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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하나와 앨리스 花とアリス, 2004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4. 11:31

 

 

 

 

 

이와이 슈운지는 단순한 영화감독이 아니다. 그는 영화감독이란 탈을 쓴 채 범죄아닌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그 죄목이란, 이 세계의 인류를 '이와이 월드'에 물들이려하는 범인류적 21세기 문화사기죄, 자신도 모르게 주입시키게 하는 강요적 순수감정이입죄, 애틋한 사랑이나 과거의  추억을 들추게 만들어 버리는 눈물샘 터트리기등등 자신의 개인기를 선보인다. 그런 이와이월드는 영특하게도 현 지구에서 일어나는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법한 첫사랑이나, 성장통에서 오는 아픔들같은 예민한 감정들을 변주시켜버린다. 그리하여 남는 것은 현실적이지만 아름답고 재치있는 짧은 단상들이다. 그는 이런 짧은 단상을 '필름'이란 매개체로현 인류에게 잠시나마 현혹시킨다. 삶의 시간중에 1/100도 안되는 시간동안 우리는 그것에 매료되어 '시각'으로만 보이던 것들이,'청각'으로만들리던 것들이, 가슴 한 구석에 있는 감정을 떠뜨리게 만든다. 우리가 때때로 이와이 월드로 찾아가는 것은 "감정을 터트린 순간"에 전염되어있기�문이다. 그의 마법같은 이야기라는 이름의 독에.

 

'네트 무비'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는가? 생소한 단어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한창 주가를 달리는 단어라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간단히 말하자면 기업체의 제품이미지 광고를 위한 단편영화로 타매체(TV나 엽서)등에 예고 광고를 내보낸 뒤, 자사 홈페이지에 방문을 유도, 그곳에서 일정 기간 영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네트 무비'에 관한 얘기냐는 것은 이 네트무비가 붐을 일으킨 가장 큰 동기가 '하나와 앨리스'였기 때문이다. 네슬레회사의 '네트무비'로 2003년 3월을 시작으로 3장 4화로 나뉘어 방송 되었다 한다. 지금의 영화와 다른 점은, 앨리스의 가정사와 오디션부분이라 하는데, 이와이 슈운지가 의도하길, 사춘기 소녀의 감성 깊은 곳을 달려봐야 했다고 하였다. 그렇다. 여고생이 아닌이상 여고생이 순수하다, 예쁘다라는 형용사보다 예민한 곳의 감정이 깊어 가시와 같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 필자가 여고생인 시절엔 적어도 그랬다. 그래도 작년인데.. - 그렇게 생각해보면 정말 이와이 슈운지는 여자다. 그것도 풋풋한 여고생으로. 그가 표현하는 필름엔 그의 모습이 담겨있으므로, 그는 정말 진정한 여고생이다. 이와이 월드에 빠져든 이들만 아는 여고생.

 

하나와 앨리스. 이름부터 만화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포스터를 보더라도 풋풋하고 투명하고 순수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게다가 이와이 슈운지 감독 아닌가? 그동안 이와이 슈운지가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러브레터'나 '4월 이야기', '릴리슈슈의 모든것' 이나  우리나라에 개봉대기중인 '스왈로우 테일 버터플라이'나, 전작인 '언두'나 '피크닉' 을 떠올리더라도 그의 영상미는 아시아 최고라고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 재치있는 만화적 요소는 '하나와 앨리스'에서 극을 달하는데, 이제는 대놓고 요소를 깔아 자취를 따라갈 수 있다. 우선 '하나와 앨리스'가 다니는 고등학교 이름은 <철완 아톰>의 '데츠카' 오사무의 이름을 빌려 '데츠카'고교라 나오며, 두 소녀가 전차 역을 지나는 장면에서 역 이름들은 유명 만화가나, 데츠카 오사무의 제자인 후지코, 이시노모리등으로 등장된다. 그것뿐이랴, 축제장면 창밖으로 보이는 아톰풍선의 등장은 우리를 당황 시키기도 한다. 다른 영화들과 비교 할 수 있는 부분으로 꼽는 것은 팽팽한 긴장감을 잇게 해주는 부분에 감정 이입을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아톰"풍선으로 , 긴장감을 깨뜨려 한껏 웃음을 짓게 만들며, 마지막 만담을 하러 나가는 하나의 고백을 롱테이크로 잡는 것보다 중간 중간 만담부 선배의 공연장면으로 그 흐름을 깨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어색한 부분이 있다고 하여 그것이 이 영화의 흠이 되기는 커녕 절정을 이루게 만든다.  관객이 이와이 월드에 왔다는 그런 확답과 같은 장면들이다.
 

