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 Interior]
모던 스타일 한옥 vs 한옥식으로 꾸민 아파트
자연과 소통하는 숨쉬는 집
기획·한정은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 진행·백민정‘프리랜서’ / 사진·홍상표‘프리랜서’
웰빙 트렌드에 발맞춰 황토, 나무, 한지 등 자연 소재로 지은 한옥이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가회동에 자리한 아담한 한옥에 살고 있는 설치미술가 박실씨와 아파트에 웰빙 자재를 사용해 한옥 분위기를 연출한 황미현 주부의 집을 찾아 한옥 인테리어 노하우를 배워보았다. |
▼ 설치미술가 박실씨의 전통미 살린 모던 한옥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스타일리스트 등으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설치미술가 박실씨. 서울 가회동에 위치한 그의 집은 99㎡ 면적(30평)의 대지 위에 ㄴ자형으로 지어진 아담한 규모지만, 두 칸의 방과 대청마루, 주방, 욕실, 마당 등을 짜임새있게 갖추고 있다. 박씨가 한옥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3년 전 가회동의 한옥거리를 지키고자 하는 취지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부터. 지인들과 함께 서로 이웃해 있는 한옥을 한 채씩 마련한 뒤 대대적으로 개조해 전통미와 현대미가 조화를 이룬 지금의 한옥을 만들었다.
“이 집은 개화기 양식에 집주인이 세를 주기 위해 덧대어 지은 방이 불쑥 들어선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한옥이라며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기 민망하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가치가 없는 집이었지요. 그래서 뜯어내고 새로 고쳐 전통적인 미가 담긴 한옥으로 만들었어요.”
대청마루 바닥에는 5cm 두께의 홍송을 깔고, 천장은 서까래가 보이도록 시원하게 텄다. 곳곳에 전통문양의 창과 문을 이중으로 내고, 겨울 추위를 대비해 안쪽 창에는 창호지 대신 페어글라스(복층유리)를 끼웠다. 창과 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 덕분에 방 안에는 문살의 그림자가 비춰 멋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한옥에서 지내보니 싱그러운 자연과 소통할 수 있어 좋아요. 나무, 흙, 돌 등 자연 소재로 지었을 뿐 아니라 사방으로 뚫린 창과 문을 통해 햇살과 바람을 그대로 마주하게 되거든요.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피로가 말끔하게 풀리는 것은 물론 마음도 넉넉해진답니다.”
1 대청마루 뒤쪽의 문을 열면 바로 옆집 담이 보인다. 이곳에 오브제를 걸고 화병을 세팅해 갤러리 같은 느낌을 냈다. 봄이 오면 화초들을 놓아 싱그러운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2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장고, 와인냉장고 등이 빌트인돼 편리한 주방. 아일랜드 조리대에 놓아둔 의자는 스웨덴에서 들여온 디자이너 가구로, 비비드한 컬러가 한옥과 의외로 잘 어울린다.
3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창과 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으로 인해 그림자가 생기는데, 마치 예술작품처럼 멋스럽다.
한옥의 전통미와 현대적인 시설의 편리성을 멋스럽게 조화
박씨는 한옥을 마치 조각작품을 만들 때처럼 구석구석 애정을 담아 꾸몄다. 설치미술가답게 기둥부터 대들보와 서까래의 위치, 각 방의 붙박이장과 아일랜드 조리대 높이 등을 모두 직접 재고 그리면서 디자인하고, 좌탁이나 가구·조명 등도 발품 팔아 골랐다. 집의 규모가 작은 편이라 붙박이장을 짜 넣을 때는 일부러 천장과 공간을 두고 낮게 디자인했다. 좌식으로 꾸민 거실에서 주방을 볼 때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아일랜드 조리대 높이도 일반 제품보다 5~10cm 정도 낮췄다. 한옥은 서까래와 문살, 창 너머 보이는 풍경 등 예술적인 요소가 많은 집이라 가구와 소품은 최대한 심플한 것으로 매치했다. 미니멀한 디자인의 가구, 소박하고 단아한 느낌의 패브릭, 밋밋할 정도로 심플한 조명 등으로 깔끔하고 담백하게 장식한 것이다.
박씨의 한옥은 그가 잠깐씩 들러 휴식을 취하거나 외국인 친구들의 숙소로, 가까운 지인들과 편안하게 모임을 갖는 곳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는 주변 사람들이 한옥을 체험할 수 있도록 1박2일 패키지로 선물하기도 한다. 한옥이지만 누가 머물렀다가 가도 불편함이 없도록 주방과 욕실을 안으로 들이고 에어컨, TV, 컴퓨터 등도 빌트인으로 갖췄다. 주방에는 한옥의 정갈함을 해치지 않는 심플한 디자인의 주방가구를 놓아 전통과 첨단시설을 멋스럽게 조화시켰다.
“한옥이라고 해서 굳이 전통적인 것만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한옥의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살기 편안한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지요. 편리한 첨단 현대시설을 들이되 한옥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빌트인으로 수납하고, 심플하고 모던한 가구를 매치하는 등 나름대로의 멋과 개성을 담아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1 주방과 욕실을 지나 복도를 따라가면 건넌방이 나온다. 이곳에 나무와 한지로 마감한 붙박이장을 짜 넣고 TV와 노트북을 수납했다.
