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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클래식 음악의 영혼치유력

명호경영컨설턴트 2012. 10. 13. 20:24

[名士 멘토의 열공특강] "배움에 대한 열망, 나의 예술세계 지탱해주죠"
첼리스트 장한나

  


첼리스트 장한나(26)는 '귀여운 신동(神童)' '천재소녀'에서 어느덧 스물여섯의 불같은 연주자의 길을 걷고 있다. 겨우 11세 나이에 로스트로포비치 첼로 국제콩쿠르에서 대상을 탔을 때의 영특함은 어느덧 성숙함으로 바뀌었다.

그녀를 떠받드는 힘은 '머리'가 아닌 '공부'다. 배움에 대한 갈망과 새로운 도전이 첼로의 음역을 무르익게 만든다. 몇 년 전 하버드대 철학과(휴학중)에 진학하더니 요즘은 지휘공부에 빠져 있다. 또 일면식도 없던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을 찾아가 가야금을 배운 일화는 유명하다.


"요즘 지휘와 작곡가에 대한 공부를 깊게 하고 있어요. 작곡가 한 사람의 생각이나 인생에 관한 공부도 하면 할수록 무궁무진해요. 작곡가가 좋아했던 시인이나 사상, 시대흐름을 공부할수록 끝이 보이지 않아요. 같은 악보라도 볼수록 깊이가 느껴집니다. 또 다른 음악가들의 해석이 저와 어떻게 다른지도 관심이 많아요."

기자는 미국에 체류 중인 그녀에게 예술과 공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인터뷰는 이메일로 이뤄졌다.


■클래식과 공부의 연관성

장한나의 연주를 지켜본 사람들은 "표정에 빨려든다"고 말한다. 작은 입술을 쫑긋 말아 올릴 때의 앳된 표정에다 일자(一字) 눈썹의 미간을 잔뜩 모으고 선율에 빨려드는 진지함은 그녀의 연주만큼이나 흥미롭다. 마치 삶의 나이를 뛰어넘은 듯하다.

1982년생인 그녀는 재능을 간파한 부모를 따라 서울 후암초등학교 4학년을 마칠 무렵인 1993년 미국 유학을 떠나 줄리어드 예비학교에 입학했다. 어린시절부터 연주여행과 공부를 병행했다. 학교수업을 따라잡기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이겨냈을까.

"연주여행 때에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책을 가지고 다녔어요. 비행기에서나 시차로 잠이 안 올 때 숙제를 했고, 숙제 제출은 집에 돌아와서 하거나 인터넷이 보급된 뒤부터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강의노트나 토론노트는 친한 친구들이 챙겨줘 어렵지 않게 수업을 따라갈 수 있었고 밀린 시험은 학교에 와서 봤고요."

음악, 그것도 클래식을 좋아하는 학생 중에 공부 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클래식과 공부는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 그녀는 "클래식은 마음의 그릇을 길러준다"고 설명한다. "긴 클래식 곡을 듣는 동안 집중력을 기르게 되며, 곡의 큰 구조와 섬세한 세부를 접하고 그 연관성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무엇보다 영혼을 움직이고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공부의 이유

장한나는 줄리어드와 커티스 음악원에 합격했지만 음악학교에 진학하지 않았다. 미국 뉴욕의 일반 사립고교('콩거스 로크랜드 컨트리데이 스쿨')에 진학, 고교과정을 모두 마쳤다. 기자는 두 해 전 아버지 장용훈(52)씨를 만난 일이 있다. 그때 그는 "한나가 학업을 등한시하고 음악에만 치우치면 보편적인 사고를 갖추기 힘들 거라고 생각에 일반 고교진학을 권했다"고 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선율로 녹이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부터 이해해야 한다.

그녀는 연주여행과 학업을 병행했다. 그리고 하버드대에 입학했다. 그녀는 공부의 이유를 '즐거움'으로 표현했다.

"무엇보다 '바로 이거다!'라고 이해를 할 때 '공부가 이래서 재미있구나'하고 느꼈어요. 여러 과목, 작가들 사이에 연결된 '끈'을 찾았을 때도 보람을 느꼈습니다. 남의 지식을 제 지식으로 소화할 때, 또 새로운 감정을 제 마음 속에서 느낄 때, 너무나 통쾌하고 마음이 열리는 것 같이 시원합니다. 또 친구들과 같은 책을 읽고, 똑같은 강의를 들었는데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것을 보면서 시야가 많이 넓어졌어요. 돌이켜보면 토론수업이 참 유익했어요."

그녀는 정답을 찾는 공부가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겼다. 깊게 사고하고 때로는 엉뚱한 생각도 즐겼다. 사물의 두 가지 면에 대해서도 함께 수용하려는 개방성과 자신의 생각을 까다롭게 고집하는 성격이 음악공부에 그대로 적용됐다. 쉽고 평범한 성취보다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한 가지. 왜 철학과를 택했을까. 철학을 배우면 연주의 깊이가 달라질까.

"음악의 깊이를 이해하는 것과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위대한 음악가들이 철학공부를 하지 않았고, 위대한 철학가도 음악의 깊이를 못 느낀 경우가 있잖아요. 철학이 생각에 의존한다면, 음악은 영혼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둘 다 마음을 예민하게 다듬어주죠. 감수성은 음악에서나 철학에서나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스승의 중요함

흔히들 스승이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스승만한 나침반은 없다. 스승의 안내와 지시를 받는 것만큼 안전한 항법장치는 없다. 장한나 역시 배움을 갈구할 때 마이스키, 로스트로포비치, 시노폴리 등 여러 스승의 가르침을 받았고 그들의 자취를 밟았다.

"시험을 위한 일시적인 공부는 그 틀에 맞는 선생님이 필요하겠지요. 무엇을 배우느냐에 따라 적합한 선생님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선생님과 스승은 달라요. 스승은 인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존재입니다. 미처 생각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시야를 틔워줘요. 이미 오래전 죽은 음악가에게서, 또는 옛 작가의 작품 속에서 스승은 눈을 번뜩이며 가슴 속 깊은 감동을 전해줍니다. 이런 분들에게 배우는 것이야말로 '배운다'는 뜻에 걸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공부계획은 뭘까. 배움의 끝은 어디라고 생각할까.

"공부는 학교에서 시작하지만 학교에서 끝나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졸업까지 16년간 배우는 것이 있다면, 배우는 자세와 배우는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하버드대 입학식 때 총장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나요. '4년 후 졸업할 땐 어느 학문이든 스스로 팔 수 있는 지적 용량을 하버드에서 길러 놓기를 바란다'고요. 하버드 교육은 단지 그런 지적 독립을 위한 홀로서기 훈련에 불과하다는 말이었어요. 궁금하고 알고 싶은 모든 것을 평생 공부할 계획입니다."


입력 : 2008.09.15 13:59 / 수정 : 2008.09.16 02:55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출처 : 부동산 투자 귀신들의 모임-부귀모
글쓴이 : 강공석(Yes! 땅)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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