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廣場)
최인훈의 장편소설로 1960년 10월 [새벽]지에 발표되었다. 분단의 문제를 남북 모두 비판적으로 다룬 최초의 소설로서 당시 4ㆍ19와 맞물려 이데올로기나 체제 비판을 기저로 새로운 정신의 차원을 개척한 기념비적 작품이라 할 만하다. 이 작품은 이념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전쟁과 그 속에서의 인간의 삶을 사회적ㆍ역사적 흐름에서 파악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이 소설은 대립적인 두 이념 사이에서 참된 삶의 의미를 모색하다가 결국 실패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다분히 관념적, 철학적으로 묘파해 나간 장편 소설이다. 단행본으로 간행되면서 작가에 의해서 5번 정도의 개작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이명준은 이북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버지가 있음이 알려지자 치안당국 취조실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받은 후 월북하여 국립극장 무용수 은혜를 알게 된다. 6.25가 터지자, 명준은 서울에서 옛 은인의 아들 태식과 결혼한 옛 애인 윤애를 만나 그녀를 농락하고 태식을 처형한다. 그런 후 낙동강 전선으로 나가 거기에서 간호원이 된 은혜를 만나 사랑을 맹세하지만 다음날 은혜는 나타나지 않는다. 명준은 포로로 잡히고 휴전이 성립되어 포로 수용소를 나오자 중립국으로 갈 것을 희망하지만, 그를 태운 송환선에서 자살하고 만다
작가는 이명준의 선택을 통해 이데올로기의 허상(虛像)을 보여 준다. 물론 모든 이데올로기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봉사하겠다'는 명분(名分)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데올로기에 이러한 선의(善意)의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주인공 '명준'은 6ㆍ25의 체험을 통해서 이를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은 장편 소설로는 등장 인물의 숫자가 적은 편이다. 또한 사건이나 배경도 그리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 작자는 현실의 구체성보다는 이념(理念)과 관념(觀念)을 제재로 하여 이 작품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은혜나 윤애와의 사랑, 타고르 호 선장과의 만남 등을 통하여 인간에 대한 관심도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은 해방 이후의 정치적 혼란, 6ㆍ25가 빚은 이념적 갈등을 제재로 삼고 있다. 주인공 이명준은 비판적인 지식인의 시작에서 이 문제를 객관적으로 관찰한다. 작품 전체가 비교적 어렵고 관념적인 문체로 씌어진 이유는, 이 작품의 주제 자체가 이념과 인생의 본질에 대한 탐구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광장을 읽는 일곱 가지 방법’이라는 비평서가 출간될 정도로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되는 작품인데, 이러한 소설의 열린 구조는 이 작품을 비롯하여 최인훈 소설의 ‘현재성’을 담보해주는 중요한 원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처음 발표된 이래로 무려 여섯 번의 개작과정을 거쳐 다듬어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언어에 대한 작가의 자의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개작과정에 대한 관찰을 통해 작가의 수정 및 첨삭 작업이 작품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것도 작품 감상의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 대한 독서를 출발점으로 이른바 ‘분단문학’ 전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거나 또는 작가가 1994년에 발표한 ‘화두’를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독서체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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