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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앤드 그로브의 경영철학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4. 9. 22:09

한 CEO가 유력한 경영자들이 모이는 중요한 행사에서 연설을 앞두고 있다. 연설의 내용은 다음의 세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 아주 매력적이고 정교해 보이지만 실전에 투입된 일은 없는 신기술을 도입
-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을 강화하는데 주력
- 두 가지 모두 하지 않고 판단을 시장에 맡기겠다.
당신이라면 어떤 내용의 연설을 하겠는가?
이것은 1991년, 미국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 당시 인텔 회장이었던 앤디 그로브가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그리고 위의 세가지 보기는 바로 당시 앤디 그로브가 경영자로서 실제로 선택해야 할 것들이었다. 전설적인 경영자 앤디 그로브가 이제 막 경영학을 배우려고 하는 초보자들에게 중요한 경영 의사 결정에 대해 의견을 구한 것이다.
자신의 결정을 전력을 다해 설득하는 CEO는 많지만, 이렇게 모든 의견을 들으려고 한 CEO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앤드 그로브는 이처럼 언제라도 다른 이의 의견을 ‘들을’ 자세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경영스타일을 두고 ‘배움의 경영’이라 부른다.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면서 받은 피드백을 경영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것이 바로 앤디 그로브식 배움 경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원칙, 세가지가 있다.
첫째, ‘새로운 문제에 부닥치면 이전에 알고 있던 모든 것을 잊어버리라’는 것이다.
고정관념은 새로운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1980년대 중반, 인텔이 일본 경쟁사들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위기에 빠졌을 때였다. 당시 인텔의 이익은 1984년 2억 달러에 육박하다가 불과 1년만에 200만달러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인텔 직원들의 콧대는 여전히 높았다. 자신들이 일본 기업에 뒤졌다는 현재 상황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최고경영진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 앤디 그로브는 당시 CEO 고든 무어에게 물었습니다.“만일 주주들이 우리 경영진을 내쫓고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온다면, 그들은 무엇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고든 무어가 대답했다.”과거를 생각지 않고 회사를 확 바꿔놓겠지요.” 그러자 앤디 그로브는 되받아쳤다.“우리가 새로 들어온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지금 그걸 그대로 하는 게 어떨까요?” open mind로 변화를 주도하려는 그의 생각을 엿 볼 수 있는 사례이다.

둘째 원칙은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는 경영자가 아닌 경영학자가 돼보라’는 것이다.
이 원칙은 실제로 인텔이 메모리반도체의 선두주자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적용된 바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사실상 인텔이 개발해서 만든 시장이다. 그런데, 자기가 만든 시장에서 경쟁자들에게 뒤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인정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철수해 버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인텔의 모든 임직원 역시 이를 반대했다. 하지만 앤디 그로브는, 잠시 경영자가 아닌 경영학자로 되돌아가서 시장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무리 계산해 봐도 메모리반도체에서 인텔은 승산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데이터가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하여 인텔은 과감하게 업종을 바꿨다. 그 해에는 엄청난 적자가 났고, 정든 직장 동료 8000명을 떠나보내는 아픔이 뒤따랐다. 그러나 그 뒤 10년 동안, 인텔은 흑자를 이어가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의 지배자로 올라섰다.

셋째 원칙은 ‘져야 하는 논쟁에서 이기지 말라’는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분야 신기술인 RISC가 처음 나왔을 때, 기술자들은 열광했다. 여기에 매료된 앤디 그로브는 인텔의 기존 주력 기술인 CISC를 버리고 RISC로 방향을 바꾸려 했다. 투자자들에게 뿌린 사업보고서 표지에 멋진 RISC 칩 사진을 넣었다. 그리고, 앤디 그로브가 직접 홍보 비디오에 출연해 RISC칩에 대해 설명했다. 그 때 인텔의 오래된 기술자 두 명이 앤디 그로브에게 달려갔다. 그들은 인텔에게 가장 많은 돈을 가장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벌어다 줄 기술은 RISC가 아니라 CISC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들이 제시한 모든 근거를 검토한 앤디 그로브는, 두 기술자의 설득에 RISC를 포기했다. 나중에 앤디 그로브는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회사를 거의 망쳐 놓을 뻔했다. 신기술의 유혹에 홀렸던 모양이다. 두 기술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하지만 앤디 그로브가 감사해야 할 것은 근거가 충분하다면 바로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스스로의 열린 사고방식 아닐까? 끝없이 배우고 받아들이려는 자세, 이것이야말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경영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경영학 이론 이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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