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존재하는 것들에는 각자 고유한 이름이 있듯이, 문학․예술 작품에도 그 이름에 해당하는 제목이 있습니다. 문학 작품에는 그런 경우가 많이 없습니다만, 간혹 음악이나 미술의 경우 ‘무제(無題)’라는 제목을 단 작품을 접할 기회가 있는데, 그 ‘무제’라는 것도 작가가 고심 끝에 붙인 이름, 즉 제목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제목을 부여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지요. 그리고 독자들은 그 제목을 통하여 작품의 주제, 사상, 내용, 정조 등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마련하게 됩니다.
결국 작품의 제목이란 단순한 팻말이 아니라 작가(창조자)와 독자(수용자) 사이에서 본원적 소통의 핵심적인 통로 역할을 하게 됩니다. 특히 소설의 경우 작가가 부여한 제목은 소설 텍스트의 일부를 이루면서 동시에 이야기 전체의 방향을 주도하는 비중 있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작품의 제목을 두고 마지막까지 고심하는 것이나, 제목 여하에 따라 작품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말하는 것도 이와 관련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한민족의 장대한 서사시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 <토지>의 제목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요? 언뜻 보면 ‘토지’라는 명사는 ‘땅’이나 ‘대지’(실제로 이런 제목을 달고 있는 작품들도 있습니다만)가 환기하는 것처럼, 사람살이의 터전 혹은 역사적 사건이 펼쳐지는 특정한 무대라는 의미로만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목인 ‘토지’는 단순한 땅이나 흙으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의 터전 전체를 의미하는 대지적 이미지(김병익)를 품고 있으며, 항속적인 성격을 가지면서 생성의 수용력과 창조력을 가진 생의 원천과 자궁으로서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역사 그 자체를 표상하고 있습니다(이재선). 이 때 ‘표상’이라는 어휘는 은유로 대체해야만 그 의미가 더 풍부하게 살아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작품 안에서 ‘토지’는 단순한 농토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는 것입니다. 직설적인 것만이 아니라 은유적 이미지로 이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보면 <토지>는 평사리라는 특정 장소의 ‘토지’에 관한 제유를 통해 우리의 국토와 역사를 은유적으로 포괄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장 조선다운 토지의 전형을 품고 있는 평사리라는 서사 공간을 중심으로 많은 인물들이 민족의 해방을 위해 터전을 지키고, 삶을 지탱하며, 투쟁해가는 과정 전체가 <토지>의 전체 서사는 은유적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토지’라는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작가인 박경리 선생은 작품 제목인 ‘토지’의 의미에 대해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밝혀주고 있습니다. 김성수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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