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콤한 식스센스
시각 - 검은색 속 에서 피어나는 빨강, 녹색빛들의 향연.
청각 - 빠른 비트 western 형식의 ost와 귀를 간지럽히는 총격탄 or classic 로망스.
촉각 - 자꾸만 흔들리는 바람의 선선함과 불끈 쥔 주먹의 땀.
후각 -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만큼 짙은 탄환의 탄 냄새.
미각 - 피비릿내나는 피덩이를 가득 씹다, 달콤한 사탕으로 마무리 한 맛.
마지막 감각은, "액션이 가미된 피범벅 누아르 러브스토리"라는
장르의 완성도를 가득채운 "김지운 감독"만의 작가감각.
오랜만인 것 같다. 이런 감각, 스타일, 정서의 영화는.. '누아르'란 장르에 속하는 '달콤한 인생'은 콜래트럴이나 LA 컨피덴셜보다는 '올드보이'나 '2046'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미장센들 때문인지, 달콤한 인생은 '누아르'가 아닌 (그렇게도 많이 불리었던) '우아르'인 셈이다. 이런 감각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주 재미있는 일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가지 분류로 나뉘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말이다.) 이는 미술과 같다. 한쪽은 회화처럼 '딱딱 떨어지는 맛이 아닌, 이쪽 경계 저쪽 경계를 넘나드는 선들, 자연스러운 감정'들을 표현하며 느낄 수 있는 영화며, 나머지 한쪽은 '디자인'적인 영화다, '디자인'이라는 단어부터가 계획적인 목표를 위해 만들어진다는 뜻이기에, 그 영화들은 '인위적' 설정으로, 정확한 선으로,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예를 들어보자, 영화 '스캔들'과 같은 경우, '회화'일까? '디자인'일까? 현대양식이 아니고 고전미를 살린 것, 인물의 감정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을 본다면 '자연스러움'을 미덕으로 하는 회화에 속할 듯하다. 그러나, 이 영화역시 (주관적인 생각일지는 모르나) 철저한 '디자인' 양식의 영화이다. 왜그러하냐면, 전도연의 저고리 색상변화가 감정적인 면과 일맥상통한다는 것과, 카메라 샷을 위한 가구배치, 한방 가득한 아녀자들 한복 색상에도 숨겨진 배색배열이 들어있다는 것. 어느 미술 양식보다도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철저한 계획에서부터 파생된 것이다. 모두 세트들이 스토리를 파생하고 있으며, 스토리와 미술은 뗄 수 없는 에너지로 스크린을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달콤한 인생' 역시 그러하다. 아니, 보다 충실하다. 각각 인물에 채워진 색상 (예를들면 이병헌은 철저한 black, 신민아는 green이라는 캐릭터 색상의 원칙을 지킨다. 그리고 색상은 그 캐릭터의 성격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은 물론이고, 세트또한 스토리를 파생하고 불러모으고 함충시키는 역이다. 그 역할에 힘을 불어준 사람은 명성과 재능이 동일한 프로덕션 디자이너 류성희 미술 감독이다. 그녀가 대단한 것은 이런 현대물에서의 디자인 성인데, 그것도 조폭영화라는 범주안에 속함이다. 잘생각해보자. 우리나라 그 흔한 조폭영화에 이런 미장센이 있었는가? 절대 없다. 이것은 마치 다른 영화인 듯하다. '의도하여 ~한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물 보다 전이나 이래에 자주 쓰는 그녀가 보여주는 동시대의 공간을 뛰어난 비주얼로 이 영화에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달콤한 인생'의 경우, 김지운 감독의 감각과 류성희 미술감독, 주조연의 앙상블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기에 '폼'나게 완성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기에 이 영화가 관객들의 식스센스를 채워주는 것이기도 하고..
