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이름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것은 우리 나라 감독 중 몇 안되는 '컬트'영화를 만드시는 분이라는거다 - 딱 컬트 영화를 만들겠다고 해서 만든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진 경우가 맞겠다 - 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김기덕 감독이 영화에 등문 하신지 8년이다. 그리고 '빈집'은 김기덕감독의 열 한번째 영화다. 짧으면 짧다고 할 길지도 않은 기간동안 그는 11개의 영화를 완성해 놓고, 그것도 - 세계 3대 영화제 중 베니스와 베를린에서 - 2004년도만 해도 두개의 감독상을 받았다. 그 뿐만 인가? 김기덕 감독의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 봄'은
미국개봉영화중 한국영화 최다의 달러를 벌었고, 김기덕영화라는 영화의 갈래도 나뉘어졌다. 이렇게 저 예산 영화에서 성공할 확률이 크지 않기에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고 있자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필자는 김기덕 감독의 네번째 영화인 '섬'부터 컬트족계열에 끼게 되었다. 나에게 따로 컬트영화라는 것이 없었는데,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보고나면 '?' 머리속에 물음표가 가득하다. 그리고 다음 영화를 본다. 역시나 물음표가 가득하다. 그러면 또 본다. 물음표가 가득해도, 그것이 김기덕 감독이 할 수 있는 나에 대한 보답인가보다. 그렇게 김기독 감독의 영화는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혹평을 하는 사람도, 찬사를 하는 사람도 김기덕의 다음 영화를 기다는 것은 어쩔 수 없게 만드는 것이 그에 특기기에.. 김기덕 감독의 다음 영화가 이렇게 까지 기대 되는 건, 이번영화에서 김기덕감독과의 소통이 새로웠다는 점에 있다. 영화를 본 후 생각이 드는것은 "김기덕 감독영화 같지 않는데도 김기덕의 맛이 느껴진다"고 생각될 정도로, 전작의 작품들과 다른 느낌의 맛으로 신선했다. 그런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김기덕감독은 급커브를 틀어서 "빈집"을 구사한게 아니고, 지금까지 10편의 작품들을
조금씩 조금씩 변주해서 "빈집"을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참으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세계를 빠지다 보면, 정말 할 얘기가 많다.영화 이야기를 하기전에 "빈집"이라는 제목부터 생각해봐야겠다. 빈집, 재희가 몸담으려고 했던 구석구석의 여러 빈집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선화가 갇혀있던, 가득차면서도 비어있는 그 공허함의 빈집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서 참 웃긴거는, 김기덕의 전작을 생각해봐야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은 어느 한 "물건"에, "사람"에 혹은 "장소"에 집착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아, "종교"도 빼놓으면 안되겠지만. 그래서, 김기덕은 이렇게 사물, 사람, 배경, 종교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의도가 있었다면 그것은 충분 한것 같다. 특히, 공간-배경을 이야기 할때, 김기덕 특유의 유머가 있다. 장소의 아이러닉함이랄까? 움직여야 하는 장소는 움직이는 않는다. '수취인불명'의 빨간버스라든가, '나쁜남자'에서의 이동식 매춘 버스라든가.. 또, 움직이지 말아야 할 장소는 움직인다. '섬'에서 움직이는 좌대라든지,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봄'에서의 움직이는 사찰이라든지, 이렇게 사람의 상식을 벗어나는 장소의 선택이랄까? '사마리아'에서는 '섬'에서 쓰였던 보트가 잠시 나와, 소녀가 눕기도 한다. 마치 전작을 추억하는 것과 같이, 그런데 이런 장소들이 '빈집'에서는 이동이된다. 집이라는 것이 움직이지는 않지만, 배우가 계속 이리저리 집을 들리면서 움직여지는 듯한 느낌이랄까? 또한, 채워져야 할 집이 채워 지지 않은 '빈집'이 되고, 그 '빈집'에 들어간 낯선 외부인이 있으므로 채워진다. 모든 것이 김기덕 특유의 유머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영화의 배경들이 참 좋다.
