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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톤레삽 호수와 수상촌

명호경영컨설턴트 2012. 3. 26. 22:04

바다를 닮은 호수 톤레삽과 수상촌

죽음의 뜰 킬링필드

톤레삽 수상촌을 관광하기 전에 무고하게 살해당한 사람들의 유골을 모신 킬링필드 사원에 들렸다. 사리탑 유리창 속에 어지럽게 쌓여 있는 유골과 뼛조각이 아픈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나치독일에 의해 처참하게 학살당한 폴란드 아우슈비츠 유대인 수용소가 연상된다.

원래 킬링필드는 프놈펜 남부에 있는 고유지명이다. 그러나 롤랑조폐 감독이 제작한 영화 킬링필드 이후 전국 곳곳에서 일어난 크메르루즈 치하의 대학살의 현장을 통칭하여 킬링필드라고 부른다. 1975년 미국이 베트남에서 철수함에 따라 친미인 논롤 정권을 몰아낸 크메르루즈의 지도자 폴포트가 농민 천국을 실현한다는 미명아래 좌익무장단체에 의해 저질러진 대학살을 상징적으로 말한다. 그래서 킬링필드는 고유지명이 아니라 대학살을 상징하는 보통명사로 통용된다.

이들은 당시 노동자와 농민의 국가를 만든다는 급진적 공산주의 명분 아래 고위직 공무원, 대학 이상 졸업자, 안경을 쓴 사람, 손이나 피부가 흰 사람들까지, 캄보디아 국민 700만 명 중 2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을 고문하고 무참히 처형했다.

총알이 아까워 가시가 돋친 고무나무가지로 무자비한 구타를 가하여 학살하는가 하면 비닐이나 자루에 씌워 생매장하기도 했다. 이 기간 최소 200만 명이 처형당하거나 질병 또는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른바 세계인을 경악케 한 킬링필드 사건이다.

앙코르의 위대함을 캄보디아에 심기 위해 도시에 있는 모든 이들을 농촌으로 이주시켰고, 프놈펜을 함락한 크메르루즈는 곧 프놈펜의 전 인구를 농촌으로 소개시켰다. 일주일이 지나자 프놈펜은 유령의 도시로 전락했다. 더운 날씨에 많은 사람들은 거리로 내몰렸고 먼 거리 이동 도중에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 하였다. 중국의 문화혁명을 방불케 하는 현대판 대학살을 자행한 것이다. 특히 지식인들의 처형으로 이 나라는 문명에서 멀어져 세계 최빈국 중 하나가 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대학살의 장본인 폴포트도 베트남 침공을 피해 산악지대에 숨어 있다가 한 정글 지역에서 죽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씨엠립의 킬링필드 사원 게시판에는 폴포트가 초라하게 죽어간 사진이 붙어 있다. 인생무상인데…

톤레삽의 수상촌

앙코르왓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톤레삽은 아시아 최대의 민물호수다. 세계 담수호 중 바이칼호수의 다음으로 크다는 호수다.

메콩강과 연접해 있어 계절에 따라 메콩강의 수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4월부터 우기가 시작되면 메콩강의 물이 이 호수로 넘쳐흐르게 되고, 건기에는 호수에서 메콩강으로 흘러들어 간다.

캄보디아 면적의 15%로 서울의 20배에 달한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건기에는 제주도크기의 3배, 우기 때는 5배에 달한다고 하니 그 면적의 규모를 대강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호수는 다양한 식물과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엄청난 황금어장으로 850종에 이르는 어류를 통해 캄보디아인에게 약 60% 이상의 단백질을 제공한다.

 

 

 

 

 

 

이 호수를 통해 수도인 프놈펜과도 연결이 되고 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수상촌은 호숫가로 아득하게 뻗은 수평선을 따라 어업에 종사하며 생활하는 어민들의 거주지다. 수면위로 원두막 구조의 수상가옥과 선상가옥이 판잣집 천막촌을 이루어 즐비하게 들어선 모습은 비참하리만큼 가난하다는 인상이다. 그동안 문화라는 이름으로 길들여진 나의 정서로는 이들의 모습이 당혹스럽고 가히 충격이다.

대나무로 얽어매어 수면위로 생활공간을 마련한 초라한 집들, 지붕은 천막이나 얇은 합판으로 덮여있다. 전기도 없고 식수도 없고 화장실도 따로 없다. 그러나 전기는 배터리로 대용하고, 누런 황톳빛 흙탕물이 식수로도 생활용수로 사용된다. 세수도 황톳빛 강물로 하고, 강물이 바로 화장실이다. 가옥 내부에는 방문도 필요 없다. 개방된 가옥 구조라 생활공간으로 사용되는 거처 바로 앞이 강이고, 여기에는 고기를 잡고 살아가는 유일한 생존 도구인 조그마한 쪽배가 매달려 있다. 채 다섯 평도 되지 않는 이 조그만 공간에서 부모와 10여 명의 자녀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간다니 절대 빈곤이 어디까지 인지 인간의 생존 환경으로는 놀랍고 절망적이다.

