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 '공포'라는 장르를 가진 한국 영화라 하면 어떤 영화가 먼저 떠오르는가? 한국 공포 영화의 '장'을 열었다고 하는 '여고괴담'시리즈? 그 뒤를 잇는 '가위', '폰' 아니면 미스터리적 성향이 큰 '텔미썸팅'이나 '장화,홍련'? 나에게 미스터리든 공포든 가장 무섭게 본 영화를 물어본다면 주저없이 '4인용 식탁'이라고 말하겠다. '소리를 꽥꽥' 지르게 하는 사운드나 영상이 아닌, 관객을 영화의 세계로 빨려들게하는 그 무언가가 거대하다. 물론, 그 세계로 빨려 들어간 사람이 그리많지 않았기에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주제의 애매모호함과 마지막 장면의 초현실 주의적 영상등이 관객과 소통 할 수 있는 대중적인 요소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도 나에게는 이 영화가 아이러닉하게 대중과의 소통의 없되, 대중적인 소재들로 구성된 영화라 생각이 들었으며, 이런 점들이 나의 피부에 스치듯 스며들어 소름끼치게 만든 것을 느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수작을 뽑는다면 '지구를 지켜라'와 '복수는 나의것' 그리고 바로 이 영화. '4인용 식탁'이다. 정말 말 그대로 숨겨진 보물 같은 영화다. '4인용 식탁'은 영화 그 자체도 발견의 의미가 크지만, 나에겐 그 섬세한 감성을 표현한 '이수연' 감독과의 첫대면이었다는 점에선 큰 수확이었다 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있노라하면 여자만의 섬세하고 디테일한 감성이 연출로 완벽하게 묻어난다. " 감성 미스터리 " 그래서 '4인용 식탁'의 장르가 '미스터리'가 아니라 "감성 미스터리"가 된 것같다. 아마,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도입된 장르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이 것은 억지로 지어낸 장르가 아님을, 영화에선 증명한다.
솔직히 나는 배우로서 '전지현'을 별로 좋아 하지 않는다. 그저 그녀는 STAR의 이미지로서 나에게 남았었다. '4인용 식탁'을 보기 전까지의 나의 생각이다. '4인용 식탁'이 흥행에는 부진 했을지는 몰라도, 그녀는 이 영화를 어떻게 해서든 거쳤어야만 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만 볼 수 있던 그녀의 잠식된 매력들.. 전지현의 연기는 '4인용 식탁'의 '연'의 아픔만큼 성숙해 졌고, 전지현 자체의 STAR의 빛을 점차 소멸 시켰다. 그래서 이 영화는 놀라운 발견들이 많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국 호러 장르의 또다른 발견, 콘티 그대로의 완벽성을 추구하는 '여자'감독의 발견 - 이수연감독은 콘티북 그대로를 영상으로 옮기는 철저한 완벽주의적 영화를 찍었다고 유명하다 - , 전지현이라는 배우의 또다른 가능성의 발견, 이런 발견된 점들이 영화에 모여있으니 관객들이 불편할 수도 있다. 새로운 것에 맛이 들이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니까. 이런 발견들에 놀랜 가슴을 진정시키며 엔딩크레딧을 바라보고있을 때, 다른 관객들의 대부분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 입꼬리엔 불평이 가득, 나가는 발걸음엔 투덜이 가득이었다. 내용이 이해가 안간다느니, 귀신은 왜 안나오냐는 말들..
