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법칙 : Hayao Miyazaki’s rules.
앞에서 언급했던 다섯 개의 작품은 그저 년도에 맞게 나열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짧은 인생이 드러나는 듯한 느낌은 그의 법칙에 따른 향상능력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다섯 개의 작품만을 보더라도 공통점과 차이점이 분분하다. 우선,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세계 중 일정한 법칙을 말하도록 하겠다. 이것은 법칙일 수도 있지만 공통점일 수도 있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우리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첫 번째, 한 쌍의 소년과 소녀의 러브 스토리를 중점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여기에 약간 어긋나는 작품이 있다면 《붉은 돼지》일테지만 어찌보면 ‘마르코’역시 어른이 되길 포기한 청년에 가깝다. 묵묵하며 고독할 것만 같던 그도 ‘피오’ 앞에서는 인간다운 돼지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인간에 대한 아쉬움을 ‘피오’에게서 느낌으로 특별난 감정으로 그 소녀를 바라보게 된다. 게다가 키스를 받고 인간이 되게 만들어준 상대는 어른인 ‘지나’가 아니고 아이인 ‘피오’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외피를 벗어나 본질적임을 봤을 때 그들도 한 쌍의 소년과 소녀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 외의 작품은 말로 형용할 필요가 없을 만큼 첫 번째 법칙에 충실하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는 운명처럼 만게 되는 ‘시타’와 ‘파즈’가 있었고, 《이웃집 토토로》에서는 초등학생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이야기 중심에 ‘사츠키’와 ‘칸타’가 있고, 《마녀배달부 키키》에서는 마녀‘키키’와 그녀를 인간세계로 끌고 나와준 ‘톰보’가 있었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하얀 꽃미남 ‘하쿠’와 귀여운 ‘치히로’ 커플이 있었다. 이렇게 쌍쌍이 이루어진 소년 소녀 한 쌍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듯하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런 남녀 관계를 만듦으로써 서로 다른 방식의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마치 ‘한 쌍의 남녀’ 캐릭터로 이야기를 풀어가시오. 같은 제약이 있는 것 처럼. 어찌됐건, 이 들의 공통점은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아픔을 덜고 기쁨을 같이 한다는 것에 있겠다. 우리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들 캐릭터의 사랑하는 모습이 아름다워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둘째, 자연의 모습을 지닌 채 ‘비행’을 하는 모습을 담는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백부 덕분에 비행기와 비행술, 비행등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덕에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였다고한다. 그래서일까?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든 애니메이션에는 비행하는 장면들이 꼭 있다. 그것으로도 모잘라서 《마녀배달부 키키》나 《붉은 돼지》처럼 하늘을 비행하는 자들에 대한 애니메이션도 전작에 놓여있다. 그만큼 그는 비행하는 것에 대해 충분한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그것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의 디테일이나 구도감, 박진감도 뛰어나다. 정말 애니메이션에서 비행만큼은 ‘미야자키’를 빼놓을 수 없을 정도이니 이 얼마나 뛰어난 그의 능력이란 말인가? 그가 그려놓은 비행장면들을 보면 마치 새가 하늘을 나는 듯한 자연스러움은 물론, 구름을 타고 혹은 바람에 몸을 싣는 것까지 인간의 손에서 그려진 것이 아니라 마치 원래부터 그러한 느낌을 준다. 그런 비행술뿐만이 아니라 복잡해 보이는 비행기의 구조까지도 꿰뚫고 있다. 《붉은 돼지》에서의 수많은 비행기는 하나도 같은 점이 없으며 엔진구조까지 디테일함이 묘사되어있다. 또한, 비행기를 만드는 장면을 수록함 으로써, 그가 어느 정도까지 비행기에 대한 애정이 있는 가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비행기만 그러한가? 비행기가 몸을 담고 있는 하늘은 어떠한가? 그리고 바다는 어떠한가? 자연은 어떠한가? 거의 모든 작품에서 하늘을 중점으로 묘사되는 만큼, 하늘은 비행기보다 더 많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하루 24시간 하늘을 보는 듯한 변화들은 그 깊이감까지 들게 하여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알지 못하게 만든다. 하늘이 아닌 바다 역시, 바다의 파도 잔잔함과 거침을 묘사 한다거나, 햇빛이 찬란하게 비치고 파도가 깨어지는 모습들을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직접 볼 수 있다. 