솔직히 스토리만 분리하여 본다면 그다지 잘난 것 없는 줄거리다. 누아르에 기본을 두었으니 조직,싸움,배반이란 소재를 썼을 것이고 예상 밖의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연의 깡다구 (아니, 달콤한 인생에서는 멋있는 '폼' 이라고 애칭하는 단어) ,그 단어에 대한 뚝심으로 영화는 중심부를 지나 일관성을 관계한다. 아주 좋은 선택이다. 너무 '폼'나게 가는 거 아니냐! 했을대 그러지 않을 �보다 '너무'라고 하는 것이 훨씬 설득성 있으며 관객들은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과연 관객 중 얼만큼의 인원이 그처럼 돌이킬 수 없는 막 나가는 선택을 할 것이냐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가 가져다 주는 대리만족성의 법칙에 속한다.이 액션 씬들 중, 특출난 연출에 놀라는 장면이 많은데 특히 생각이 나는대로 쓰다보면, 불각목 격투씬 (카메라 샷이 인상깊다.) 첫부분, '작은 사고'를 처리하러 가는 이병헌이 걷는 그 길다락 배경들(이것은 공간이었지만..), 스위치를 이용한 (마치, 타란티노의 킬빌2에서 생매장씬을 보는 듯한 분위기, 아 이영화의 생매장씬도 비슷했다.) 컷변화, 냉동창고에서 머리를 얻어맞을때 그 카메라의 흔들림, 신민아가 첼로를 켜며 '로망스'가 흐를때 이병헌의 뒷모습, 오달수씨의 명연기가 돋보였던 러시아어씬, 마지막으로 서울의 야경이 비추는 밤드라이버 이병헌의 고독한모습 (역시나, 콜래트럴이 기억나는 건.. 그러나 더 강렬함이 묻어났다!), 아, '스카이 라운지'씬은 모두 멋졌다.(감탄사연발) 필자가 유난히 뛰어난 미장센에 빠진 것은 고도의 '총격전'씨도 '생매장'씬도 아니었다. 쿨론 그 씬들도 멋졌지만 순간순간 '폼나는 맥'이 흐르고 있었고 그 '맥'에 나는 빠져버린 것 같다. 그건 마치 박찬욱감독의 '복수는 나의것'이나 '올드보이'를 보는 듯한 느낌의 연속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철저한 미장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달콤한 인생'이 극도의 미장센을 원한 것이라면 달성했다고 말해주고싶다. 검은색으로 깔린 밤, 혹은 야경에 빨강. 노랑. 초록으로 빛나는 불빛들은 검은색을 머금고 서로 엉퀴어가며 피어났고, 레드와 블랙, 화이트로 구성된 스카이 라운지는 그 이름과 같은 'La Dolce Vita'했다. 스카이 라운지의 삶 하나로도 정말 달콤한 인생을 살았을 법한 정도로.. 공간 비주얼은 전작 '장화홍련'만큼의 구성이 돋보였기에 한층 업그레이드함을 엿 볼 수 있을 것이고 후회하지 않을 만하게 눈요기가 될 것이다.
영화의 엔딩크레딧과 오프닝 크레딧을 나레이션으로 시작하고 맺였다는게 이 '달콤한 라운드'의 매력을 더해주지 않았나 싶다. 어느정도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은 물론이거니와 본론을 들어가기위한 도입부였으며, 혹은 여운정도이니.. 단순한 나레이션 효과 그 이상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그 나레이션은 이 영화의 치부이자 해결책이니, 이 얼마나 다재다능하게 써먹은 나레이션이란 말인가.. (짝짝짝) 그러나, 이 완벽해보이는 영화에도 모자라는 부분이 있다. 뭐, 그리 크게 흠되는 것이 아니지만 2%아쉬운 점은 신민아와 에릭 두 캐릭터의 존재여부랄까? 아니, 신민아가 연기한 캐릭터는 꼭 있어야 할 존재였다. (그래야, 스토리가 구성되니까.) 그러나, 그 중요한 역할을 다른 배우들과는 완전 다른 호흡을 한 신민아였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험부담이 이 영화의 환부가 되었다. 치명적인 롤리타임지를 나타내기에 그녀는 성숙했고, 팜므파탈적 이미지를 나타내기에 그녀는 미성숙했다. 영화중 김영철의 대사처럼 그들과는 다른 호흡을 하는 캐릭터는 확실하나, 너무 동떨어진 호흡이었다. 범죄의 재구성에서의 염정화같이 섞일 듯 하나 섞이지 않는 마블링 같은 캐릭터가 필요했다본다. 그녀의 귓볼, 목선의 이미지는 이병헌 캐릭터의 마음을 움질일만 할지 몰라도 관객기 거기에 동요 될 수 없다는게 이유일 것이다.
또 다른 문제의 캐릭터 에릭, 이 캐릭터는 감독이 말한 �뚱 맞은 외국인보다 더 끼깔난다. 마치, 복수는 나의것 엔딩부분에 등장하는 무정부주의자와 같은 느낌이랄까? 어느 순간 폼나게 등장해서 이병헌이 싹슬이 한 무대위에 나타난 후 그를 죽이는.. 감독말로는 그가 무명배우였다면 느낌이 달라졌을 거라 하지만 그래도 �뚱맞음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게 감독의 의도인가? (그래도 너무 쌩뚱..) 어찌됐건, 이 영화 자체가 멋진 영화 (혹은 척하는 영화) 인것은 확실하다. 그 흔한 상류 조폭들이 아닌 말씨좋은 남성분들을 이용함은 물론이고, 칼로 스무번이상 찔러 눈찌푸리게 함보다는 한 방의 총알들로 어쩌면 초현실, 현실적으로 무리를 쓰러뜨리며, 그 흔한 섹스신대신 감미로운 첼로 로망스가 더한다. 이 얼마나 우아한 이야기란 말인가. 진정 '우아르'라 불릴만 하다. 점점 김지운 식 영화가 만들어지니 더한 기쁨은 없도다. 그이 차기작이 기대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터..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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