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연유산 하롱베이
하롱베이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하노이에서 5시간 이 소요되는 거리이다. 그런데 오늘은 설날이라 교통경찰이 없어 평소보다 과속으로 달려 한 시간이 단축되었다.
특급호텔급인 노보텔에 여장을 풀고 출출하여 과일이라도 사 먹으려고 호텔주변을 돌아보았으나 가게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 6층 베란다에서 바라본 하롱만의 풍경은 동화의 세계처럼 환상적이다. 멀리까지 겹겹으로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은 키 재기를 하듯 울창한 밀림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 그 끝을 알 수 없고 생김새를 짐작할 수 없는 수많은 섬들이 잔잔한 바다위에 수 없이 떠 있는 풍경은 천상의 세계처럼 신비스럽다.
하롱(下龍)은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라는 뜻이다. 바다 건너 쳐들어온 침략자를 막기 위해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입에서 내뿜은 보석과 구슬이 바다로 떨어져 각가지 모양의 기암으로 변해 침략자를 물리쳤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지질학상으로는 이곳이 중국 계림과 연접된 국경근처 석회암 구릉지대에 속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바닷물에 침식되고 비바람에 풍화되어 3,000여 개의 기묘한 섬들이 생성된 것이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거북선 모양의 유람선이 수를 셀 수 없도록 많이 도열해 있다. 마치 해전에 나가는 군함이 운집해 있는듯한 진풍경을 이룬다.
유람선은 섬과 섬들의 사이를 누비며 환상의 미로를 헤매듯 배회한다. 유람선 상에서 전후좌우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꿈을 수놓듯 미려한 장관 그 자체다.
날카롭게 깎아내린 바위섬의 천길 절벽, 거의 수직으로 하늘 높이 솟은 우람한 섬 봉우리, 연봉으로 길게 누워 있는 커다란 자태와 단아한 모양으로 예쁘게 움츠려 있는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 가깝고 멀고, 높게 낮게 절묘한 대비를 이루며 겹겹이 떠 있는 모습은 저절로 찬탄을 연발하게 한다. 섬 하나하나의 모습이 그대로 완성된 조각품으로 기기묘묘한 형상을 연출하고 있다. 수반 위에 수석을 앉혀 놓은 것처럼 정결하고 아름답다.
아! 저 바위는 세계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터넷상에 자주 소개되는 키스 바위가 아닌가? 유네스코에도 등재되고 베트남 화폐에도 찍혀있다는 그 유명한 키스 바위를 여기서 본다.
이들의 조화로운 배치는 과연 신의 영역이 아니고서는 빚어낼 수 없는 선경의 극치를 이룬다. 억만년 세월을 품고 오묘한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그 장엄한 경관을 상상해 보라. 넓이 1,500km2의 광대한 해역에 3,000개가 넘는 기묘한 형상의 섬들이 무리지어 겹겹으로 떠 있는 모습을...
이러한 환상적인 광경은 육안으로 관망할 수 없을 정도로 끝이 없다.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에메랄드처럼 푸르다. 그 위에 떠 있는 섬들의 향연은 마치 천상의 세계를 배회하는 듯, 몽롱한 꿈의 세계를 여행하는 착각에 빠지는 듯하다. 이러한 광경은 기후와 태양빛의 변화에 따라 그 모습과 색깔이 미묘하게 바뀐다니 이 모습도 상상에 맡기자.
이는 진정 무궁무진한 자연조화의 극치요, 오묘하고 섬세한 신의 섭리라는 말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웅대무비한 장엄한 스펙타클 그 자체다.
지구상에 이런 아름다운 경관이 있었단 말인가? 조용하게 관망하려고 해도 자꾸 가슴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흥분과 경탄을 누르기 어렵다.
나는 새로운 섬의 세계가 펼쳐질 때마다 분주하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아무리 수준 높은 사진작가인들 이 이 광대한 모습을 한 장면에 담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진으로 이 아름다운 모습을 전한다는 것은 오히려 하롱베이의 실상을 왜곡하거나 실추시키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나의 서투른 필설로 이 광경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역부족이라는 절망감이 느껴진다. 인간의 상상력을 다 동원하여도 이보다 더 오묘하고 아름다운 세계를 창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유명한 화가라도 이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 낼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장에 와보아야 한다. 현장에서 느껴야 한다. 이 생생한 진경을 두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깊이 느껴야한다. 특히 하롱베이 만큼은 그렇다.
그중 티톱 섬은 높이 30m로 정상까지 이어진 계단을 따라 오르면 하롱만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조그마한 섬이기는 하지만 미니 모래 해변이 있어 간단히 해수욕도 즐길 수 있다. 호치민이 러시아인 우주항공사 코스모넛에게 선물한 섬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티톱섬이라 부른다.
4개의 종유석 기둥이 떠받치는 하늘의 지붕 천궁동굴은 최근에 발견된 석회석 동굴로 하롱만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로 손꼽히는 곳이다.
가파른 돌계단과 숲으로 이어진 진입로를 따라 올라가면 동굴의 좁은 입구에 도달한다. 동굴 안에 들어서면 좁은 동굴 입구와는 달리 130여m 길이에 웅장한 동굴 내부가 들어난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햇빛과 잘 꾸며진 내부 조명으로 동굴은 환상적인 자태를 연출한다. 동굴 내부의 길을 따라 내려가면 동굴의 중심에 하늘의 지붕이라고 불릴만큼 높고 웅장한 천정이 4개의 기둥에 떠받히어 자리 잡고 있다. 돌 커튼과 여러 종유석 사이를 휘감으며 들어오는 바람에 드럼 소리가 나기도 한다. 동굴에서 흘러나온 물줄기는 마지막 돌기둥을 휘감아 내려 3개의 연못을 만든 후 동굴 밖으로 흘러나간다. 조그마한 섬에 이런 동굴이 형성된 것도 기이하다.
섬들의 순례를 마치고 회항하는 길에는 선상식 오찬이 마련되어 있다. 베트남 전통 해상식에 곁들어 별도의 옵션으로 주문한 이 지방 명물 다금바리회와 바닷가재, 새우, 게, 문어 등 푸짐한 생선 요리가 입맛을 돋운다. 이러한 성찬에 술이 빠져서야 되겠는가! 나는 선내 마트에서 베트남 보드카 2병을 별도로 구입 했다.
선내에는 노래방도 있어 우리나라 가요를 부르며 취흥을 돋았다. 선장은 항진하는 배의 속도를 줄이며 전후좌우로 끝없이 전개되는 경관을 천천히 마음껏 즐기도록 배려해 준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문득 이곳이야말로 신이 베풀어준 인간의 안식처, 영혼의 고향이라는 느낌이 든다. 잔잔한 바다, 저 멀리 안개속에 잠기듯 아슴하게 멀어져가는 신기루같은 섬들의 무리, 우리들의 여정을 감싸주는 하롱베이만은 솜처럼 아늑하고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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