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테크/영화세상

[스크랩] 새, The Birds, 1963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9. 4. 11:34

 

 

 

‘멜라니 다니엘스’와 ‘리디아 브레너’의 유사성과 대비

(* Report 제출했던 내용임)

 

 

 

 

1) 캐릭터의 유사모습과 색상대비

 

 

‘멜라니’가 보데가만에서 갈매기의 첫 습격을 받은 후 ‘미치’와 레스토랑에서 잡담을 나눌 때 ‘리디아’는 경계하는 눈길로 영화 속 첫 등장을 한다. 한눈에도 간파할 수 있듯이, 우선 ‘멜라니’와 ‘리디아’ 두 여성은 ‘외형적 생김새’가 무척이나 닮아있다. 단아한듯 우아하게 빗어올린 업스타일과 얼굴의 생김새, 일관된 의상이 그러하다. 의상인 원피스나 투피스로된 심플한 이너웨어에 걸친 코트와 장갑과 가방, 펌프스는 화사하지도 수수하지도 않게 그녀를 돋보이게 만든다. 이런 외형의 유사성으로 ‘멜라니’와 ‘리디아’가 마치 한 인물을 나이대로 나뉜 듯 보이게 하거나 엄마와 딸로 보이게끔 하지만 그녀들이 가진 색상대비로 이런 친밀한 관계를 무참히 깨부순다. 영화 ‘새’에서 나온 조류를 이용해 그녀들을 비유하자면 ‘멜라니’는 ‘잉꼬’와 같은 화사한 파스텔그린과 노랑으로 꾸며진 (금발머리까지!)‘젊음’ 혹은 ‘이방인’이다. 게다가 ‘잉꼬’의 머리 쪽 주홍빛 털처럼 그녀는 ‘새’로부터 머리에 주된 공격을 받아 빨간 피를 흘리기까지 한다. 그녀를 ‘이방인’이라고 칭하는 데는 보데가 만의 조류는 거의 ‘참새’나 ‘까마귀’혹은 ‘갈매기’뿐이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보데가 만에서의 ‘잉꼬’는 그야말로 선물을 받거나 외부에서 들여오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새이므로 그녀와 같은 ‘이방인’역할을 하게 된다. 그에 반해 ‘미치의 어머니’인 ‘리디아’는 회색과 갈색의 무채색으로 수수함을 나타낸다. 그녀는 보데가 만의 주민처럼 그 곳의 조류였던 까마귀나 갈매기를 떠오르게 한다. 그럴만한게 영화에서 크게 인간과 새의 대립을 주제로 하지만 인간관계에서의 ‘리디아’는 ‘멜라니’에게 공격성을 띄고 있으니 연결성이 용이하다. 화사한 파스텔톤과 무채색은 ‘멜라니’와 ‘리디아’의 나이대를 표현하는 색상이자 그녀들의 캐릭터 성향인 것이다.

 

 

 

 

2) 주체인 여성에서 공격받는 여성까지

 

 

 ‘미치’가 있다는 보데가 만을 향해 애스턴마틴 컨버터블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멜라니’는 자유를 상징하는 듯 보인다. 붉은 듯 푸른 지평선과 하얀 구름이 떠있는 하늘을 배경으로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달리는 그녀는 주체적인 여성으로 우뚝 서 보인다. 초반부분 그녀가 상류층에 속하였으며 호화스런 삶을 사는 것을 인지한다면 이러한 자연 속에서의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현대적인 여성으로 보일 것이다. 모피코트에 스카프, 하이힐에 가죽장갑을 낀 채 기어를 바꿔가며 스포츠 카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이라든가 자신이 원하는 남자를 찾기 용이한 위치에 있으며 어느 선물이든 사뿐히 사갈 듯 한 그녀는 이 세상에서 못할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터보트’를 주저 없이 몰고 노를 젓는 그녀는 터프해 보이기까지하다. 그래서 이후 보데가 만에서의 새의 공격을 받는 그녀를 볼 때 더욱 안쓰러워 보이는 지 모르겠다. 공격 전까지 ‘멜라니’는 초현실주의 속 여성으로 존재하였다면 공격을 받은 직후 부터는 현실적인 여성으로 내려앉게 된다. 작게는 보트에서부터 크게는 ‘미치’의 집에서‘새의 강간씬’이라 불리울 만큼 그녀를 쪼아대니 말이다. ‘멜라니’뿐만 아니라 ‘리디아’역시 주체적 모습에서 그녀만큼의 반비례 그래프를 그린다. 또한‘멜라니’와 ‘리디아’는 외형적 모습과 비슷하게 공격(쇼크)을 받는 시점이나 순서가 놀라울만큼 닮아있다는 것 또한 흥미롭다. ‘멜라니’가 스포츠카를 탄 반면 ‘리디아’는 그녀의 트럭을 몰고 어느 농장에 간다. 두 여성 모두 자신의 가정에서 타지를 간다는 것부터가 주체적인 모습을 보이게 하지만 이는 공격(쇼크)를 받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나이에 비해 몸집이 가느란 ‘리디아’는 트럭을 주저없이 달리게 하는데, 그녀 역시 꼬불꼬불한 시골의 목장을 가로지른다. 마치 ‘멜라니’가 그랬던 것처럼. ‘리디아’는 농장에 자신의 트럭을 세운채 어느 남자와 간단한 대화를 하고 자신의 일을 보러 ‘댄 포셋’의 집에 들어가게 된다. 일반적인 여성이라면 노크를 하거나 호명을 한 후 둘러보겠지만 ‘멜라니’가 ‘미치’의 집에 무단침입을 했던 것처럼 ‘리디아’역시 꺼리낌없이 집을 들어선다. 그리곤 깨어진 찻잔을 발견하고 ‘댄 포셋’의 시체를 발견한 후 쇼크를 받은 상태로 울부짖으며 집에 도착하게 된다. 이 두 시퀀스가 관객에게 더 쇼크적이게 다가온 것은 당당해 보이던 두 여성의 이미지를 앞에 둠으로써 가능한 것 같다. 누구도 예측 못하는 순간에 그 두 여성은 ‘한 방’을 제대로 맞게 되는 것이니까. 그래서‘진정한 공포는 밤이 아니라 낮에 일어나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던 히치콕의 대사가 이 이 시퀀스와 동일해 보이기도 하다.

