생 동안 발표한 소설들을 엮은 소설집 『함성』, 『방황』, 『고사신편』 등 3권에 수록된 33편을 번역한 완역 본이다. 중국의 유교적인 가족 제도가 지니는 병폐와, 예절이라는 이름의 굴레가 인간을 얼마나 속박하는지를 미친 사람〔狂人〕을 통해 들춰 보인 처녀작 「광인일기(狂人日記)」, 중국 국민적 성격의 전형을 풍자한 대표작 「아큐정전(阿Q正傳)」등이 수록되어 있다.
고전의 장점은 그 자체에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절대적인 진리를 내장하고 있음에 있지 않다. 고전은 그저 '고전' 일 따름이다. 모든 가능성이 발현되지 않은 상태로 담겨 있다. 독자는 저마다의 관심사와 필요를 갖고 고전에 들어가, 각자의 필요대로 답을 얻고 길을 찾는다. 고전이 안겨주는 삶과 사회, 인간에 대한 본원적인 통찰과 해석은 이렇듯 고전 바깥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고전은 일종의 미디어(매체)다. 혼자 있어도 빛을 발하고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의 만남 속에서 그 가치가 확인되고 그 쓸모가 확산되는 존재이다.
루쉰(魯迅·1881∼1936)의 소설은 이런 면에서 꼭 짚고 넘어갈 우리 시대의 고전이다. ‘중국현대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던 그는 중국에서뿐 아니라 중국 바깥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현대 중국작가이다. 그는 정치적으로 좌파에 속한 문필가였으나, 중국 민중의 정신적 불구상태를 추호도 미화함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작품들을 많이 써냈다. 먼저 철저한 자기 부정 없이는 그 어떤 긍정적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는 투철한 리얼리즘 정신의 반영이었다. 그의 소설과 잡문들은 강한 휴머니즘과 민족애에 바탕하면서도 그 메시지가 인위적으로 불거지지 않고 작품의 미학 속에 완벽하게 녹아 들어가 있다. 때로는 글이 아니라 칼로 여겨질 정도로, 일체의 사정 봐주기나 체면치레 없는 공격적 글을 토해내는가 하면, 때로는 여느 서정문학의 대가 이상으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게 만드는 애절한 글들을 써냈다.
첫 번째 소설집은 ‘함성’이다. 여기에는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인 ‘광인일기’와 중국인의 본성을 날카롭게 해부한 ‘아Q정전’ 등 15편의 중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두 번째 소설집은 ‘방황’으로 여기에는 ‘축복’ 등 11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다.
세 번째 소설집은 ‘고사신편’이다. ‘옛 이야기를 다시 쓴다’는 의미를 가진 제목의 이 소설집은 일반 민중에게도 친숙한 신화나 전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 일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방식은 루쉰이 ‘고대와 현대에서 제재를 취하여 그들을 함께 얘기하는 방식’이라고 스스로 밝혔듯이 오늘날 우리가 고전을 대하는 태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루쉰은 데뷔작 <광인일기>를 통해 중국의 봉건적 유교 사상과 정치사회체제를 '인간이 인간을 잡아먹는' 체제에 비유했다. 체제의 억압자들이 가해자로서 동포를 먹을 뿐 아니라, 피해자인 중국 민중들 역시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가해자라는 것이 루쉰의 생각이었다. 그는 봉건 군벌에 대항하는 학생들을 지지하다 지명수배를 받는가 하면, 뜻이 맞는 동료들과 신문화운동을 전개하고, 구세력의 복고 움직임에 대해서는 '물에 빠진 개는 두들겨 패야 한다'는 유명한 평론으로 공격했으며, 대장정을 떠나는 중국 홍군에게 '당신들에게 인류와 중국의 미래를 건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1936년 10월 19일 새벽 5시 25분 상하이에서 병사했으며,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민족혼'이라 새긴 명정을 관에 덮은 채 만국공동묘지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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