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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루드비히 Ludwig, 1972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4. 11:05

 

 

 

 

 

대관식이 거행되기 전, 루드비히는 기도를 드린다. 신부는 그에게 겸손 할 것을 충고하고 그는 지혜와 지성을 겸비한 자들 그리고 예술가와 함께 다가올 자신의 왕국을 다스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이 모든 것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관식에서 그는 자신감에 차 있지만, 다소 위압적인 행동과 함께 어머니와의 딱딱한 관계를 드러낸다. 이 불안한 분위기는 앞으로 보게 될 그의 파국을 예상하게 만든다.

루드비히의 파국은 두 단계를 거친다. 첫 째는 믿음에 대한 타인의 배신이고, 두 번째는 자기 자신에 대한 부정이다. 전자에 해당되는 우정과 사랑의 배신은 그를 점점 고립시킨다. 루드비히는 내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바그너를 물신양면으로 후원한다. 그러나 바그너는 그의 정부와 함께 루드비히를 속인다. 우정을 빙자한 사기를 알게 된 루드비히는 바그너를 뮌헨에서 떠나게 한다. 루드비히가 흠모했던 여인, 엘리자베스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그녀의 목적은 다른 데 있었다. 엘리자베스는 그녀의 동생인 소피와 루드비히의 결혼을 위해 그를 만났던 것이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케인즈도 루드비히의 애정어린 편지와 선물을 공개하고, 그것을 팔아버리는 행위로 그를 배신한다. 이처럼 친밀한 관계의 배반은 그를 세속적 세계와 단절시키는 계기가 되고, 자신의 의지가 결여된 전쟁은 왕으로서의 자신을 무력한 존재로 인식시킨다.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 속 시퀀스의 배치 역시 루드비히를 배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대기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불쑥 불쑥 끼어드는 인터뷰 시퀀스는 형식적으로도 불균질적이지만, 그 내용의 역할에 더욱 주목해야한다. 사실 이 인터뷰 시퀀스 자체가 루드비히에 대항하는 음모론적 이야기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예외적인 인물도 있지만 인터뷰이가 대부분 의원들이라는 점에서 루드비히의 파면은 처음부터 감지 할 수 있다.

음모와 배신으로 점철되자, 루드비히는 자신이 만든 공간으로 스스로를 격리시킨다. 그리고 그는 이 공간에서 자신의 실제 삶과 오페라, 시, 희곡을 구별시키지 않고 동일시한다. 자연의 섭리인 밤마저도 암막커튼과 인공 달을 설치해 대체할 뿐 아니라, 바그너의 ‘탄호이저’에 나오는 비너스의 동굴을 모방하여 인공 동굴을 만든다. 자신의 어머니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밤의 달이자 동굴이 된다. 그리고 루드비히 자신도 인간의 아들이 아닌 낭만주의의 일부가 된다. 그는 프리드릭 폰 쉴러의 희곡과 시, 바그너의 오페라, 셰익스피어의 희곡의 주인공을 자신과 동격화하고 본능과 비이성의 자유를 만끽한다. 그리고 그토록 묵인하고 싶었던 동성애 충동을 발산한다. 그는 더 이상 왕국의 지도자가 아니라 그가 꿈꾸었던 이상 속 인물이 된다.

루드비히의 서사를 형식/내용으로 가로막던 의원들은 드디어 루드비히를 망상증이라는 병명으로 정신병원에 수용시킨다. 의원들에 의한 감금은 사실상 왕권박탈을 의미하며, 타인에 의한 감시는 자유의 박탈로써 죽음과 동일하다. 루드비히는 그토록 숭배했던 밤의 시간에 자신이 처음 동성애에 눈을 떴던 장소인 그 호수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기에 죽음의 시간과 공간은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 절정이자 마지막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루드비히는 자신의 유언과도 같은 말이었던, 이성의 세계에서는 수용될 수 없는 ‘영원한 수수께끼’ 그 자체로 남게 된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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