캐릭터 분석으로 들어가자면, 하나는 일어 이름 그대로 "꽃"이다. 그것도 아직은 피기 두려워 하는 꽃이다. 영화 전반부분을 보자면 하나는 씩씩하고 쾌활하며 털털해 보이기만 하다. 점점 영화의 흐름이 이어질 수록, 그런 하나보다는, 아직은 꽃을 피기 두려워 하는 향기를 가진 소녀가 된다. 친구에게도, 남자친구에게도 감춰진 비밀을 갖고있는 여린 감성을 가진 소녀로 완성 된다. 영화의 후반부분은, 그런 그녀가 이제는 꽃을 피기로 마음을 먹고 진실을 말하는 부분으로 완성된다. 그렇게 수줍은 봉오리가 피는 순간을 이와이 슈운지는 잘 알고있다. 그래서 그녀의 진실한 마음으로 미야모토가 끌리는 것일지도 모르고.. 하나는 그렇게 성숙한 한 송이의 진정한 꽃이 된다. 앨리스역시 전반과 후반이 다른 소녀로 나온다. 이 영화가 그녀들의 성장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앨리스는 하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소녀로 나오나,  더욱 깊숙히 파보면, 그녀의 어머니도 하나도 그녀가 잘 이끌고 있는 것이다. 하나를발레교습소로 끌고 오는 것도 그녀였고, 어머니와의 어색한 관계가 아닌더욱 이해하는 그녀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려보이는 외모를 가진 앨리스는 후반으로 갈 수록 그녀의 모습을 내 보여준다. 여러번의 오디션으로 용기를 다져, 클라이막스에서는 당당한 그녀만의 모션을 취한다. 종이컵과 테이프로 완성된 토슈즈만으로도 그녀가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전반부분에 자신도 몰랐던 자아를 찾아 꽃 봉오리를 한잎씩 열게 한 그녀의 숨은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객도 모르고 자신도 몰랐던 내면을 꺼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하나와 앨리스가 "소녀 판타지"이자, 성장영화가 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조리는 두 소녀가 가슴을 펼치는 마지막을 담아 내기 때문이다. 하나의 경우 앨리스와 미야모토에게 엉뚱한 거짓말과 제안을 시키고, 그 둘의 관계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두려워 하며 마음을 조린다. 모든 것이 잘 못 된것을 알고 있지만, 그 둘을 잃기 싫어서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고생만 실컷한다. 그렇게 엉키고 설킨 끈을 자신의 눈물로 진심어린 고백으로 풀 수 있는 것은 그녀의 거짓말들이 선의의 거짓말 이었으며, 동참 하는 자신도 마음이 아파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미야모토도 그것을 그녀에게 원했을 것이고, 진실이 열리는 순간 그녀를 받아들인 것일테다. 앨리스의 경우를 보자면, 그녀가 미야모토를 진심으로  좋아했을지 의문이 가나, 아버지의 그리움으로 그에 대한 감정이 커져  어쩔 줄 몰라하는 소심한 소녀다. 미야모토에게 거짓가득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모두 아버지와의 짧은 추억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렇게 아빠와의 기억을 소중하게 하는 앨리스는, 아버지를 대신하고자 하는 타인을 찾았을 것이고 그렇기에 미야모토에게 흔들렸겠지만 마지막부분까지 쌓아왔던 용기들이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기때문에 종이컵으로도 홀로 설 수 있었을 것이다. 마음을 졸이며 초조해 하던 하나가, 매사에 자신감없고 욕심없던 앨리스가 해피엔딩으로 마쳐진 것은 그저 시나리오의 문제상이 아닌, 자신의 발견에서 나온 자연스런 결말이라 생각된다.


"하나와 앨리스"가 왜 이와이월드의 첫번째 관문이라 하겠냐는 것은 ,각본, 감독, 편집, 음악분야를 이와이 슈운지가 맡았으니, '금상첨화' 영상과 음악만으로도 마음으로 전해진다는 것이다.  순수함과 투명함이 묻어나는 영상은, 마지막 앨리스의 발레신에서 극대화 되며, 하나의 눈물속에 맺혀있다. 아름다운 마무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컷만이 아닌, 미야모토가 어이없게 차고에서 기억상실증으로 이어지는 장면, 꽃들 가득한 곳에서 춤을 추며 서로의 교복을 고쳐주는 장면, 발레교습소에서의 사진 한장한장 장면들이 있기에 완벽했을 것이다. - 그리고 한장면 한장면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기도 하지만.... -  엉뚱하고 코믹하지만 따스한 햇살가득한 그의 솜씨를 본다면  2시간 놀고 오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이 글은 아직 이와이 월드에 가지 못한 분들을 위한 PR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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