' 이 영화 호러 아니구요, 감성 미스테리거든요? '한마디 해주고 싶었으나 상대는 나 혼자였기에 참았던 기억이 난다. 절대 '4인용 식탁은' 흔히 보는 '링'의 사다코 귀신으로 놀래키지 않 는다. '4인용 식탁'에서 나는 절묘한 음악 리듬을 찾았다. 그것은 고의로 발생되는 음향으로 사람을 고조시키거나 이완시키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에서의 드릴소리나, 어떤 부딪히는 소리들이 조합되어, 두려움을 만든다. 그래서 영화를 유심히 보지 않는 한, 이러한 섬세함을 놓친다.초반부, 정원의 애인인 조명연출가나 정원의 작업들을 들여다 보면, 작업하는 도중의 소리들이 관객을 긴장시킨다. 이 점에서 참 놀랬던 기억이 난다. 음악감독이 천재군.. 이런 생각들. 영화 속에서 스며드는 음향들.. '4인용 식탁'은 이런 음향의 효과 뿐만이 아니라, 시나리오 자체에서도 영화의 맥락이 나온다. 고소영이 이 시나리오를 읽지 못하고 베란다에 내놓은 후 그 다음날 다시 마저 읽었다는 이야기처럼, 나 자신의 두려움이 증폭되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특색같다. 그것도 친근한 사회의 단면을 영화의 소재로 삼아, 관객들이 모두 피해자가 된다는 피상을 심어준다. 부모가 자식을 추락시킨다거나, 지하철에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주검들, 트럭에 아이가 깔려 죽지만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버리고 떠나는 그 황량함... 관객 모두가 가해자이고,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그 설정, 이건 더 이상 개인의 공포가 아니라 사회까지 확산되는 현대의 청사진 인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4인용 식탁'은 이런 극대화 적인 문제 안에있는 보이는 자의 슬픔을 노래한다. 극중 '연은' 사람의 과거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저 과거가 아닌, 사람의 가장 아픈 과거나 혹은 잊고 있었던 과거, 귀신 역시 볼 수 있다. 정원은 지하철에서 아이들의 주검을 본 후, 자꾸 그 주검들이 보인다. 즉, 귀신이 보인다는 소리다. 그들은 언제나 축 늘어진채로 정원의 곁을 맴돈다. '연'의 기면증 증세로 '연'을 알게 되고 그녀 역시 주검을 본다는 것,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연'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믿음'이라는 것이다. 연'은 믿음에서 버림받은, 자신이 볼 수 있는 능력으로 인해 상처가 큰 여자이다. 그래서 그녀는 사람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이 부분에서 흘러나오는 듯이 읽혀진다. 믿음이란거, 사람들이 믿는 다는게 어떤건지 아느냐는 것에
연은 연달아 말을 붙인다. "사람들은 감당할 수 있는 것만 믿는다"는 그녀의 말이 나에겐 촉수 끝까지 와닿는 말이었다. 이래서 이 영화가 무서운 것이다 - 허를 찌르는 냉소적 한마디. 그런 '연'을 믿게 다던, 믿는 다는 말을 몇번씩이나 내뱉던 '정원'도 그녀가 그의 잊혀진 과거사를 알려주지만, 그가 말했던 '믿음'이 역시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을 따라서 그녀를 피하게 된다. 이게 바로 사람이다. 이 영화가 말해준다. 자신이 필요 할때는 바짓가랭이를 꼭 붙들지만,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감당을 하지 못할 때 '아닐꺼야'라는 말을 연달아 하며 모든 것을 버린다는 것이다 -
극단적으로 말해서. 이렇게 까발려 놓은 인간의 면모들.이 영화를 본 후, '내가 연이었다면 어떤 사람이 나를 믿어줄까?'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정말 나를 믿고 감당해 줄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 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소중한 영화다. 이것이 더이상 미스터리나 공포가 아니고, 나의 거울이 된것은 나의 취약점에 칼을 든 현재기때문이다. '4인용식탁'은 영화의 제목처럼 식탁이 자주 등장하지만, 그 식탁은 - 정원의 애인의 집에서도 - 4인용 식탁이 되지 못한다. 언제나 한 자리는 비어 있는 그 식탁. 주검들이 떠도는 그 식탁.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4인용 식탁'이 된다. 그것도 아이러니컬한 부분으로.. 죽은 주검들과 정원은 4인용 식탁을 채운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뜨거운 스프와 같을 것이다. 하지막 장면에서의 '연'이 "맛있어요?" 라며 해맑게 웃어주지만, 그것은 전지현이 아니다. '연'인 것이다. 그리고 정원이 곧 이어 "아직 뜨거워요" 라는.. 그 함축적인 영화 표현들. 어차피 영화 자체가 미스터리고, 초자연적이기때문에 이런 표현들이 어울리는 것이다. 왜 '연'이 등장하고 질문을 하는 가는 중요하지않다. 그것은 모두 정원은 망상일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정원은 아직도 '뜨거운 스프'처럼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연'의 자살 후 에도 뜨겁다. 감당 할 수 없을 만큼.
인간의 '감당할 수 있다'의 범위는 어디일까? 믿는 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몰랐다. 영화를 본 후 나 자신에 대해서 더욱 많이 생각한 영화였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가 자신있을만큼의 주목된 시선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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