 

 

 

3) 아버지(남편)의 부재, (유사)어머니 역할의 관계

 

 

 또한 그녀들의 남자관계를 보면 아이러니한 유사, 대립관계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눈에띄는 것은‘아버지 혹은 남편’의 관계인데, 우선 ‘멜라니’의 아버지는 존재하나 영화상에서는 부재상에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물론 그녀의 중산층의 배경에는 아버지가 있으며 그녀가 ‘미치’를 찾는 데에도 아버지의 회사가 도움을 준다. 하지만 정작 새의 습격을 받을 때 도움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하는 부분에서 아버지는 사라지고 없다. 이를테면, 후반부분 ‘멜라니’가 공격을 받았을 때 도움을 주는 것은 아버지가 아닌 ‘유사 어머니(즉, 리디아)’였던 것이다. ‘리디아’의 남편이자 미치의 ‘아버지’는 영화의 흐름상 완전부재를 뜻한다. ‘리디아’가 ‘미치’에게 집착을 보인 것도 남편의 부재에서부터 온 외로움이었으리라. 이러한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부재로 ‘리디아’는 ‘미치’를 집착하고, ‘멜라니’는  애정과 소유로 ‘미치’를 탐한다. 여기서 ‘미치’는 멜라니에게 연인이지만 리디아에게는 남편의 자리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 속 ‘미치’란 남성 캐릭터는 폭넓은 역할을 하게 된다. 캐시에게는 ‘오빠’이며 ‘애니’에게는 ‘남자친구’가 아닌가. 이런 ‘남성’과 관련된 관계 이외에도 ‘멜라니’와 ‘리디아’는 ‘(유사)어머니’의 관계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언급했다시피 ‘멜라니’와 ‘리디아’는 대립구도를 이루면서도 겹치는 ‘역할’이 반복되는데 그것은 돌바주는 자이자 이끌어주는 자인 ‘(유사)어머니’이다. 가장 연약한 캐릭터인‘캐시’를 ‘멜라니’와 ‘리디아’는 어느 새 어머니과 되어 지켜주고 있으며 농장에서 쇼크를 받은 ‘리디아’를 보살펴주는 것은 ‘멜라디’가 되고 후반부분 새의 공격을 받은 ‘멜라니’를 돌바주는 것은 ‘리디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팜므파탈적인 이미지인 ‘멜라니’가 ‘캐시’를 만나 읽어버린 어머니역할을 몸소 체험함으로써 한 가족 안의 여인으로 남게 되고 아들의 여인들을 시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신경질적인 미망인이었던 ‘리디아’는  자신이 약자가 됨으로써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된다. 엔딩 부분 차 안에서의 구도를 보았을 때 어쩌면 ‘리디아’의 승리로 볼 수 있겠지만 스토리의 흐름상 ‘리디아’가 ‘멜라니’를 애정 어린 손길로 보듬어주는 부분은 그녀를 긍정적으로 인정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시 말해, 둘은 서로의 어머니 역할에서 벗어나 ‘잃어버린 어머니’를 찾은 ‘멜라니’와 그런 그녀를 아들의 첫 연인으로 인정하는 듯한 어머니‘리디아’로 느껴진다.

 

 

 (2005)

 

출처 :  
글쓴이 : 유디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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