2 습기에 강한 티크 나무를 바닥에 깔고 작고 앙증맞은 양변기와 세면대를 놓아 아기자기하게 꾸민 욕실이 인상적이다.
3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디자인의 고가구나 한지 조명을 놓으면 소박한 한옥 분위기가 연출된다.
1 처마 밑에 주물로 만든 풍경을 달아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긴다.
2 담을 60cm 정도 안으로 들이고 그 자리에 꽃나무를 심었다. 남천, 오죽, 불두화, 산수국 등이 계절마다 다채롭게 피어나 오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3 규모는 작지만 소박하고 정갈한 느낌을 주는 박실씨의 한옥 전경.
4 도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아담한 한옥과 바깥세상을 연결해주는 삐걱거리는 나무 대문.
5 나무 의자에 놓여 있는 원앙 두 쌍, 습도 조절 역할까지 해주는 물확 등은 한옥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는 일등 소품이다.
6 박씨가 만든 작품인 알, 고가구, 촛대, 액자 등을 매치해 담백한 분위기를 낸 안방. 이불을 넣어두는 붙박이장 위의 작은 수납공간에는 에어컨이 숨겨져 있다.
1 한지의 질감과 문양을 살린 벽지를 바르고 바닥과 마감재를 원목으로 꾸며 한옥 스타일로 연출한 거실. 확장한 베란다 바닥을 돋우고 옹이결을 살린 원목을 깔아두니 대청마루 느낌도 나면서 자연스레 거실과 공간이 나뉘는 효과가 있다.
2 확장한 베란다는 거실 바닥보다 높게 돋우고 나뭇결을 살린 마루를 깔아 대청마루처럼 꾸몄다. 좌식 테이블과 방석을 두고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수다방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가구점에서 구입한 문갑과 해외물품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발견한 촛대 오브제가 앤티크한 느낌을 더한다.
▼ 황미현 주부의 한옥 분위기로 꾸민 아파트
소박하고 단아한 느낌의 한국적인 정서를 좋아해 평소에도 전통찻집이나 인사동 거리를 즐겨 찾는다는 황미현(40) 주부는 두 달 전 입주한 아파트를 한옥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공간으로 단장했다.
“단아하면서 고즈넉한 분위기의 한옥에서 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살기 편한 아파트를 떠날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파트 내부만이라도 한옥 느낌으로 꾸미고자 노력했답니다.”
황씨는 내부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부터 자재를 고르고 소품을 세팅하는 것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집 안을 꾸몄다. 문고리나 문살 하나하나까지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골랐을 정도. 거실 벽에는 을지로 방산시장에서 찾아낸 한지의 질감과 문양을 살린 벽지를 바르고, 몰딩 등의 마감재는 나무의 내추럴한 옹이결을 살린 원목을 사용했다. 여기에 예스러운 고가구와 앤티크 소품 등을 적절하게 장식해 전통적인 한옥 분위기를 최대한 살렸다.
나무와 기와 등 자연 소재로 꾸민 친환경 공간
황씨가 가장 신경쓴 곳은 전실과 베란다 확장 공간. 현관문을 열자마자 한옥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도록 안쪽에 한옥의 나무문처럼 나무 패널을 붙이고 빗장을 달았다. 전실 벽면에는 핸디코트로 회벽칠을 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기와를 멋스럽게 붙였다.
집 안이 넓어 보이도록 확장한 베란다는 바닥을 거실 바닥보다 높게 돋우고 원목마루를 깔아 대청마루 분위기를 냈다. 옛날 대청마루에 쓰던 고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원목마루로 대신한 것이 아쉽지만, 여러 고가구 숍을 돌아다닌 끝에 찾아낸 야트막한 좌탁과 투박한 느낌의 방석을 두니 예스러운 공간이 됐다고 한다. 베란다 한 쪽 공간에는 마당이 있는 한옥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미니정원을 꾸미고, 공기를 정화시키고 새집증후군을 없애주는 풍란·인삼벤자민·산세베리아 등의 녹색식물을 놓았다.
“나무, 기와 등 한옥에 사용하는 자연 소재로 집안을 꾸미니 저절로 요즘 유행하는 친환경 인테리어가 됐어요. 그래서인지 새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모두 새집증후군을 느끼지 못한답니다. 아이들에게도 잊혀가는 한옥 분위기를 알려줄 수 있어 일석이조예요.”
(계속)
1 베란다 옆으로는 기왓장과 자갈을 깔아 작은 화단을 만들었다. 다양한 녹색식물을 두니 공기정화 효과가 있고, 아파트에는 없는 마당이 생긴 것 같아 황씨와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2 전실은 벽면에 회벽칠을 하고 기와를 붙여 한옥의 담벼락 분위기를 연출했다. 신발장도 원목을 이용해 한식 스타일로 짠 뒤 을지로 방산시장에서 구입한 전통적인 느낌의 문고리와 금장 장식을 달았다. 중문은 한옥의 문짝 문양을 활용해 디자인했는데, 보온효과를 높이기 위해 창호지 대신 유리를 끼웠다.
3 한옥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현관문도 안쪽에는 나무 패널을 붙였다. 빗장은 없지만 주물로 만든 금속 장식을 달아 대문 느낌을 냈다.
4 고운 색감의 조각보를 넣어 만든 액자와 전통 문양이 화려하게 수놓아진 쿠션 등 한옥 분위기를 내기 위해 소품 하나하나에도 신경 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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