기후가 온화하므로 거추장스러운 옷들이 필요하지 않다. 거의 맨몸으로 살아도 크게 불편한 줄 모른다. 그들은 1식 1찬으로 식생활을 해결한다. 추위를 이기기 위한 몸속의 지방층을 형성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한 끼니 한 가지 반찬으로 충분하다. 그래서 빼빼 마르고 날렵하다.

호수 초입에는 캄보디아 수상촌이 나타나고, 이어서 300여 가구의 베트남인 수상족이 등장한다. 세계최대 규모의 수상촌 마을이다.

집은 물론 어린이 놀이터, 슈퍼마켓, 동사무소, 카페, 주유소, 유치원 등이 모두 배 위에 있어 호수는 이들의 삶의 터전이다. 피난살이처럼 임시 거처가 아니라 자손들이 대를 이어 살아가는 정착지이다.

우리 일행이 승선하는 유람선에는 7-8세 정도의 앳된 꼬마가

“머리 조심하세요”

하며 서투른 한국말로 배에 오르는 손님들께 일일이 인사를 한다. 나는 무심코 지나갔지만 배가 어느 정도 운행 중일 때, 이 아이는 한 사람씩 접근하며 어깨와 등을 두들기며 주물러 준다. 흑갈색 얼굴, 빼빼 마른 체격, 그러나 다리와 팔은 날래고 잽싸고 정확하다. 잠시 동안 안마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은 봉사료로 1불의 지폐를 건넨다. 선내 일행 중 한 사람도 거절하거나 회피하는 사람이 없다. 동정심의 발로에서다.

이러한 앵벌이들의 구걸 행각은 관광지 도체에서 목격된다. 유람선이 지나는 호수 부근에 일엽편주와 같은 조그마한 배에 아버지와 어머니로 보이는 어른이 아이들을 태우고 접근을 해 온다. 아이들의 목에는 살아있는 커다란 뱀이 휘감겨 있다. 이들은 이렇게 소름이 끼치도록 당혹스럽고 처참한 광경을 연출하면서 동정심을 자극하고 유발한다.

바레이 인공호수에서는 초등학교 1-2학년 또래의 아이들이 떼로 몰려다닌다. 관광객을 상대로 조잡한 손목걸이 몇 개를 내밀며‘원 달라’를 반복하며 따라다닌다. 사줄 때 까지 필사적으로 집요하고 끈질기게 따라 다닌다. 결국은 사야만 돌아선다. 참으로 극성스럽고 비참하기까지 한 광경이다.

이들이 앙코르왓의 영광을 이룩한 크메르족의 후예라는 사실과 이 절대빈곤에 허덕이는 허약한 현실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실상이다.

그들의 가난하게 살아가는 처참한 생활 모습이 잘 사는 사람들의 관광 대상이 되고 구경거리가 되는 현실이 절망스럽다. 이들을 보고 비교우위의 허세를 부리는 가진 자들의 오만이다. 그들에게 지폐 몇 푼 던져주고 상대적으로 위로를 받을까?

이렇게 살아도 캄보디아 사람들이 행복지수 세계 1위라니 믿어지지 이유는 따로 있는 것일까?

나는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다.

“이들은 왜 이렇게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가? 베트남도 가난한 나라이지만, 캄보디아는 베트남에 비해 더 좋은 기후 조건, 드넓은 평야의 비옥한 토지, 북쪽의 풍부한 삼림자원 등,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조건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베트남보다 더 가난한 나라, 국민소득 300불 수준의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 전락한 주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오랜 내전, 외국의 침략, 지도자의 부재, 킬링필드의 대학살, 특히 지식인의 소탕, 교육 부재로 국민의 문맹률이 60%에 달하는 우민정책 등의 이유를 꼽았다.

지나버린 위대한 역사보다 전쟁의 상흔을 가슴에 간직한 채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가난하게 살아가는 캄보디아의 키 작고 선량한 국민들에게 마음속으로나마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들의 영광을 꽃피웠던 힌두교의 윤회설처럼 역사에도 윤회설이 있다면 언젠가는 그들도 크메르 제국의 찬란했던 영광을, 신의 도시 앙코르왓의 부활을 다시 세상에 보여주게 될 날들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출처 : 향기좋은우리카페
글쓴이 : 동산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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