영화로 돌아와서 영화를 생각해보자. 재희는 -그 비싼 BMW 오토바이를 어떻게 얻었는지 나는 참 궁금했다 - 오토바이를 몰고선 집집마다 광고전단지를 붙여놓고, 전단지가 오래토록 남아있는 집을 골라 무단주거침입을 거행한다. 도둑놈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지만, 그는 집으로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거기다가 고장난 물건들을 고쳐주기까지 하는 괴상한 청년이다. 고장난 어린이 권총을 고쳐주고, 시계를 고쳐주고, 오디오를 고쳐주고, 체중계를 고쳐준다. 권총을 고쳐주므로서,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적어도 도둑놈은 아니라는 것에 관객은 끄덕인다. 그렇게 이집 저집을 전전하다가 선화의 집을 가게 된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선화는 방 구석에 빈집 처럼 있는 유령과같다. 이 선화의 집에서도 김기덕 특유의 유머는 여전하다. 집의 주인과, 불청객의 위치가 서로 바뀌어있다. 불청객은 집을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골프도 친다 - 이때 잡은 골프채가 3-iron 이다 - . 그런 불청객이 마치 주인인양 행새를 하고, 또 진짜 주인인 선화는 그를 몰래 지켜본다. 이렇게 주객전도가 된 상황과 같은, 그런 이야기를 카메라는 숨어서 잡아때 듯 그들을 지켜본다. 그런후 선화의 남편이 돌아오고, 선화는 다시 구타를 당한다. 이 때 다시 3 - iron을 잡게 되는 재희. 선화는 재희를 따라서 집을 나오게 된다. 유령과 같던 선화가 이제는 유령을 만들던 거처를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둘은 사소로운 자신들만의 하루하루를 지내게 된다.
이 영화의 영어제목인 3 - iron 은 골프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 어렵게 치는 골프채라는 뜻이다. 그래서 인지 빈집에서는 3 - iron이 참으로 많이 등장한다. 그것으로 사람들은 구타를 당하고, 복수를 하고, 어떤 사람은 죽기도 한다. 폭력을 행사하는 무기로, 김기덕은 3 - iron을 택한 것이다. 참 탁월한 선택을 하고있다. 영화 속에서 재희가 하던 골프공을 나무에 매달아 놓고 스윙연습을 하는 것을 보면, 마치 선화를 이야기 하는 것 같다. 나갈 수 없던 빈집에서 구타를 당하고 다시 구타를 당하지만 머물를 수 밖에 없던 선화. 나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골프공은 3- iron으로 스윙이 되지만, 나가지 못하고 나무로 돌아온다. 나무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있어도, 그 공은 자유롭지 못하고 사람을 죽인다. 이렇게 선화, 그리고 선화와 닮은 재희는 감독의 의도와 똑 닮 은 3 - iron이 된다.
빈집이 신선한 느낌을 주는 이유라면 대사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외국에서 상영하는 일때문에라도 대사를 뺐다고 하지만, 그런 간단한 이유가 아니고 빈집은 참으로 도교적 가치관을 지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렇게 종교를 외치던 전작과 달리 빈집은 은근한 종교를 말한다. 마지막 체중계의 '0'과 같은 그런 무게감이 없는 종교의식이랄까? 대사가 없어지지만 그들의 행동은 스토리가 되고, 이해가 된다. 아무말이 없지만 그들은 서로의 공간을 느끼고 시간을 함께한다. 이는 관객도 마찬가지다. 마치 배우와 관객의 유령과 같은 조우라고 할 수 있다. 대사가 없어지므로서, 김기덕이 얻을 수 있던 것은 대중과의 접점을 찾고 화해를 갈구하는 제스처라는 것이다. 유령연습으로 대사가 없어도, 관객은 웃고 그들과 하나가 된다. - 유령연습때의 카메라 컷은 너무 좋았다. 내가 마치 재희가 된 양.. - 유령 연습으로 빈집은 초현실적인 판타지로 마치게 된다. 영화를 보다보면 정말 있음 직한 일인데도, 판타지스럽다. 정말 저런 일이 일어날수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하지만 빈집은 판타지를 깔끔한 현실과의 맞물림으로 봉하엿고, 그것이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따뜻한 판타지가 된 것 같다. 여기서 판타지란 도교적 의식과 비슷할 수 있다. 내 몸이 내몸이 아니라는 것과 일맥상통 할지도. 도교의 정신관이 빈집에는 잘 나타내어진다. 빈집이라는 것도 어쩌면 그렇고, 관객들의 이해를 도모하기 위해 마지막에는 체중계까지 사용한다. 두 배우의 몸무게가 '0'이 되는 것은 재희는 자신의 몸을 버린 '빈집'의 유령이 된 것과 선화는 재희를 만남으로서 자신의 깨달음을 얻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다'라는 장자의 인용구가 쓰인 것도 그저 무책임하게 툭 던진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므로써, 김기덕의 또 다른 걸작을 만든 것이다. 사물이든, 인간이든, 장소든, 종교든...
필자는 선화가 재희스러워 진다는 것에 참으로 공감했다. 자신의 전 껍데기를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는 듯한 그녀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 그것 만으로 그녀는 새 집을 얻은 것이다.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참으로 단순함을 지닌 것 같은데도 거룩하다. 내가 김기덕 추종자가 아니라 생각되었는데,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것같다. 그리고 장자의 인용구,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게 정말 꿈일지도. 판타지일지도 ... 인간은 그것이 두려운건가? 아니면 그것을 원하는 건가?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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