물체가 바다에 비치는 그림자의 굴절이나, 오브젯을 담고 있을 때의 왜곡된 모습들은 마치 사진을 연결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렇게 자연의 아름다운을 담고 있는 그의 작품이기에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자연을 찾기를 원하는 것일 테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아는 ‘미야자키 하야오’이기에 그러한 대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무정부주의적 장소과 시간적 배경.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이 다양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사상과 관계된다. 그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무정부주의적 성향을 띄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어느 나라에도 구속 받고 싶지 않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현실에는 없을 법한 추상적인 장소를 택한다. 예를 들어, 《천공의 성 라퓨타》는 일본인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배경은 서양 어느 쯤으로 보이고 《마녀배달부 키키》역시 일본인인 소녀와 외국인인 소년, 그리고 유럽풍의 마을이 있다. 그리하여 그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원하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그리는 것이다. 나라의 국경선으로 그 문화를 이야기 하지 말고 모든 것을 섞어서 그가 만드는 유토피아. 그것이 그의 무정부주의 성향이며, 그 곳이 파라다이스라고 그는 믿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평화를 깨뜨리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단지 그런 조금 더 특별난 배경으로 현실에서 벗어난 우리에게 자유를 주기를 원하는 것이고 무정부주의로 원시 공동체 사회의 회귀본능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경을 초월한 유토피아적 공동체를 지향하면서도 이국적 풍경과 코스모폴리타니즘이 정서를 그대로 표현하는 그를 우리는 ‘자유로운 예술가’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느낀다.
넷째, 마르크스적 ‘노동’의 개념이 녹아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서 우리가 인식 못하는 것중에 하나가 ‘노동’이라는 개념이다. 그가 무정부주의자이면서도 사회주의자이기때문일까? 그의 작품의 공동체는 거의 노동을 통해 무언가를 얻기를 바라고 주인공 역시 노동으로 과정을 통하게 된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파즈’는 광산에서 일하는 아이였다. 그 어린나이에도 광산에서 일하는 것을 웃으며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인 느낌보다는 스토리에 있어서 필요조건이라고 해야 옳은 것이다. 그런 노동으로 만난 할아버지는 결말에 역시 조력자가 되어주며, 중간에 만난 해적이 두목 ‘도라’역시 중간에 해적선을 타게 된 ‘시타’에게 노동을 요구한다. 이렇게 노동은 자연스러운 에피소드로 줄거리 곳곳에 숨겨져있다. 다음 작품 《이웃집 토토로》에서 ‘사츠키’는 직접적으로 노동을 하는 캐릭터로 나온다. 엄마의 부재와 아버지의 반 부재 속에 ‘사츠키’는 동생에게까지 부모의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결국에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모든 집안일과 동생을 돌보는 일이다. 그녀의 나이에 걸맞지 않게 거의 소녀소년가장형태로 나올 수 밖에 없던 것도 모두 이러한 노동의 과정이 있어야 좋은 결말이 있다고 믿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의식 때문이다. 《마녀배달부 키키》에서 ‘키키’역시 노동을 통해 생계유지를 하는 캐릭터이다. ‘키키’가 노동을 하는 이유는 그저 스토리 과정상 하는 이유보다는 새로운 세계에서 살아가는 수단이며 자신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다른 작품의 노동과는 달리 《마녀배달부 키키》에서의 노동은 힘겨워 보인다. 언제나 푹 쓰러질 것 같은 그녀의 어깨나, 일을 한 후 돌아오는 그녀에게서 웃음은 없다. 피곤함이 가득한 그녀를 보면 우리도 모르게 그녀에게 연민이 생긴다. 그것이 어쩌면 목적일지도 모르고, 노동은 원래 힘든 것이다, 결과를 위해 노동이라는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한다라는 것을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붉은 돼지》의 ‘마르코’역시 노동을 하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의 노동은 노동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그가 직접 자신의 입으로 말하듯이 자신의 돈을 모조리 비행기를 만드는 게 쓰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삶의 유일한 행복이고 목적이다. 그가 공적을 무찌른 후 받는 돈은 그를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돼지가 되기 위해 이상을 위한 과정이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마땅한 집도 아무것도 없는 그에게는 비행기 한 대가 그의 인생일테니.. 