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테크/음식세상

[스크랩] 김치해물그라탕

명호경영컨설턴트 2011. 1. 21. 10:13

『처음이라 잘 될지 모르겠어요. 김치가 들어가서 느끼하지 않고 힘이 쑥쑥 날 거라고 동생이 적극 추천한 건데…』

 

얼마 전 사랑하는 가족을 영원히 떠나보내는 슬픈 일을 겪었다. 크나큰 슬픔에 빠져 있는 나를 위해 친구가 정성 들여 만들어 준 '김치해물그라탕'.

 

상심하고 있는 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며칠을 고민했다는 마음이 따뜻한 친구. 자신이 직접 만든, 힘이 쑥쑥 샘솟는 음식으로 내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싶어 수소문하던 끝에 멀리 군산에 있는 동생에게 전화로 배웠단다.

 

깨알같은 글씨로 재료와 방법이 적힌 메모지를 옆에 두고 열심히 요리를 하던 친구 곁 어정쩡하게 서 있던 나의 두 눈은 고마움의 눈물로 촉촉이 젖어왔다.


『선생님, 화이트소스를 만들 때의 포인트는 밀가루를 볶을 때 불을 끄고 해야한대요. 그리고 많이 볶아줘야 한 대요. 집에 있는 야채는 뭐든 넣어도 될 것 같아요. 섞여 있으니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도 먹일 수 있어 좋겠죠?』(작가와 독자로 만나 이제는 그 누구보다 깊은 속내를 주고받는 친구가 되었지만 그 친구는 꼬박꼬박 날 선생님이라 부른다.)


『불 끄고 밀가루를 볶는 것도 김치를 넣는 것도 전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얻은 노하우라네요. 그런 것을 저는 이렇게 간단히 전수 받아 하니. 산다는 것도 그런 것 같아요. 누군가 앞선 사람들의 쓰라린 실패를 통해 얻어진 지혜들을 우리 너무 쉽게 생각하고 그들의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고, 그로 인해 힘들어하고. 이렇게 용기 있게 앞서서 해본, 그리고 실패해 본 사람들의 고마움을 알아야 하는데.』

 

친구는 가스 렌지 앞에서 밝고 화사한 웃음으로 요리 과정을, 거기 덧붙여 삶의 지혜 한 토막까지 자상하게 이야기해주던 친구의 사랑과 배려가 듬뿍 든 음식이었기에 며칠 째 음식을 거의 넘기지 못하던 나는 벨트를 풀어야 할 정도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 날 먹은 것은 음식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사랑김치해물그라탕'
나도 누군가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싶을 때 꼭 만들어 전하리라. 사랑을 듬뿍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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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2월 12일 매일신문 요리 칼럼

출처 : 모성애결핍증환자의 아이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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