마지막《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의 ‘노동’은 캐릭터의 성숙에 큰 도움을 준다. 그래서 노동이라는 개념보다는 공동체적 삶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소심한 현대 소녀에 불과했던 ‘치히로’가 온천장에서 맡은 임무를 함으로서 의지력이 강해지고 자존감도 회복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더 이상 자신이 약한 캐릭터나 상처받는 캐릭터가 아니라, 남을 도울 수 있는 캐릭터로 거듭나기 때문이다. 그래서《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의 노동은 가장 필요적인 수단이다. 그리고 다른 작품보다이 작품에서의 노동이 가장 개념적 의미가 큰 것이, 모든 캐릭터들이 노동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바바나 가마할아범같은 경우에는 조력자에 해당됨으로서 고령층에서 물려져 내려오는 직업정신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힘까지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서의 ‘노동’은 어떤 결말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 외에 이제 나올 작품에서도 ‘꼭’ 나오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가능성을 생각해본다.
다섯째, 그는 어쩌면 ‘페미니즘’을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 ‘미야자키 하야오’자신이 남자인 면에 반해 여성 캐릭터들이 주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 그것도 강인한 여전사의 풍미로 모든 것을 휘어잡을 기세이다. 이것 역시 년도 순으로 살펴보자면,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시타’는 비행석을 이용할 수 있는 독자적인 존재로 나오며, 라퓨타족의 공주이며 강인한 파워를 지닌 여성 캐릭터로 등장한다. 보기에는 연약한 소녀이미지나, 내면적인 힘은 어느 남성 캐릭터보다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웃집 토토로》에서의 ‘사츠키’는 평범한 소녀에 불과하지만 가정에서는 아버지와 거의 동급적인 막강한 존재력이다. 그것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그녀의 힘을 중점으로 보여준 이유도 있을테지만, 캐릭터의 강약으로 본다면 역시 그녀가 제일 강하기 때문이다. 여성이지만 털털하고 활기찬 성격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이끈다. 역시《마녀배달부 키키》에서 ‘키키’역시 타세계에 와서도 활기찬 성격을 보이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긴다.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힘들지만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나, 웃사람을 싹싹하게 따르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흥겨움이 묻어난다. 또,《붉은 돼지》의 ‘피오’ 역시 중반부분에 등장하지만 중요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나’보다도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마르코’의 마음을 바꾼 장본인이기대문일 것이고 어린나이에도 자신감을 갖고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 그녀의 매력이다. ‘마르코’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피오’의 역할이 컸다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약간의 예외적인 부분도 있지만 결국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치히로’도 강인한 아이로 끝을 맺는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스토리의 구성상에서 처음에 그녀의 강인함이 약했던 것으로 보고 마지막 그녀의 변화에 중점을 두어 보면 재미있는 양상을 띈다 할 수 있다. 이렇게 ‘미야자키 하야오’는 작품마다 그의 특색을 두어 다른 작가들이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다. 위에 언급한 다섯가지 그의 패턴은 지금까지 같았으나, 어느 작품도 비슷한 것이 없었다. 그만큼 그의 상상력의 한계가 얼만큼인지 알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마치, 이런 패턴은 그를 옭아매는 밧줄과도 같지만 그는 이 올가미를 더욱 즐기는 듯 하다. 이러한 패턴안에서 오묘히 변하는 그의 작품들이 더욱 흥미롭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사랑하여 하늘을 닮아버린 ‘미야자키 하야오’는 텅 빈 하늘까지 아름답게 만드는 마술사가 틀림없다라 생각한다. 어느 날 푸른 하늘을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짓게 만드는 그의 작품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날 것만 같다. 그의 맑고도 행복한 애니메이션을 닮은 하늘을.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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